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음독자살 주민 분향소, 겨우 파렛트 설치만 허용

영남루 맞은편 고 유한숙 할아버지 분향소 논란... 경찰 "도로교통법 때문"

등록 2013.12.09 18:34수정 2013.12.09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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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9일 오후 7시 58분]

음독 자살한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고 유한숙(74) 할아버지의 시민 분향소에 천막과 바닥 파렛트를 설치하는 문제로 주민과 경찰이 하루 종일 대치․충돌하다 저녁이 되어서야 파렛트가 설치되었다.

9일 저녁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천막은 설치하지 않되, 파렛트는 설치하기로 경찰과 협의했다"며 "파렛트 20여개를 바닥에 깔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천막과 가림막은 허용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분향소를 찾은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과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 등이 경찰과 중재·협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은 "행로를 확보해 주고, 천막은 설치하지 않되 파렛트는 설치하기로 했다"며 "비가 내려 바닥에 습기가 많은데 파렛트를 사용할 수 있게 되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밝혔다.

[1신: 9일 오후 6시 34분]
밀양 음독자살 주민 분향소, 비 속 파렛트도 설치 못해

a  음독 사망한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고 유한숙 할아버지의 시민 분향소가 밀양 영남루 맞은편 밀양교 옆에 설치되었는데, 9일 비가 내리는 속에 주민들이 파렛트를 갖다 놓으려고 했지만 경찰과 밀양시청 공무원들이 막았다.

음독 사망한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고 유한숙 할아버지의 시민 분향소가 밀양 영남루 맞은편 밀양교 옆에 설치되었는데, 9일 비가 내리는 속에 주민들이 파렛트를 갖다 놓으려고 했지만 경찰과 밀양시청 공무원들이 막았다. ⓒ 윤성효


경찰이 밀양 송전탑 공사를 반대하다 음독자살한 고 유한숙(74) 할아버지의 시민 분향소에 천막과 바닥 파렛트 등 물품 반입을 막아 주민들과 충돌하고 있다.

분향소는 8일 오후 영남루 맞은편 밀양교 옆에 있는 시민체육공원 입구에 마련됐다. 하지만 경찰은 이날 천막 설치를 막아 충돌 상황이 벌어졌고, 주민들은 비닐을 씌워 밤을 보냈다.


9일에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주민들이 받침대로 파렛트를 설치하려 했는데 경찰이 다시 반입을 막은 것이다. 난로를 피우기 위해 주민들이 가져온 땔감 나무도 경찰이 막았다. 밀양시청 공무원들도 천막과 파렛트 설치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a  음독 사망한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고 유한숙 할아버지의 시민 분향소가 밀양 영남루 맞은편 밀양교 옆에 설치되었는데, 9일 비가 내리는 속에 주민들이 파렛트를 갖다 놓으려고 했지만 경찰과 밀양시청 공무원들이 막았다. 사진은 현장에 대규모 경찰대원들이 배치되어 있는 모습.

음독 사망한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고 유한숙 할아버지의 시민 분향소가 밀양 영남루 맞은편 밀양교 옆에 설치되었는데, 9일 비가 내리는 속에 주민들이 파렛트를 갖다 놓으려고 했지만 경찰과 밀양시청 공무원들이 막았다. 사진은 현장에 대규모 경찰대원들이 배치되어 있는 모습. ⓒ 윤성효


경찰은 트럭에 싣고 온 파렛트와 땔감 나무를 가져갔다가 주민들에게 돌려주었지만 여전히 설치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주민과 충돌이 벌어져 주민 송영숙(용회동마을)씨가 쓰러져 병원에 후송되기도 했다.


고인은 슬하에 두 아들과 딸 하나를 두었는데, 8일 오후에는 고인의 큰아들, 9일 오전에는 딸과 작은 아들도 분향소에 나와 조문객을 맞이하기도 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9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에 분향소의 물품 반입을 요구하며 긴급구제를 신청했고, 인권위 관계자가 이날 오후 현장 조사를 벌였다. 이날 오전 국가인권위 관계자가 밀양경찰서에 "빗물이 고여 흐를 우려가 있으니 바닥에 파렛트 설치와 비가림막 비닐 설치"를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은 "추가 물품 반입은 불가하다"고 통보했다.

또 대책위는 "경찰은 분향소로 들어오려는 차량을 검문검색하고, 현장에 쌀과 라면, 귤 상자를 싣고 들어오던 청주성가소비녀회 소속 수녀들의 차량까지 검문해 천막이 포함돼 있는지 검색했다"며 "차량 진입을 허용하지 않아 상자를 수녀들이 직접 들고 들어왔다"고 밝혔다.

고인의 영정과 향로·제기는 도로 바깥에 있는 시계탑의 아래 받침대에 놓여져 있는데, 주민들이 비를 피하기 위해 비닐을 씌우려고 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고 유한숙옹의 분향소 주변은 경찰이 에워싸고 있다. 대책위는 "비가 내리는데 흐르는 빗물로부터 바닥을 이격 시키기 위한 파렛트 설치마저 경찰은 불허하고 있어 반인륜적이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 이광영 부산사무소장은 "현장에서 조사를 통해 중재를 서고, 경찰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조사 과정을 거쳐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분향소가 있는 곳은 하천·도로 부지로 도로교통법과 하천법 등의 적용을 받는다"며 "통행에 방해가 되고 범죄예방 저지를 위한 경찰 직무 관련 규정 등에 따라 천막과 파렛트 등을 설치하거나 반입하는 것은 안 되고, 비가 오는 와중이라도 안 된다"고 밝혔다.

밀양시 "복합적 원인"... 엄용수 시장은 조화 안 보내

유한숙옹의 사망과 관련해, 밀양시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원인과 관련해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최근 밀양경찰서 수사결과를 종합해 보면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밀양시는 "송전탑 반대대책위는 고인의 사망 원인이 송전탑 건설 때문이라고 획일적으로 흐름을 몰아가고 있음은 매우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며 "일부 언론들은 사실관계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나치게 반대대책위 입장과 일맥상통하는 보도를 양산하고 있음은 더욱 우려스러움을 금치 못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밀양시는 "비약적인 논리 전개가 자칫 지역의 혼란을 가중 시키고 지역의 안정을 해치지나 않을까 매우 염려하며 모두의 자중을 간곡히 당부 드린다"며 "돌아가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에게는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엄용수 밀양시장은 조화를 보내지 않았고 조문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수환 밀양경찰서장은 빈소에 조화를 보냈지만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박살내 버렸다.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실장은 지난 6일 저녁 빈소를 찾아 조문하기도 했다.

민주당 영남권 위원장 "박근혜 정부와 한전에 엄중한 책임"

'밀양 희망버스' 기획단과 밀양송전탑전국대책회의는 9일 오전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밀양 주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송전탑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a  민주당 영남권 시도당 위원장은 9일 오후  밀양 영남루 맞은편에 있는 고 유한숙 할아버지의 시민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민주당 영남권 시도당 위원장은 9일 오후 밀양 영남루 맞은편에 있는 고 유한숙 할아버지의 시민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 민주당 경남도당


민주당 영남권 허성무(경남), 박재호(부산), 홍의락(대구), 심규명(울산), 오중기(경북) 위원장은 9일 오후 이곳을 찾아 분향한 뒤, 공동성명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목소리에 응답할 때"라고 밝혔다.

이날 분향소 방문에는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도 함께 했다. 위원장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고인의 억울한 희생에 비통함을 느낀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며 깊은 슬픔에 빠진 유가족에게 위로를 전하고, 무고한 어르신을 죽음으로 내몬 박근혜 정부와 한전에 엄중한 책임을 묻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민의 안전이 우선이다. 수명 종료 원전 가동 중단하고 탈원전 에너지 정책을 수립할 것"과 "밀양 765kV 송전탑 공사강행으로 주민들이 받는 고통을 좌시하지 않겠다. 주민과 대화해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유한숙 할아버지는 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 농성에 참여했다가 지난 2일 밤 밀양 상동면 고정리 집에서 농약을 마시고 음독 자살을 시도했다. 이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6일 새벽 숨을 거두었다.

유족들은 밀양농협장례식장에서 빈소를 차려놓고 3일간 조문객을 맞았다. 유족들은 밀양 송전탑 공사가 중단될 때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기로 하고, 고인의 시신은 장례식장에 안치해 놓았다.
#밀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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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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