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즈오카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판매하는 농협(JA) 농산물직매소(farmer's market) 안내지도.
오마이뉴스 장재완
일본 시즈오카현(静岡県) 이즈(伊豆) 반도에 위치한 이토(伊東)시 마린타운. 이곳은 고속도로변에 위치한 휴게소다. 이곳은 일반 휴게소와는 달리 요트선착장과 온천 숙박시설이 있는 휴양시설로, 연 200만 명이 찾는 관광지다.
이 마린타운 한가운데 농산물 직매소가 있다. 이 농산물 직매소에는 시즈오카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 전시되어 판매되고 있다. 특히, 시즈오카현에서만 잡힌다는 작은 '새우'는 이곳의 인기상품이다. 이곳에서만 판매되는 농산물의 매출액이 연 20억 엔(약 한화 207억 원)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 마린타운의 운영주체는 이토시, 그리고 금융기관 및 기업 등이 출자한 법인이다. 이러한 고속도로변 휴게소, 일본명 미치노에키(道の駅)가 일본에는 1000개가 넘고, 시즈오카현에는 20여개, 이즈반도에만 6개나 된다. 이러한 휴게소마다 농산물 직매소가 운영되어 각 지역의 농산물이 판매되고 있다.
이처럼 미치노에키 농산물 직매소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의 지산지소는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활동'으로 지역 기반의 식생활 문화를 정착시키려는 문화운동이다. 이를 통해 지역 농업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식량자급률을 높이면서 지역 경제 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데 목적이 있다.
지산지소 운동이란?'우리 몸엔 우리 건데 남의 것을 왜 찾느냐' 하는 트로트 가수 배일호의 '신토불이' 노랫말처럼 일본의 지산지소 운동은 자신이 사는 땅에서 나는 것을 먹어야 체질에 잘 맞는다는 우리나라의 '신토불이', 이탈리아의 '슬로푸드', 미국의 '공동체지원농업'과 맥을 같이한다.
일본은 이 운동을 통해 소비자 요구에 맞춘 농산물을 생산하고, 지역에 기반을 둔 식재료나 식생활문화를 제공한다. 현재 일본의 지산지소는 단순한 지역 농산물의 생산, 소비에서 벗어나 지역 농산물을 연계한 다양한 지역경제 활성화 운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본의 지산지소 운동의 역사는 지난 1970년 지산지소의 원형인 지역식량 확립 운동에서 출발했다. 이후 1990년대에 들어서 '지역에 뿌리를 둔 식(먹을거리), 농(농업생산)의 재생'이라는 운동을 일어나기 시작했고, 2000년대에 들어와서 우리의 농협에 해당되는 JA(일본농협)가 참가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3년 제23회 JA전국대회에서 지산지소가 강조되면서 본격화됐다.
보다 근본적인 지산지소 운동의 배경에는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가 있다. 수입농산물에서 검출된 농약성분이 일본 사회를 강타하자 소비자들은 신선하고 안전한 식재료를 먹고 싶다는 욕구를 '지역 농산물 구매'에서 찾았다. 소비자들은 생산자가 누구인지,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됐는지에 대해 궁금해 했고, 유통과정이 짧은 신선한 재료를 원했다. 자연스럽게 '지산지소 운동'을 불러온 것.
시즈오카현의 지산지소 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