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상초원의 아침. 하얀 털이 멋진 소와 질퍽한 길을 걸어가는 네 마리 말. '쓰마 농담'의 모티브가 된 모습이다.
최종명
"저기 말 네 마리를 뭐라 부르는지 아는가?"(진지하게)
"예?"(뜬금없다는 듯)한참 지나도 정답이 있을 리 없다. 평소 상상력 풍부한 농담을 돌발하는 선배에게 말 네 마리는 무슨 비밀이 숨어있을지 궁금한 찰나. 정답은?
"쓰마?"('그런가?'라는 뉘앙스로)"???" (사람마다 다르지만5~10초 동안 멀뚱멀뚱)"하하하하,깔깔깔깔" (5~10초 후)5초 후부터 사람들이 웃기 시작한다. 심지어 폭소에, 광분까지 한다. 중국어를 배운 한국사람은 '쓰마'라고 하면 어떤 말에 대한 응대로 '그런가?' '그렇습니까?'처럼 반문을 나타내거나,'그렇군'이란 동의를 뜻한다.'스마(是嗎?)'라고 한다.'쓰마(四馬)'는 바로 네 마리의 말을 말하며 '그런가?'로 연상하는데 딱 몇 초면된다. 본토 발음? '스'건 '쓰'건 중요하지 않다. 중국어 배웠거나 중국생활 몇 달이면 자연스럽게 아는 뜻이니 반응속도에 따라 편차는 있기만 박장대소하기 마련이다.
이번 여행의 최고의 '한수'였다. 초원의 아침에 외친 '쓰마?'가 누그러질 즈음 한 떼의 양이 진군을 한다. 수십 마리가 한꺼번에 길을 건너고 있다. 유심히 살피면 재미있다. 대장 양이 동선을 살핀 후 조심스레 길을 건너면 차례로 빗물을 뛰어넘는다. 혹시라도 미처 넘어가지 못한 양이 있을지 꼼꼼하게 살펴보는 양이 있다. 양치기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또렷하게 길을 응시하며 선두를 이끄는 양, 한 놈도 빠트리지 않고 감시하는 양까지 각각 역할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 바상초원의 아침. 밤새 내린 비로 흙탕물로 변한 길을 넘어가려는 양떼들. 나름대로 역할분담을 하는 대장이 있어 무사히 다 건넌다.
최종명

▲ 바상초원의 아침에 만난 현지 아주머니의 순박한 미소.
최종명
아침 기운이 생생한 마을에 나온 할머니도 정겨운 미소로 화답한다. 돌담 아래에 서서 장난기 어린 웃음으로 바라보는 인상이 아침 공기만큼 싱그럽다. 간밤에 내린 비로 더욱 풍성한 풀을 뜯는 말들을 뒤로 하고 이제 초원의 하루를 마친다.
바상(壩上)초원은 350㎢에 이르는 완만한 초원이다.내몽고 고원의 한 부분이긴 하지만 해발은 평균 1500m 정도의 낮은 구릉이 많다. '징베이제일초원(京北第一草原)'이라 일컬으며 관광지이자 휴양지가 곳곳에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호수가 있고 도랑과 협곡도 펼쳐져 있으며 연못과 습지도 있는 초원이다. 사계절 훌륭한 경치를 연출하는데 취향에 맞게 제대로 찾아가면 꽤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다. 베이징에서 가까운 관광지로 각광을 받으며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발을 돌려 가파른 마라산(喇嘛山) 산길을 넘고 잠시 차가 멈췄다. 서서히 안개가 걷히고 시야가 좋아지고 구불구불 산길 모습도 아름답다. 지나가는 차들이 있어 다소 위험해도 산을 넘은 기분으로 잠시 쉬어도 좋다.
조금 더 지나니 마라산 불주동(佛珠洞)과 마애조상(摩崖造像)이 보인다. 두 곳 다 가파른 절벽 위에 있어 하나만 가보기로 했다. 마애조상 석불영산(釋佛靈山) 패방 따라 가파른 암석 계단을 오르니 거대한 미륵동상과 한백옥으로 곱게 조각된 관음보살이 차례로 앉았다.가장 위 동굴 안에 앉은 석가모니 조상 앞은 10명 정도가 서면 좁아서 위험하기조차 하다.뒤돌아 보면 멀리 전경이 확 펼쳐진다.

▲ 바상초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오른 마라산석불조상에서
최종명
땀내가 날 정도로 가파르지만 30분이면 오를 정도로 높지는 않다. 내려오는 길 옆 바위 위로 자란 와송(瓦松)이 많다. 백 년 이상 지난 지붕 위에 솟아나고 마치 탑 모양을 닮아 탑와송(塔瓦松)이라고도 불리는데 다년생 이끼류 식물로 북경 외곽에 의외로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바위솔이라 부르는데 민간에서 암 수술 후 전이방지 효과가 탁월하다고들 한다.
펑닝만족자치현으로 들어서니 점심 때이다. 투청(土城)진에 차를 세우고 식당을 찾아 들어간다. 원후이주자(文惠酒家)라는 식당인데 메밀로 만든 국수가 나온다. 한때 중국을 주름잡던 타타르족(다다족韃靼族)이 널리 보급한 메밀국수는 보통 면에 국물을 부어 먹는다. 이 식당은 면과 국물을 따로 내온다. 이런 독특한 먹거리 방식이 만주족과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짜고 양념 많은 중국식당에서 나름대로 흙 냄새 나는 담백한 맛을 느껴본다.
점심을 먹고 거리로 나선다. 강아지 두 마리가 햇빛을 째고 보듬고 앉은 모습이 귀엽다. 더 귀여운 것은 강아지를 데리고 놀던 아이들이다. 강아지는 사람 냄새 나면 먼저 꼬리를 흔들지만 아이들은 부끄러워 고개를 돌린다. 그만큼 순박하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 가족처럼 어울려 사는 양,소, 말이 있는 초원을 담아오며 한껏 웃고 농담도 좋은 추억을 가져다 준다는 걸 느낀 행복한 1박2일, 정겨운 벗들과 다시 가고 싶다.

▲ 바상초원에서 돌아오는 길에서 오른 마라산 부근에서 본 암 전이방지 효과가 탁월하다고 알려진 와송(바위솔)과 투청진에서 만난 아이들
최종명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중국발품취재를 통해 중국전문기자및 작가로 활동하며 중국 역사문화, 한류 및 중국대중문화 등 취재. 블로그 <13억과의 대화> 운영, 중국문화 입문서 『13억 인과의 대화』 (2014.7), 중국민중의 항쟁기록 『민,란』 (2015.11) 출간!
공유하기
"자네, 말 네 마리를 뭐라 부르는지 아는가?"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