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살자, 제 삶의 모토입니다.
전소현
- 저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주부 시민기자가 무척 반가운데요. <오마이뉴스>에는 어떻게 기사를 쓰게 되신 건가요?"<오마이뉴스>는 자주 눈팅하던 매체 중 하나였습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콘셉트도, 인터넷만이 할 수 있는 '공동지식'을 보는 듯한 그런 재미를 주는 매체였습니다. 직장일을 하면서 가끔 시간이 날 때, 틈틈이 들어가 구경을 했었지만 직접 기사를 쓰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지요. 기사를 쓸 생각이 없었으니 회원가입도 하지 않았고….
11월부터 육아휴직에 들어가면서 난생처음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있는 시간 1년을 얻게 되었습니다(물론 '아기키우기'라는 일도 해야 하지만). 그 1년 동안 무엇을 해야 할까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보았는데요, 그중 하나가 '글을 쓰자'였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했을 때 '그럼 어디에 쓰지?'라는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생각난 것이 <오마이뉴스>였습니다. 내가 쓴 글을 평가받아볼 수도 있고, 쓸 만한 가치가 있는 글인지도 제3자의 눈으로 검증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곳이니까요. 그래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 기사 내용으로 유추하면, 출산 휴가 끝나고 복직하셨다가 지금은 허리 디스크 문제로 다시 휴직 하신 건가요? 기사가 순서대로 들어온 게 아니라, 제가 좀 헷갈리던데…. 질문의 요는, 지금 무슨 일을 하세요."맞아요. 제가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쓰다 보니 역추적이 어려우셨을 것 같습니다. 하고 있던 일은 한 인터넷 서점 어린이 도서 주니어 MD(marketing director)였습니다. 임신하고 출산 막달에 들어섰을 때, 저희 팀장님께 "기필코 3개월만 쉬고 돌아올게요"라고 찰떡같이 약속을 했었지요. 그런데 아이를 낳고 원래 있었던 허리디스크가 아주 심각하게 재발했습니다.
'그래도 설마 내가 일을 못 하겠어?'라며 자신만만하게 3개월 만에 복직했는데요, 와우…. 앉아 있을 수조차 없는 통증이더라고요. 예전과는 차원이 달랐어요. 그래서 다시 병가겸 아기도 키울겸 육아휴직 1년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저희 팀장님과 다른 팀원분들께 죄송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요. 이 기회를 빌려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 아이를 돌보며 기사 쓰기 쉽지 않을 텐데요. 자투리 시간에 기사 쓰는 노하우라도 있나요? "이제 5개월에 들어선 아기인데, 성격이 다행스럽게도 절 안 닮고 유순한 아빠를 닮았어요. 모빌 아래 두면 혼자 한 시간 정도 놀고, 초점책 보여주면 혼자 빤히 보며 30분 정도 놀고…. 다행스럽게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는 아기라 기사 쓸 시간을 엄마에게 주더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남편이 퇴근하고 돌아옴과 동시 아기는 남편에게 위임됩니다. ^^; 그때부터는 제 시간이에요."
- 기자님은 타율이 높은 시민기자로 꼽힙니다. 기자회원 가입 한 달인데, 오름 4개, 버금 1개라니요. 글을 좀 쓰시던 분인가요? ^^"원래 글 좀 쓴다…는 절대 아니에요. 그 얼마나 거만한 이야기인가요. 이십 대 초반의 아름다운 시절, 제가 불태웠던 일이 바로 언론고시 준비였어요. 기자와 시사교양 PD를 목표로 준비했었지요. 그리고 정말 처참하게 모든 언론사에서 전멸당했습니다. '귀하의 인상적인 경력 및 면접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많은 지원자들로 인해~'라는 통보를 근 3년 꾸준히 받고 '이제 사람 구실 좀 하자'라고 스스로 말하며 지금을 직장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그 3년 동안 차라리 돈을 벌었다면'이란 생각으로 후회할 때도 있지만, 그 기간이 없었다면 주변을 관찰하는 버릇, 관찰한 내용을 일기로 담는 버릇을 키울 수 없었을 거에요. 그래서 그 시절을 감사히 여기고 있어요. 그 시험 준비기간에 참 많이 썼던 것 같아요. 어떻게 그렇게 많은 글을 쓸 수 있었지? 할 정도로. 한겨레문화센터에서 글쓰기 강좌를 하시던 기자님 붙잡고 정말 엄청나게 괴롭혔던 기억이 납니다. 써온 거 피드백 다 해 달라며. 지금 생각해보면 진상도 그런 진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글을 쓴 경험은 이 정도(?)에요."
"좋은 세상 만드는 기사 쓰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이웃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기사가 특히 인상적이었는데요. 저도 4년째 한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기사 보고 좀 부끄러웠거든요. 기사 나가도 뭐 달라진 건 없나요? 쪽지나, 독자 반응 등."옆집 아주머니가 매우 부끄러워하셨어요. 제가 자랑했거든요. '저, 이거 써서 오름 올랐어요~'하고. 쪽지나 독자 반응이 아주 적극적으로 왔던 그런 일은 사실 없었어요. 단지 제 일상이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제가 쓴 기사니, 행동에 책임을 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나는 이웃들에게 열심히 인사를 하고 있어요. 가끔 떨떠름한 답인사를 받게 되어도 꿋꿋하게 실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