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몸만 성하면 굶어 죽을 일 절대 없죠"

[귀농인을 찾아서①] 귀농 상담사에게 '귀농성공방법' 물었더니...

등록 2013.12.10 09:48수정 2013.12.2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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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텃밭에서 일하고 있는 강미애씨

텃밭에서 일하고 있는 강미애씨 ⓒ 강미애


언제부터인가, 누군가, 농업이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 조심스레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몇 해, 이젠 농업이 블루오션이란 말이 전혀 낯설지 않게 됐다. 생각해 보니 눈 깜짝할 만큼 빠른 시간이었다. 블루오션이란 경쟁상대가 없는 미개척 시장을 뜻하는데, 농업이 그만큼 많은 가능성을 안고 있기에 '블루오션'이란 꼬리표가 붙었을 것이다.


'귀농·귀촌'이란 말도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고, 귀농·귀촌을 했다는 사람들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리기 시작했다.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껴 피난처로 찾던 '농촌'이 아닌 적극적인 삶의 터전으로서의 '농촌'을 선택한 사람들이 이때부터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귀농·귀촌이 흔해졌지만, 막상 결심을 하려고 하면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게 아무래도 아이들 교육 문제 아닐까. 교육 시설이 도시에 집중돼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 우리 사회가 '학벌위주의사회'라는 점을 감안해 보면, 변변한 학원 하나 없을 것 같은 농촌에 아이들을 데려가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귀촌 4년차 강미애씨는 교육문제라면 걱정할 게 없다고, 오히려 더 잘 시킬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지난 6일 충청남도 예산군 신암면에 있는 '예산군농업기술센터 귀농·귀촌 상담실'에서 강미애씨를 만났다.

a  직접 재배한 감자

직접 재배한 감자 ⓒ 강미애


"이곳에 올 때, 큰 딸이 고등학교 졸업 반, 작은 딸이 초등학교 6학년이었어요. 사실 그땐 고민도 됐어요. 그래서 아이들 다 키운 다음에 귀농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요. 그렇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결과부터 말하자면, 일단은 성공했다고 봅니다.

작은 아이는 올해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갔고, 큰 애는 몇 년 전 농대에 진학했어요. 둘 다 고맙게도 참 잘 커줬어요. 이곳에 온 이후, 작은 아이의 창의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어요. (창의력이 좋아졌다는 것은) 그 애가 그린 그림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아마도 산과들을 보면서 살았기 때문에 그럴 거예요. 중학교 때, 그림이나 글짓기 같은 창의력이 필요한 대회에 나가서 상을 아주 많이 받아왔어요. 그 애는 창의력이 필요한 예능 쪽으로 키우고 싶어요.


큰 애는 OO대학 식물학과에 갔고, 지금은 전공 계열 공무원 시험(농촌 지도사 7급)을 준비하고 있어요. 도시에서 대학 보내려면 허리 휜다고 하는데, 전 학비 걱정을 해 본적이 없어요. 4년 내내 장학금을 받았기 때문이죠. 농민 자녀가 농대를 가면 장학금 혜택이 크거든요. 공무원 시험도 무사히 합격하리라 봅니다. 농과계열은(총 6과목 중) 3과목만 합격하면 되거든요. 아이의 장래? 걱정 없어요. 농업이 미래의 블루오션이 될 것이기 때문이죠."

도시 생활에 질린 뒤, 꿈틀거린 '귀소본능'


a  강미애 씨

강미애 씨 ⓒ 이민선


강미애씨의 첫 인상은 농촌 아낙과 거리가 멀었다. 하얀 얼굴, 털이 복슬복슬한 세련돼 보이는 외투, 아무리 뜯어보아도 논이나 밭 과수원보다는 커피숍이나 백화점 같은 데 어울리는 인상이었다. 그런 그녀가 어째서 농촌을 선택했을까.

"귀소본능이라고 해야 할까요? 제가 이래 봬도 농촌 출신이거든요. 스무 살까지 경남 진주에서 살았어요. 도시도 그립고, 문명 혜택도 누리고 싶고 이른 바 성공하고 싶어서 서울로 갔지요."

강미애씨가 농촌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된 이유다. 스무 살에 도시로 올라와 시쳇말로 산전수전 다 겪었다. 그러다 보니 도시의 삶에 질렸고, 자연스럽게 어렸을 적 살았던 농촌이 떠올랐다고 한다.

한 번 마음에 박힌 농촌에 대한 갈망은 점점 더 강렬하게 미애씨를 감싸 안았다. 그러다 결국, '내가 살 길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고, 지인의 소개로 지금 살고 있는 땅(예산군)을 장만하기에 이른다.

"사실, 저는 귀농을 했다고 볼 수는 없어요. 그냥 귀촌이죠. 돈 벌려고 온 게 아니라 유기농으로 농사지어서 건강하게 살려고 왔으니 그냥 '귀촌'이라고 하는 게 맞겠네요. 저는 이곳에 오면서 내 땅과 약속을 했어요. 일체 화학비료나 제초제 같은 거 하지 않고 자연농법으로만 농사를 짓겠다고.

1~2년은 그렇게 유기농 농사짓고, 닭·오리·염소 키우면서, 그냥 자연과 벗하며 살았어요. 그야말로 '힐링'이죠. 그 때 전 입버릇처럼 '난 자연과 결혼했다, 자연이 내 신랑이다'라고 말하며 다녔어요. 그러다가..."

a  뼈다귀를 물고 있는 강아지

뼈다귀를 물고 있는 강아지 ⓒ 강미애


'힐링'만 하던 미애씨가 일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돈' 때문이다. 어느 날 통장을 보니 잔고가 바닥이 나 있었다. 텃밭 500평 가지고는 생활비를 댈 수 없었다. 결국, 생활정보지를 보고 취업을 하게 된다. 전직을 살린 영어강사였다.

허나, 영어강사는 편하긴 한데 문제가 있었다. 밤에 일을 하다 보니 아이들을 보살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낯에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찾다가 농업기술원 버섯 시험 보조직으로 들어가게 된다. 농업기술원에 들어간 이유가 생활비 때문만은 아니었다. 기술을 배워 버섯농사를 지어 볼 생각도 있었다.

"1년 정도 해 보고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어요. 버섯이라는 게 전문성을 요구하고 투자비도 만만치 않았어요. 그 다음에 농업 기술원에서 농과 보조직으로 일했어요. 벼를 재배하기도 하고 종자 소독도 했는데, 그 일을 하면서 논농사도 만만치 않다는 걸 알게 됐죠. 기계로 다 하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일손도 많이 필요하고 반면 수익은 적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아직까지 농사에는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어요. 그다음에 이곳에서 상담사로 일하게 된 거죠."

자연 속에서 '힐링' 하면서 농사 교육 받는 게 좋아

a  직접 재배한 딸기

직접 재배한 딸기 ⓒ 강미애


미애씨 상담 스타일은 독특하다. 일명 '맞춤식 상담'이다.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물은 다음 본격적인 상담을 하다 보니 가끔 오해를 받기도 한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단다. 귀농·귀촌을 꿈꾸는 사람이 처한 환경을 정확하게 알아야 시행착오나 실패를 겪지 않도록 도와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직업이라든가 보유한 돈 액수, 가족 관계, 성격 같은 걸 물으면 어떤 사람은 언짢아하기도 해요. 뭐 그런 것까지 묻느냐며. 근데, 어쩔 수 없어요. 그게 중요하거든요. 예컨대, 천만 원 밖에 없는 사람한테 과수원 하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그 돈 가지고는 땅도 못 사거든요. 그리고 성격이 어떤지, 전직이 뭔지를 알아야 혹시 일자리가 나오면 소개를 시켜 줄 수 있고요."

귀농을 한 사람들한테 일자리를 구해 준다는 말이 새로웠다. 귀농을 하면 무조건 농사만 짓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해서, '농촌에 와서 취업하는 사람도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럼요, 농촌도 일자리 많아요. 일손이 늘 부족하지요. 근처 농장도 있고, 공장도 많이 있어요. 몸만 성하면 굶어 죽을 일 절대 없어요. 그리고 일단 사는 데 돈이 별로 들지를 않아요. 먹는 것은 텃밭에서 나오고… 큰 돈 벌려는 목적만 아니라면 적은 돈 가지고도 농촌에서 충분히 살 수 있어요. 그러니 무리하게 대출해서 귀농할 필요는 없는 것이죠."

이 말을 듣고 내친김에 현명한 귀농 방법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돈이 있어도, 섣불리 투자하지 말고 우선은 농사에 대해서 공부를 하는 게 좋아요. 그렇게 충분히 공부를 한 다음 자신감이 붙었을 때 투자를 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죠. 귀농은 마음을 비우고 시작해야 해요. 물질을 추구하는 삶을 버리고 자연 속에서 소박하게 살겠다는 각오가 필요하지요.

농촌에서, 뭔가를 크게 벌려서 돈을 벌어보겠다고 무리하게 대출 같은 거 하면 그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잖아요. 그러니 천천히 자연 속에서 힐링 하면서 농업교육 받고, 지식 쌓으며 농촌 사람들과 친해지면서 인맥도 만들고, 그렇게 천천히 천천히 하는 게 좋아요."

a  텃 밭 주변에 있는 꽃

텃 밭 주변에 있는 꽃 ⓒ 강미애


귀촌 4년 차 강미애씨에겐 훌륭한 롤모델이 있다. 평생을 자연과 함께 하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타샤 튜더'다. 그녀는 동화 소공녀의 그림으로, <맘먹은 대로 살아요>란 에세이집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또한, 닭을 키우고, 양의 젖을 짜서 치즈를 만들며, 각종 푸성귀를 심고 가꾸는 삶이 널리 알려져 주목을 받기도 했다. 얼마나 잘 가꿔 놓았는지, 그녀가 세상을 떠나고 난 뒤 그녀가 살던 집은 관광지가 됐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강미애씨도 열심히 심고 가꾼다. 450평 텃밭에 단감나무, 사과나무, 배나무, 자두나무, 살구나무, 매화나무, 블루베리 등,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다 있다. 할머니가 되었을 때 손주들과  함께 과일 따먹으면서 전원생활을 하기 위해 만들었단다.

그리고 열심히 쓴다. 자신이 운영하는 여행 블로그에도 글을 쓰고,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도 기사를 올리고, 농축산 교육 문화 정보원 명예기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얼마나 열심히 썼는지, 작년에는 '우수 명예 기자상'도 받았다고 한다. 한국의 '타샤 튜더'를 꿈꾸는 강미애씨를 보며 귀농·귀촌의 밝은 내일을 그려본다.
#귀농. 귀촌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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