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냐 특검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주장] 여야는 옳은 질문을 하라

등록 2013.11.25 10:49수정 2013.11.2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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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댓글 사건'은 현재 진행형이다. 국정원 직원들의 SNS 등을 통한 조직적인 여론조작은 지난 대선 때의 일이다. 그러나 당시 국민들의 심정적 의심에 머물렀던 막연한 그림자가 현재 검찰의 광범위한 수사를 통해 서서히 수면으로 리바이어던같은 거대한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정국은 격렬한 여야공방의 장이 돼 버렸다. 그리고 양자가 사실과 실체에 대한 공방을 벌이기도 전에 수사주체의 공정성과 그 대안문제가 정쟁의 덫이 돼 실체에 대한 논의는 한 발자국도 더 내딛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일단 정쟁 주체들의 주장을 보면 우리가 왜 수사 주체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는 지 또한 뚜렷하게 드러난다. 국정원과 새누리당, 민주당이 세 축이 돼 벌이는 공방은 범인의 눈으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메타 논리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SNS 트윗과 리트윗이 직원들 개인의 일탈 문제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하는" 국정원 정신을 배신하고 "음지에서 일하며 음지를 지향한" 조직의 일탈자들에 대해서 국정원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는 너무나 당연하다. 그들을 고발하거나 최소한 징계하는 것이 국정원 조직의 배신자들에게 보여야 하는 상식적인 대응방식일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그들을 보호하고자 발벗고 나서는 국정원의 행태는 '개인의 일탈행위었다'라는 애초의 주장과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다.

새누리당은 SNS 등을 통한 국정원의 대선개입이 실질적 효과가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강변한다. 그렇다면 일반 국민들은 세 가지 상식이 궁금하다. "효과가 없다면 왜 했단 말인가? 국정원 직원들이 실질적 효과도 나타나지 않을 일에 귀한 공무시간을 들여 악플러를 자처했다는 말인가? 즉 국정원이 자신의 무능을 증명하고 싶어서 일을 했다고 주장하는 것인가?" 두 번째는 "아니면 정말로 유의미한 효과가 없었을 것이라고 믿는가?" 세 번째는 더 근본적인 질문이다. "효과가 있든 없든 국가 정보기관이 대선에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데 그 사실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인가?" 일반국민들은 민주주의 체제와 헌법에 기반하는 정당이 그 체제와 헌법에 역행하는 발언들을 공식적으로 내놓을 때마다 차라리 그 발언들이 농담이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마지막으로 민주당의 '특별검사제 도입' 주장이다. 현재 민주당의 주장에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검찰의 충격적이고 적나라한 수사 결과물이다. "수사결과를 보니 국정원 선거개입이 심각했다"가 전제라면 "따라서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지하며 추후를 지켜보겠다"가 다음 문장이어야 하는데 "특검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을 하니 일반 국민의 눈에는 이 역시 자가당착적인 주장으로 보인다.

사실 민주당의 특검 주장은 현 검찰 수사팀의 '국정원 121만 건 트윗' 수사결과 발표 이전 윤석열 전 수사팀장의 폭로와 관련이 있다. 윤석열 전 팀장이 국정감사에서 밝힌 수사 외압 폭로에 안철수 의원이 '특검'을 주장하자 뒤늦게 민주당이 안철수 의원의 주장을 받음으로서 향후 훌륭한 성과를 일구어낸 검찰 수사팀임에도 막상 수사주체로 지지할 수 없게 돼 버린 것이다.

검찰의 성과를 지지하면서도 검찰을 특검으로 바꾸자는 민주당의 주장은 검찰의 성과를 비판하면서도 특검만은 안 된다는 새누리당의 주장과 묘하게 맥락이 닿아있다.


따라서 수사주체를 놓고 정국교착상황에 놓인 이 상황에서 기자는 한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새누리당은 절대 특검을 받지 못하겠다고 하고 민주당은 반드시 특검을 받으라고 하는 제로섬 게임을 그만두고 양자가 한발자국씩 물러서는 대타협을 하는 것은 어떨까? 

민주당이 특검을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재 검찰 수사팀의 수사를 지휘계통의 특정요직 인물들이 외압을 행사했다고 추정해 그들로서는 공정한 수사가 이뤄지는 게 불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니 특검 주장을 내려놓는 대신 양보에 대한 반대급부로 검찰 지휘부의 정치편향적인 특정인물들을 여야가 공동추대하는 정치 중립적이고 신망이 높은 검찰쪽 인물들로 교체하자고 역제안하는 것은 어떨까? 어차피 현 정국의 교착상태가 길어질 수록 이익을 보는 쪽은 여러가지 패를 갖고 있는 여당이다. 그러니 명분은 내어주되 '공정한 수사'의 실리를 취하는 쪽이 민주당으로서도 이득이다.


새누리당으로서도 이러한 제안은 거부하기 힘든 타협안이 될 것이다. 교착상태가 길어지면 장기적으로 여당에게 유리하다고는 하나 '상처뿐인 영광'일 터이고 당장 내년 예산안 처리 등 집권 2년 차 구상은 꺼내보지도 못하고 공멸의 책임을 떠안기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새누리당으로서는 이전 정부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계속 안고 가는 정치적인 불리함을 감수해야 하는데 이또한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무게를 넘어선다. 그러니 새누리당으로서도 정치검찰의 사퇴가 긴 호흡에서는 이득이다.

따라서 특검이냐 검찰이냐를 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는 양자는 이제 그만 정쟁을 거두고 합의점을 찾아보는 것이 옳다. 여야가 조금씩 당파적 손해를 보는 대신 국민과 역사와 헌법정신이 더 큰 이익을 보는 쪽으로 합의를 하는 것이 옳다. 그것이 국민들이 여야에게 '정치'를 일임한 실질적이면서도 궁국적인 이유다. 첨예한 여야 대립관계에서 국민을 먼저 생각한다면 우리도 그들을 기억할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리도 역사도 그러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주의인가 반 민주주의인가, 헌법인가 반 헌법인가, 국민인가 반 국민인가 이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여야에게 주문한다.  "옳은 질문이 옳은 답을 이끈다."
#검찰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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