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관여는 했지만 대선개입은 아니라는 국방부

사이버사 중간수사결과 발표에도 의구심 여전히 남아

등록 2013.12.19 13:52수정 2013.12.19 14:07
11
원고료로 응원
a  백낙종 국방부 조사본부장(육군 소장)이 19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국군사이버사령부 대선 댓글 개입 의혹 수사 중간 발표를 하고 있다.

백낙종 국방부 조사본부장(육군 소장)이 19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국군사이버사령부 대선 댓글 개입 의혹 수사 중간 발표를 하고 있다. ⓒ 이희훈


"민주당 문재인은 서해 NLL을 북한과 공유하겠다고 한다, 피로 지켜왔던 국군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민주당 문재인은 국군통수권자로서 대통령 자격이 안 된다."

지난해 대선 직전인 11월 5일 국군사이버사령부 산하 사이버심리전단 소속의 한 군무원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리트위트(RT)한 글이다.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야당의 대선후보를 정면으로 공격한 것이다.

하지만 국군사이버사령부(아래 사이버사) 댓글 의혹 사건을 수사한 국방부 조사본부(헌병)의 판단에 따르자면, 이 요원의 행위는 북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빚어진 '정치관여'일 수는 있지만 '대선개입'은 아니다.

"대선개입 지시나 국정원 연계와 관계 없다"

사이버사 요원들의 댓글을 통한 대선 불법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국방부 조사본부는 19일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북한의 대남선전선동 대응과 정책홍보 과정에 군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행위를 확인했다"면서도 "대선에 개입한 혐의는 밝혀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대선개입 지시나 국정원 연계와 관련된 사실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수사결과를 브리핑한 백낙종 조사본부장(육군 소장)은 "사이버사 창설시점인 2010년 1월 10일~2013년 10월 15일까지 심리전단 전 요원과 지휘계선 등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모든 수사방법과 기법을 적용하여 수사했다"면서 "수사결과 사이버심리전단이 온라인 상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 중에 군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한 행위는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지만 대선에 개입한 것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날 조사본부는 불법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책임자로 이아무개 사이버심리전단장(부이사관)을 지목했다.


군 수사결과 이 단장은 온라인상에서의 임무수행과 관련, 요원들에게 "대응작전간 정치적 표현도 주저하지 말라"는 등의 과도한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본부는 이 단장을 군 형법상 '정치관여', 형법상 '직권남용'과 '증거인멸교사죄'를 적용해 형사입건하고, 직위해제했다고 밝혔다.

이 단장은 본인 스스로도 인터넷 계정에 정치관련 글 351건을 게시하면서 이를 다른 요원이 대응작전에 활용하도록 유도했고, 수사가 시작되자 서버에 저장된 관련자료 등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러나 백 본부장은 "요원들의 경우 이 단장의 지시에 따라 대남심리전에 대응하는 작전을 수행하다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했지만, 이는 대선 개입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대남심리전에 대응하는 작전을 하는 과정에서 NLL, 제주해군기지, 백선엽 장군을 비하하는 내용에 반박하다보니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이 언급되었을 뿐 대선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것이다.

백 본부장은 특히 사이버심리전단 요원들이 문재인 전 민주당 대선후보를 비난한 부분에 대해서는 "문재인 의원이 당시에 NLL관련된 우리 요원들이 보는, 또는 국방부 차원에서 보면 시각과 반대되는 말씀이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 반박하는 심리전을 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의원을 일부 거론한 것이지, 대통령 후보로서 특히 대선에 관련해서 그런 목적으로 한 것은 분명히 아닌 것으로 확인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a  백낙종 국방부 조사본부장이 19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국군사이버사령부 대선 댓글 개입 의혹 수사 중간 발표를 마치고 기자의 질문에 답변 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

백낙종 국방부 조사본부장이 19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국군사이버사령부 대선 댓글 개입 의혹 수사 중간 발표를 마치고 기자의 질문에 답변 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 ⓒ 이희훈


'꼬리자르기식 수사' 비판 면하기 어려울 듯

하지만 백 본부장의 설명은 다분히 자의적 해석이라는 비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조사본부가 불법 정치개입의 책임자로 3급 군무원인 이 단장을 지목한 부분도 상명하복을 생명으로 하는 군의 조직특성상 과연 이 단장이 사령관에게 보고도 없이 독단적으로 과도한 지시를 내릴 수 있었겠느냐는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어려워 보인다. '꼬리자르기식 수사'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백 본부장은 현직 사이버사령관인 옥도경 육군 준장과 전 사이버사령관 연제욱 청와대 국방비서관에 대해서 "전·현직 사령관은 사이버심리전 단장에게 정치관여 지시를 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연 비서관의 경우 참고인 조사만 했을 뿐 자택과 근무지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백 본부장은 "대선개입 관련 군내·외부의 지시, 국가정보원과의 연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통화내역, 이메일, 관련문서 등을 분석하고, 관련자 소환조사 등 입체적으로 확인한 결과, 대선 개입관련 지시나 국정원과의 연계 사실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민주당 사이버사령부 대선개입 진상조사단은 국방부의 중간 수사결과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사이버사령부는 상명하복과 일일상황 보고를 생명처럼 여기는 군대"라며 "사이버사령부의 3급 군무원이 사령관 등 지휘관의 지시 없이 대선에 개입하여 불법 정치 댓글을 달도록 지시하였다는 것을 어느 국민이 믿겠느냐?"고 꼬집었다.

또 진상조사단은 "조사본부의 기만적인 수사결과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특검을 도입하여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는 사실을 역설해 주는 것"이라며 즉각적인 국방부장관의 사퇴와 특별검사 도입을 촉구했다.

#사이버사
댓글1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2. 2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3. 3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4. 4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5. 5 "은퇴 하면 뭐 하고 살거냐?" 그만 좀 물어봐요 "은퇴 하면 뭐 하고 살거냐?" 그만 좀 물어봐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