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펌글' 공무원, 국가보안법 무죄 판결

재판부 "이적 목적 인정 안 된다"... 변호인 "무분별한 종북몰이에 제동"

등록 2014.01.06 16:58수정 2014.01.0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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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국가보안법위반(찬양, 고무)로 기소된 공무원 A씨에 대해 "이적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관련기사: 33년차 시청 공무원은 왜 면사무소로 좌천됐나 "블로그에 '펌글' 게재했다고 보안법 위반?")

대전지방법원 논산지원(재판장 강지웅, 형사1단독)은 지난해 12월 27일 A씨에 대한 선고공판을 통해 "A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한 펌글은 이적표현물에 해당된다"며 "하지만 이 글을 취득, 소지 또는 반포할 당시 이적 목적을 갖고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었다. 검찰은 A씨가 <자주민보>에 실린 80여 건의 칼럼 등 기사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하고 북한 정권을 찬양하는 동영상을 이메일을 통해 취득했다며 국가보안법상 찬양, 고무혐의를 적용 기소했다.

재판부 "압수수색 후 게시글 삭제가 증거인멸? 아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블로그에 올린 글에 대해 "종교, 삶의 이야기, 우리지역 이야기 등 총 22개 범주 3500건의 자료 중 1건을 뺀 나머지는 각종 사이트에서 게시물을 그대로 복사해 온 것으로 북한 관련 글도 친북과 반공의 양 극단 사이에 넓은 스텍트럼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중 80여 건의 이적표현물만이 A씨의 사상이나 관점과 부합하는 자료라고 단정 짓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서도 "(기소되기 전) 직접 작성한 게시글을 보면 '민족의 비극인 전쟁을 피하기 위해 지속적인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돼 있을 뿐 북한을 미화 찬양하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며 "30년 넘는 기간 동안 공직생활을 해 오다 갑자기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위를 하기로 결심할 만한 이유나 계기를 찾아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북한 정권을 찬양하는 동영상을 이메일을 통해 취득한 데 대해서도 "이메일을 통해 문제의 동영상을 송, 수신한 점은 확인되었으나 검사도 재생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며 "이메일을 받은 것만으로 문제의 동영상을 '취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특히 검찰이 압수수색 이후 A씨가 블로그 글을 일괄 삭제한 것을 '증거인멸'이라고 로 주장한 데 대해 "압수수색 전 삭제하였다면 몰라도 압수수색 이후 증거를 확보한 뒤 삭제한 것을 두고 증거인멸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변호인 "무분별한 종북몰이식 법 적용에 제동"


변호를 맡은 신상훈 변호사(법무법인 명경)는 "무문별한 종북몰이식 국가보안법 적용에 제동을 건 재판부의 판단에 존경과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A씨는 선고직전 재판에서 최후변론을 통해 "개인적인 취미생활로 언론사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는 칼럼과 사설 등을 블로그에 게재했다"며 "이적표현물이 아닌 언론사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는 똑같은 글이 개인블로그에 옮겨 놓는 순간 이적표현물로 둔갑돼 기소되는 이중성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동안 무엇을 잘못했는지 돼새겨 봐도 양심에 한 점 부끄러움 없는 대한민국의 건강한 국민이었고 성실한 공직자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안당국도 정치적인 판단에 의한 공권력으로 더 이상 힘없는 국민을 어렵게 하지 마시고 최소한의 선의를 보여 달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3일 법원의 판결에 불복, 항소했다.
#국가보안법 #고무 찬양 #무죄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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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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