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과 함께 천막 그늘 아래서(모자를 쓴 사람이 나).
신은미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예쁘게 치장을 하고 피서를 왔나 보다. 많은 여성들이 정성스럽게 화장을 했을 뿐 아니라 목걸이도 하고 있다. 또 어떤 이들은 멋진 선글라스를 쓰거나 머리 위에 액세서리처럼 얹어놨다. 몇몇 사람은 귀걸이까지 하고 있다. 평양의 가스맥줏집에서 여성들이 귀걸이를 하고 있는 모습을 봤는데, 함경도 해변에도 세련된 귀걸이를 한 여성이 있다는 사실이 조금 놀랍다.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들이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손가락으로 브이(V)자를 그리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동그라미를 그려 보인다. 표정들이 아주 밝고 명랑하다.
"어디서들 오셨어요?""청진에서 단체로 왔습니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과 그 가족들입니다. 선생님은 어디서 오셨나요?""미국에서 왔어요." 어디서 왔느냐고 하면 이제는 거리낌 없이 "미국에서 왔다"고 답한다. 처음 북한에 왔을 때는 내 국적을 말하기 좀 꺼렸다. 미국이라면 사람까지도, 나아가 동포라 할지라도 증오할 것이라는 게 내 선입견이었다.
"아! 멀리서도 오셨네요. 미국에도 우리 동포들이 많이 살고 있나요?""네, 로스앤젤레스라는 도시에는 '아바이 순대'라는 함경도 음식점까지 있을 정도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