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대장'답지 않게 찌라시라니

[取중眞담] 회의록 원문에만 나오는 '저항감' 단어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등록 2013.11.14 14:30수정 2013.11.14 14:30
15
원고료로 응원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a

검찰 포토라인에 선 김무성 의원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불법유출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소환된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남소연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원문 입수 경로를 속칭 '찌라시' 즉 사설 정보지라고 밝혔다.

지난 13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및 불법 열람 의혹에 대한 검찰 조사를 받은 김 의원은 "하루에 수십 건 정도 보고서와 정보지가 난무했는데 찌라시 형태로 대화록 문건이 들어왔다"면서 "그 내용이 정문헌 의원이 얘기한 것과 각종 언론 및 블로그 등에 나와 있는 발표 등과 내용이 같았기 때문에 대화록 일부라 판단하고 연설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일종의 그런(증권가 정보지) 것인데, 내용을 파악해서 보고서 형태로 온 것"이라며 "문건 일부가 수록된 것이고, 국정원에서 대화록 전문을 공개했을 때 내용을 파악했더니 훨씬 더 쇼킹한 내용이 있었다. 전문을 봤다면 더 넣어서 연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본 적이 없고, 정보지에 나와 있는 내용이라고 보고받고 회의록 내용이 맞다고 판단, 유세현장에서 발표했다'는 것이다.

'찌라시'라 천대받는 사설 정보지의 놀라운 취재력(?)에 충격을 받을만한 발언이다. 동시에 "지난 대선 때 이미 내가 그 대화록을 다 입수해서 읽어봤다"(관련기사: 김무성 "지난 대선 때 이미 NLL 회의록 입수했다")고 호기롭게 말했던 데 비하면 '무대'(김무성 대장)라는 호쾌한 별명에 어울리지 않게 군색하다.

회의록 발췌본 아닌 원문이 사설 정보지에 실렸다는 건가?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이던 김 의원이 선거일 직전인 지난해 12월 14일 부산유세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일에게 하는 말"이라며 발표한 내용에 대해 회의록 유출 및 불법 열람 의혹이 제기되는 건, 회의록 원문을 보지 않고는 발표할 수 없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같은 당의 정문헌 의원이 앞서 10월 8일 처음으로 회의록 내용을 언급했고, 이어 <월간 조선>이 같은해 12월호에 회의록을 본 사람들을 취재했다며 관련 내용을 보도했지만 이는 국정원이 만든 발췌본 등에 근거한 것이었다.


그런데, 김 의원의 유세 발언에는 회의록 발췌본에는 없고 원문전문에만 나오는 '저항감'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관련기사 : 김무성, 회의록 발췌본 말고 '전문' 봤나?). 김 의원은 문제의 유세발언에서 "나도 역사적으로 제국주의가 사실 세계인들에게 반성도 하지 않았고 오늘날도 패권적 야망을 절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인식도 갖고 있으며 '저항감'도 갖고 있습니다"라고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김 의원의 당시 발표 내용은 회의록 원문과 조사, 순서 등의 차이가 약간 있을 뿐 대부분 일치하며 원문의 8개 항목, 744자와 거의 같았다. 김 의원의 말대로라면, 사설 정보지가 국정원이 작성한 회의록 발췌본이 아니라 회의록 원문을 입수해 게재했다는 말이 된다.


a

김무성 새누리당이 2012년 12월 14일 부산 유세 때 소개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내용과 국정원이 공개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 비교 ⓒ 박소희


회의록 원문이 사설 정보지에 유출됐고, 여당 대선 후보의 선거를 총괄하는 책임자가 수많은 군중 앞에서 한 중대 발표가 고작 사설 정보지 내용을 따다가 읽은 거라는 얘기는 신빙성이 떨어진다. 여권의 대선 후보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5선 의원이 아무리 위기상황이라 해도 탈출구를 '찌라시'로 잡은 것 자체가 충격적이다. 

그러나 만약 '찌라시 보고 한 얘기'라는 김 의원의 말을 검찰이 믿어준다면, 김 의원 본인과 보고서 작성에 관계된 새누리당 당직자들에 대한 회의록 유출 및 불법 열람 혐의는 간단하게 벗겨진다. 사설 정보지에 책임을 돌리면 누굴 수사해야 하는지부터 불분명해지기 때문이다.

사설 정보지는 정기간행물로 등록된 몇 개를 빼놓곤 발행주체조차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 등록된 사설 정보지라 해도 각 내용의 작성주체가 불분명하다.

회의록 보관은 국정원 1곳뿐, 유출 경위 대대적 수사 필요

a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지난해 11월 30일 오전 부산 사상구 서부버스터미널 유세에서 김무성 당시 총괄선대본부장과 함께 유권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유성호


회의록 폐기의혹을 수사한 검찰은 국가기록원에 이관된 참여정부 청와대 이지원 시스템에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의 말대로라면, 결국 회의록을 공식적으로 보관하고 있었던 건 국정원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중요 국가기밀 원문이 사설 정보지에 게재될 정도로 기밀관리가 안 됐다는 것이다.

또 그의 주장대로라면, 찌라시에까지 실리게 한 국정원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필요하다. 아니면 선거일 직전 수많은 군중 앞에서 당당하게 "대한민국 최초로 이 자리에서 공개하겠다"며 회의록 원문 내용을 발표(관련기사:"회의록 안 봤다"는 김무성 지난해 12월 14일 유세때는…)한 김 의원이 당당하게 다시 입수 출처를 밝힐 수밖에 없다.
#김무성 #회의록 #정보지 #국정원
댓글1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낙동강 해평습지서 '표범장지뱀' 본 전문가 "놀랍다"
  2. 2 "이게 뭔 일이래유"... 온 동네 주민들 깜짝 놀란 이유
  3. 3 팔봉산 안전데크에 텐트 친 관광객... "제발 이러지 말자"
  4. 4 3일마다 20장씩... 욕실에서 수건을 없애니 벌어진 일
  5. 5 공영주차장 캠핑 금지... 캠핑족, "단순 차박금지는 지나쳐" 반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