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채소시장, 우리나라 풍경과 좀 다르네?

[시킴여행⑩] 히말라야 산간 시킴까지 진출한 삼성스마트 폰

등록 2013.12.09 11:05수정 2013.12.0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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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랄 바자르의 수공예품 가게

랄 바자르의 수공예품 가게 ⓒ 최오균


어느 여행지를 가나 재래식 시장을 둘러보는 것은 재미있다. 이곳 갱톡에는 마하트마 간디 Marg(MG Marg) 밑에 랄 바자르(Lal Bazaar, 시장)이 있다. 내일은 갱톡을 떠나 칼림퐁으로 가는 날이다. 그래서 과일도 살 겸 시장에 들러 구경을 하기로 했다. 랄 바자르는 마치 우리나라 남대문 시장을 방불케 한다. 좁은 골목 길 양쪽에 늘어선 작은 가게에서는 각종 옷, 손으로 짠 숄, 카펫, 담요, 짬 탈, 등 재미난 물건들이 죽 늘어서 있다.

시장은 언제나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그 지방의 풍물과 삶의 풍경을 보기 위해서는 시장을 가보는 것이 가장 좋다. 이발소 풍경도 재미난 구경거리다. 수공예품을 파는 아가씨의 미소가 아름답기만 하다. 가격을 흥정하는 사람들, 물건을 나르는 사람들... 아, 삼성 스마트 폰을 파는 가게도 있다. 삼성은 과연 국제적인 기업이다. 코리아는 몰라도 삼성 스마트 폰을 아는 사람은 많다. 여행지에서 삼성, 엘지, 현대 등 한국의 브랜드를 발견하면 괜히 자부심이 생긴다, 애국자가 따로 없다. 이런 히말라야 오지까지 진출하여 우리 제품을 파는 기업들이 애국자다.


a  갱톡 랄 바자르에 진출한 삼성 스마트 폰

갱톡 랄 바자르에 진출한 삼성 스마트 폰 ⓒ 최오균


여행을 하면서 항상 느끼는 점이지만 한국의 기업들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남미의 파타고니아에서도 한국의 현대 자동차가 굴러다니고, 동남아시아 어디를 가나 삼성 스마트 폰 가게가 즐비하게 늘어 서 있다. 북유럽은 물론, 러시아, 티베트, 아프리카…. 전 세게 어디를 가나 한국 기업의 브랜드를 볼 수 있다. 이제 한국의 제품은 품질과 브랜드, 지명도 면에서 일본을 앞질러 갈 정도다.

그런데 정치는 항상 후진국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난장판을 이루고 있는 국회, 반대를 위한 반대, 집단이기주의, 지역주의…. 이런 걸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물론 선의의 경쟁이나, 좋은 의제를 결정하기 위한 열띤 토론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삼척동자가 보기에도 뻔한 의제를 가지고 서로 싸우는 것을 보면 참으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경제적으로 부유한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와 사회, 그리고 국민들의 정치와 문화수준이 함께 나란히 가야 한다.

a  랄 바자르 야채가게

랄 바자르 야채가게 ⓒ 최오균


삶의 애환이 그대로 서려 있는 곳. 우리는 랄 바자르의 흥미 있는 가게들을 둘러보다가 채소시장으로 갔다. 인도의 채소시장은 우리나라와는 좀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채소와 과일 등을 땅바닥에 늘어놓고 앉아 손님을 올려다보며 파는데, 이곳 랄 바자르의 채소 가게는 스탠드에 상품을 진열해 놓고 주인은 가장 높은 곳에 앉아 손님을 내려다보며 물건을 판다. 오이, 여주, 피망, 토마토, 각종 채소와 과일들이 풍성하게 진열되어 있다. 우리는 소년이 파는 가게에서 과일과 토마토를 샀다. 내일 지프를 타고 가면서 먹을 과일이다.

이제 정들었던 시킴도 오늘로 일정을 다 마치게 된다. 내일이면 칼림퐁에서 하룻밤을 묵고, 부탄 국경까지 가야 한다. 파드마삼바바의 예언에 따라 티베트에서 온 세 명의 라마승이 세웠다는 시킴왕국, 칸첸중가의 정기가 서린 곳, 그 300년의 영화는 어디로 흘러갔을까?

a  랄 바자르 과일 가게

랄 바자르 과일 가게 ⓒ 최오균


한 국가의 부침에서 지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세 명의 라마승이 추천을 하여 첫 번째 초결(왕) 푼쏙 남결은 건국이념을 살려 히말라야 산간에 시킴왕국을 부흥시켰다. 전성기를 누릴 때는 그 영토가 네팔 동부에서 티베트 줌비(Chumbi) 계곡, 부탄의 하(Ha) 계곡과 웨스트 뱅골 산악지대 일부에까지 이르렀다. 그후 결국 시킴의 마지막 왕인 팔덴 톤둡 남결은 1975년, 하루 아침에 시킴왕국을 인도 정부에 헌납하고 말았다.


우리나라가 일제치하에서 해방된 지 100년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6.25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근면한 국민성과 기업들의 창의적인 정신으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정치는 여전히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가가 강해야 세계시장에서 살아남는다. 이스라엘이 그 수많은 아랍 국가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강성한 국가, 한군데로 힘을 합하는 국민성에 있다. 우리도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강한 국가를 위하여 힘을 한곳으로 모아야 한다. 국가가 강해야 여행자도 제대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a  사람들로 붐비는 갱톡 랄 바자르

사람들로 붐비는 갱톡 랄 바자르 ⓒ 최오균


"여행을 하면서 우리나라가 더욱 강해져야 한다는 걸 절실히 느낍니다. 국가가 없다면 해외에서 내 존재감도 없을 것 같아요. 내 존재를 있게 해준 국가, 그리고 나를 낳아 키워주고 가르쳐 주신 부모님께 정말 감사드려야 한다는 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서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 그런데 늘 싸우고만 있는 정치인 들을 보면 정말 걱정이 됩니다."

문득 다르질링에서 홀로 배낭여행을 하고 있는 어느 젊은 한국인 대학생의 말이 떠올랐다. 시장 구경을 하다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다니... 하여간, 나라밖으로 나오면 누구나 애국자가 되고 만다.

하루아침에 부침해버린 시킴왕국, 티베트의 망명자 까르마빠,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인도와 중국 정부... 그 틈바구니인 히말라야 산간에 위치한 랄 시장은 사람들로 먹고 살기 위해 여전히 붐비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지난 2012년 5월에 여행을 한 내용입니다.
#시킴여행 #갱톡 랄 바자르 시장 #삼성 스마트 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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