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무시당할까 조바심 내는 언론... 이상하네

시정연설 앞두고 민주당이 항의 퍼포먼스 하려 하자, '예의' 강조

등록 2013.11.17 20:20수정 2013.11.1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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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가 <예의 실종된 '무례한 국회'…대통령 연설 '블랙투쟁'?>이라는 보도를 통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하는 박 대통령에 대한 예우에 대한 지적하고 있다.
MBC가 <예의 실종된 '무례한 국회'…대통령 연설 '블랙투쟁'?>이라는 보도를 통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하는 박 대통령에 대한 예우에 대한 지적하고 있다. MBC

18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를 찾아 시정연설을 할 예정이다. 국가기관 선거개입 등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민주당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항의 퍼포먼스를 논의했다. 민주당은 부정선거에 대해 국정책임자로서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101일 동안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천막투쟁을 벌였으나 성과는 없었다. 박 대통령이 그에 대해 '도움받은 바 없다'는 말만하고 추가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은 '특검'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하는 네 번째 대통령이다. 노태우,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에 이어 국회 시정연설을 하게 된다. 그런데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은 야당이 된 후 맞이한 첫 대통령 시정연설에서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확실히 보여줬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입장할 때 대부분 일어서지 않았다. 박수도 거의 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이 퇴장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통로에 앉아 있던 한나라당 의원은 노 대통령이 내민 손조차 외면했다. 노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로 당선되기라도 했었나?

박 대통령이 '무시'라도 당할까 조바심 내는 언론

박 대통령 집권 후 9개월 동안 한국 정치는 마비됐다. 청와대나 새누리당의 표현이 아니라 <뉴욕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 등 세계 유수의 언론에서 일관되게 보도하는 내용이다. 야당과의 악화된 관계 속에서 첫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는 박 대통령이 2003년 노 전 대통령,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했던 '야당의 냉대'를 또 당하게 될까봐 언론에서 먼저 조바심을 내고 있다.

MBC는 14일 <예의 실종된 '무례한 국회'…대통령 연설 '블랙투쟁'?>에서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대통령 연설 중간중간에 박수치지 않는 등 행위를 일컬어 '무례한 국회'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도 15일 <국회 찾는 대통령, 여야 함께 예우하는 모습 보고 싶다>는 사설을 통해 대통령을 예우하는 전통을 이참에 세우자고 야당을 압박했다.

매일경제도 15일 사설 <대통령 국회 연설 새 전통 세울 때다>에서 "소통을 위해 국회를 찾은 대통령에게 무례한 항의표시를 하는 것은 참으로 후진적인 정치 행태다"라며 "이런 구태를 되풀이하는 것은 정치권은 물론 나라 전체의 격(格)을 떨어뜨리는 일이다…정치권은 이번 대통령 시정연설부터 수준 낮은 앙갚음의 나쁜 사슬을 확실히 끊기 바란다"고 강경한 어조로 야당의 협조를 주문했다.


'시정연설' 무시의 원조, 박 대통령 9년 전 메모 내용

 매일경제 11월 15일자 사설 <대통령 국회 연설 새 전통 세울 때다>. 국회를 방문하는 대통령을 예우하지 않는 것은 후진적 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매일경제 11월 15일자 사설 <대통령 국회 연설 새 전통 세울 때다>. 국회를 방문하는 대통령을 예우하지 않는 것은 후진적 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매일경제PDF

박근혜 대통령 국회 방문에 대해 야당에게 예의를 지켜달라고 강요(?)하는 언론들. 그러나 그들은 박 대통령의 야당 무시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외면하고 있다. 현 정국 경색은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에서 시작된 것이고, 검찰의 원세훈 등 기소와 국정원 직원들 조사결과 속속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그 결과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이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 현 정국경색의 불편한 진실인 것이다.


사안의 본질은 외면한 채 '미국 대통령 국회방문' 사례를 언급하면서 야당을 압박한다면 과연 야당과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그 보도에 동의할 수 있을까. 야당이 장외에서 촛불을 들 때 박 대통령은 '침묵, 불통'으로 일관했다. 몸이 단 야당 대표가 '여야 영수회담' 등을 통해 해결하자고 제안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5자회담'이었다. 결국 3자 회담으로 진행되긴 했으나 정국은 오히려 더욱 꼬일 뿐이었다.

지난 13일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서 박 대통령 시정연설에 대한 당론을 수렴했다. 경색된 정국을 말해주듯이 3시간 동안의 격론이 오갔다. "부정선거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이 하는 시정연설에 참석해야 하나? 개인적으로 불참하고 싶다(은수미 의원)"는 강경한 입장에서부터 "민주주의가 사망했다는 의미로 남성은 검은 넥타이를, 여성은 검은 스카프를 착용하자(이석현 의원)"등 의견이 나왔지만 합의에 이르진 못했다. 어떤 식으로든 항의의 메시지는 전달하되 그 방법은 지도부에 일임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한 후 의원총회를 마무리했다.

역대 야당은 시정연설에 대해 항의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야당시절도 예외는 아니었다. 9년 전인 2004년 10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이해찬 총리가 대독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시정연설 자리에 앉아 있었다. 시정연설을 들으며 박 대표는 메모를 하기 시작했고 이 모습을 카메라가 놓칠 리가 없었다. 박 대표의 메모지에는 강경한 대여 메시지가 담겨져 있었다.

"야당 무시발언? 그 지지국민 무시. 야당도 국민 대표해 국회 들어왔는데 그 앞에서 무슨 시정연설 - 모순."

박 대통령이 9년 전 메모로 기술한 시정연설에 대한 입장이었다.

덧붙이는 글 개인블로그 busase.tistory.com에도 게재하였습니다.
#시정연설 #박근혜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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