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공무원이 지도대상 업체서 받은 결혼 축의금 뇌물"

등록 2013.12.16 15:29수정 2013.12.1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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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지도감독 대상 업체 관계자들에게 청첩장을 돌리고 축의금을 받았다면 액수와 관계없이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봐야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소속 과장인 K(57)씨는 2010년 노동청의 산업안전 지도점검을 받는 대상 사업장 관계자들로부터 23회에 걸쳐 720만원 상당의 식사나 골프접대를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기소됐다.

특히 K씨는 지난 2011년 1월 딸 결혼식을 앞두고 관리·감독 대상 업체 관계자들에게 청첩장을 돌린 뒤 45명으로부터 모두 530만원의 축의금을 받은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축의금을 낸 사람들은 개인적인 친분은 없었기에, 청첩장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판단했다.

1심은 골프 및 식사 접대는 물론 축의금도 직무관련성을 인정해 뇌물로 보고 K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및 벌금 3500만원과 추징금 1619만원을 선고했다.

축의금과 관련, 재판부는 "피고인은 개인적 친분관계는 없고 단지 업무상 알게 된 수검대상 업체 관계자들에게 일률적으로 청첩장을 보낸 점, 청첩장을 받은 업체 관계자들은 축의금을 보내지 않을 경우 입게 될 지도 모르는 불이익을 우려하거나 피고인과 좋은 관계를 맺어놓으면 업무적으로 편의를 볼 수 있겠다는 기대에 축의금을 보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축의금은 뇌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축의금 부분과 일부 식사 및 골프 접대를 받은 부분에 대해 무죄로 판단해 K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0만원으로 감형했다.

축의금과 관련, 재판부는 "피고인으로부터 청첩장을 받고도 축의금을 보내지 않은 업체 관계자들도 상당수 있었던 점, 피고인이 받은 축의금들은 모두 5~10만원 정도로 피고인이나 공여자의 사회적 지위에 비춰 사회상규를 벗어날 정도로 과도하다고 볼 수 없어 공여자나 피고인이 축의금을 빙자해 뇌물을 공여하고 수수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축의금이 사교적 의례의 범위를 벗어나 직무와 관련해 제공된 뇌물이라고 단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사건은 검찰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제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서울고용노동청 소속 과장 K(57)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결혼 축의금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피고인은 지도점검 대상 업체에 대한 위반사항의 조사 등에 관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으므로, 지도점검 대상 업체 관계자들에게 청첩장을 보내 축의금을 받은 것은 그 직무의 대상이 되는 사람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도점검 대상 업체 관계자들로서는 축의금을 내지 않을 경우 받게 될지도 모르는 불이익을 우려하거나 피고인과의 원만한 관계 형성을 통한 업무상 편의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있는 점, 피고인의 청첩장 발송과 축의금 수수행위는 사회 일반으로부터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한 점 등을 고려하면, 축의금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무와의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축의금이 피고인과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어서 교분상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명백하게 인정할 수 있는지 등에 관해 판단한 다음, 그런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축의금 수수행위는 비록 사교적 의례의 형식을 빌렸다고 하더라도 뇌물수수로 판단해야 했다"며 "그럼에도 축의금 일부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축의금 #뇌물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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