이것은 조용필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평] 안덕훈 장편소설 'Hello 조용필 키드'

등록 2013.11.14 11:32수정 2013.11.1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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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13 조용필 전국투어 콘서트 공연모습 창원공연에서 가왕 조용필과 관객이 하나되는 모습, 열광하는 관객들을 ㅇ떤 이름으로 명명할 수 있을까?

2013 조용필 전국투어 콘서트 공연모습 창원공연에서 가왕 조용필과 관객이 하나되는 모습, 열광하는 관객들을 ㅇ떤 이름으로 명명할 수 있을까? ⓒ YPC프로덕션


조용필의 노래는 대중문화를 넘어 시대를 상징하는 사회적 코드가 되었다. 70년대 산업화시기로부터 21세기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의 노래는 대중들 삶의 BGM이요 OST이다. 

가왕 조용필, 그의 노래와 함께 부침을 거듭해온 세대가 있다. 이 소설은 이들 '조용필 키드'의 이야기다. 70년대 유년기를 거쳐 80년대 사춘기와 청년기를 보내고, 90년대 가치관의 혼란을 겪으며 21세기를 맞은 세대. 이들은 이제 사회의 중견이 되었으면서도 여전히 고통스럽다.


소설 <헬로 조용필 키드>는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총 5부로 구성되어 각 시기를 대표하는 조용필의 노래를 배경으로 조용필 키드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준다.

1부 '연락선을 타고 떠난 내 형제여'에서는 70년대 서울 달동네에서 유년기를 보낸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독자들을 오래전 어린 시절로 시간여행을 안내한다. 2부 '사랑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네'에 접어들면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과 쓰디쓴 실연의 아픔이 있다. 3부 '친구여, 꿈속에서 만날까'에서 독자들은 치열했던 80년대의 젊음을 만날 수 있다. 4부 '이 세상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는 힘겨웠던 90년대를 되새김한다. IMF 외환위기와 세기말, 조용필 키드는 꿈을 잃고 어디가 숲인지 늪인지 도시의 뒷골목을 헤맨다. 5부 '여행을 떠나요 킬리만자로를 향해서'는 21세기 현재를 비추는데, 중년에 접어든 조용필 키드는 여전히 외롭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오랫동안 감춰두었던 저마다의 꿈을 풍선에 달아 가만히 띄워 올린다.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들의 고단한 삶을 위로해주는 것은 역시 조용필의 노래들이다. 조용필의 노래가 있었기에 이들은 삶은 고단하였으되 외롭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조용필 세대라면 누구나 이 소설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놀라게 될 것이다.

작가 안덕훈은 조용필의 음악이 얼마나 가까이서 얼마나 깊이 함께 있었는지를 증언하면서도 결코 음악으로 소설의 서사를 대신하지 않는다. 자전적 소설이라는 느낌이 들 만큼 소설 속의 사건들은 생생하고 보편적이다. 한 사람이 태어나 성장하고 자라면서 경험할 수밖에 없는 사건들, 특히 1980년대를 거치며 성장한 이들이라면 다 같이 경험하고 그래서 동감할 수밖에 없는 사건들을 아득한 그리움으로 호출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도시에서 전학 온 친구, 사우디아라비아로 파견 나간 아버지, 성당의 성탄 전야제와 첫 사랑, 학사주점, 학생운동, IMF 구제 금융 등의 사건은 바로 1980년대 생들의 현대사이자 미시사이다. - 작품해설 중에서

386세대, 7080세대가 아닌 새로운 세대선언 '조용필 키드'

a 장편소설 'Hello 조용필 키드' 표지

장편소설 'Hello 조용필 키드' 표지 ⓒ 도서출판 무늬

저자 안덕훈은 작가의 말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의 공연을 보러갔다.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들 무렵이었다. <중략> 객석에 사람들이 형광봉을 어색하게 흔들며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따라 부른다. 후렴구에서 각양각색의 목소리가 얽혔다. 굵은 남자 목소리에 날렵한 소프라노가 섞이더니 카랑카랑한 쉰 목소리가 엇박자로 비벼졌다. 도대체 이들 정체는 무엇일까. 7080? 그건 주민번호만큼이나 건조하다. 386 혹은486세대? 이건 정치적이기 이전에 폭력적이다. 학번 없이 살아온 이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억압이며 몰염치이다. 이들을 무엇으로 규정할 수 있을까. 공연장을 나서는데 문득 '조용필 키드'가 떠올랐다.

이 소설의 저자 안덕훈은 386세대, 7080세대라는 말 대신 '조용필세대' 즉 '조용필 키드'를 제안한다. 40대 중후반부터 오십대에 접어든 세대를 흔히 7080 또는 386세대로 지칭한다. 그러나 이 세대구분은 알맹이가 빠진 일방적이고 도식적인 세대구분이 아닐 수 없다. 한 세대를 규정하는 용어는 단순한 숫자나 통계가 아니라 그들 세대가 공유하는 가치와 문화 그리고 정서를 함축적으로 내포할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7080이나 386은 출생과 성장 시기만으로 세대를 규정하고 있어 동시대의 가치와 정서를 담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특히 386이라는 세대 구분은 한편으로 억압적이고 일방적이며 심하게 표현하자면 폭력적이기도 하다. 60년대 생, 80년대 학번이라는 구분은 학번을 가진 사람 즉 대졸자를 전제하는 세대구분이므로 386세대라고 명명하는 순간 산업현장에서 혹은 뒷골목에서 80년대를 보내야 했던 수많은 사람들은 사회적 발언 기회를 상실하고 입을 다물어야 한다. 80년대 대학 진학률이 20% 미만에 불과하다는 통계적 사실이 아니더라도 동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386이라는 이름은 그러한 의미에서 억압적이고 폭력적이다.

출신이나 배경, 정치적인 견해와 이해를 넘어 모두가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코드는 오히려 동 세대가 공유해온 문화에서 찾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특히 대중들이 오랫동안 공유해온 음악은 한 시대를 넘어 논리가 아닌 감성으로 공감 할 수 있는 코드이다. '조용필'이라는 코드는 근대화 시기부터 현재까지 한국 대중문화를 관통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조용필 키드'는 모두가 공감하는 새로운 세대 규정으로 보아도 좋을 듯하다.

자신의 삶을 위로해준 가수에게 바치는 헌정사

a 조용필에 열광하는 관객들 이들 모두 ‘조용필 키드’로 명명할 수 있지 않을까.

조용필에 열광하는 관객들 이들 모두 ‘조용필 키드’로 명명할 수 있지 않을까. ⓒ YPC프로덕션


이 소설은 가왕 조용필에게 바치는 헌정사이기도 하다. 힘겹게 살아온 중년에게 조용필의 노래는 고단함을 잊게 해 준 묘약이었기에 <Hello 조용필 키드>의 저자 안덕훈은 같은 세대를 대표하여 한권의 소설로서 가왕 조용필에게 헌정사를 바친다. 원로 소설가 현기영 선생은 추천사에 이렇게 썼다.

<헬로 조용필 키드>는 나이 쉰을 바라보는 한 남자의 초상을 불러낸다. 이 초로의 남자가 자신의 10대와 20대 그리고 30대와 40대를 깊은 회한과 애정으로 회상하고 있는 이 소설은 그의 한 생애를 위무하고 격려해 준 어느 가수에 대한 헌정사이기도 하다. 그 가수의 노래에는 삶의 곡진한 서사가 들어 있다. 가수의 이름은 조용필이다. 안덕훈은 조용필의 노래를 이야기로, 노래 사이에서 그의 호흡을 한숨과 눈물과 미소와 환희의 순간으로 변환시킨다. 쓸쓸하면서도 찬란한, 어느 봄날의 분분한 꽃잎들 같다.

지금 조용필 전국투어 콘서트(11월30일~12월1일)가 열리고 있다. 낙엽이 지는 이 가을 가왕 조용필 콘서트의 감동과 함께 조용필 키드의 자화상이기도한 이 소설의 일독을 강추한다.

우리는 이제 조용필의 노래와 함께 읽을 책 한 권을 얻게 되었다. 책이 아니라 청춘으로의 여행 초대장, 추억 초대장이다. - 대중음악의견가 서정민갑씨의 작품 해설 중에서

Hello 조용필 키드

안덕훈 지음,
무늬, 2013


#조용필키드 #조용필세대 #헬로 조용필키드 #안덕훈 #HELLO 조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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