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도 못 치는 '노천 분향소', 인권위 긴급구제 신청

밀양 송전탑 반대 음독자살 고 유한숙 할아버지 분향소 설치

등록 2013.12.08 18:58수정 2013.12.08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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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도 없이 비닐만으로 '분향소'가 차려졌다. 밀양 영남루 맞은편 밀양교 옆에 고 유한숙(74) 할아버지의 분향소가 차려졌는데, 상주와 주민들은 차가운 겨울 날씨 속에 천막도 없이 바깥에서 지내고 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는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하기로 했다.

대책위와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경과지 주민들은 8일 오후 이곳에 고 유 할아버지의 분향소를 차렸다. 주민들이 이곳에 천막을 설치하려 하자 경찰이 막아서면서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천막이 부숴진 것이다. 이날 저녁 주민들은 천막 대신 비닐을 설치한 채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경찰은 천막 등 불법시설물에 대해 강경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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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 농성에 참여했다가 집에서 음독 자살을 시도한 뒤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사망한 고 유한숙(74) 할아버지의 분향소가 8일 오후 밀양 영남루 맞은편 밀양교 옆에 차려졌다. ⓒ 윤성효


지난 3일간 영남병원 농협장례식장에 있던 빈소에서 조문객을 맞았던 고인의 큰아들도 이곳에서 함께 하고 있다. 주민들은 바닥에 앉아 이불을 덮기도 하면서 밤을 맞고 있다.

주변에는 경찰관들이 배치되어 있다. 이날 낮에 충돌 과정에서 주민 4명이 병원에 후송되었는데, 치료를 받고 모두 현장으로 돌아왔다.

현장에서 주민들과 함께 하고 있는 박훈 변호사는 "이곳은 차들이 다니는 도로도 아니다"며 "천막을 치더라도 경찰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고, 밀양시에서 불법 시설물로 과태료 부과 정도의 대상인데, 왜 경찰이 과잉반응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은 "오늘 낮에 밀양시청과 한국전력공사 밀양지사, 밀양역과 밀양관아 앞에서 분향소를 설치하려고 했지만 경찰이 막아서면서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며 "이곳에 분향소를 설치한 것은 다른 곳이 다 막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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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 농성에 참여했다가 집에서 음독 자살을 시도한 뒤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사망한 고 유한숙(74) 할아버지의 분향소가 8일 오후 밀양 영남루 맞은편 밀양교 옆에 차려진 가운데,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 윤성효


대책위는 오는 11일 오후 7시 분향소에서 '고 유한숙 할아버지 제1회 추모제'를 연다.


대책위는 이날 논평을 통해 "인륜도 없고 법도 없는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며 "오늘 고 유한숙 어르신의 시민 분향소 설치 과정에서 발생한 끔찍한 충돌 과정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결국 노천에서 분향소가 설치되었고, 현재까지 노숙할 태세로 추운 날씨 속에 노천 분향소가 유지되고 있다"며 "유족들이 노천 분향소에서 분향하고 난 뒤, 날씨가 몹시 추운 상태에서 노천에서 분향소가 유지되는 것은 고령인 다수 주민들과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므로 밀양시청과 협의하여 시민분향소 설치가 될 때까지라도 임시로 천막 설치를 해 줄 것을 대책위 관계자와 함께 정식 요청하였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경찰은 '상부의 지침이므로 어렵다'는 답변을 하였다"며 "이후 경찰은 다시 시민체육공원 입구에 주차된 차량에 대해서 견인을 시도하여 다시 충돌이 발생하기도 하였고, 격분한 주민들 일부는 도로를 점거하려 도로에 뛰어들기도 하였다"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도대체 무슨 법적 근거로, 통행에 방해가 되거나 소음을 일으키지도 않는 분향소 설치를, 그것도 천막 설치까지 막아서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으며, 이는 법 이전에 인륜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폭거"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국가인권위에 긴급구제신청을 접수할 것이며, 인륜을 저버리면서까지 분향소 설치를 막아서고 폭력을 행사하는 경찰에 대해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며, 노천 상태로라도 분향소를 계속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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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 농성에 참여했다가 집에서 음독 자살을 시도한 뒤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사망한 고 유한숙(74) 할아버지의 분향소가 8일 오후 밀양 영남루 맞은편 밀양교 옆에 차려놓고 펼침막을 걸어 놓았다. ⓒ 윤성효


#밀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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