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사나이> 제작진들은 이런 문제의식 있을까

[주장] 얼차려에 생명경시까지... <진짜사나이>, 너무 한다

등록 2014.01.07 20:40수정 2014.01.07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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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 프로그램인 <진짜 사나이>는 <아빠 어디가>와 더불어 죽어가던 MBC 주말 예능 프로그램을 되살린 일등공신이다. 이 프로그램은 작년 4월 첫 방송 이래로 군대를 경험한 예비역은 물론 이야기로만 전해 듣던 군대 내부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아들을 군에 보냈거나 곧 보낼 어머니들과 오빠나 남동생·남자친구를 둔 젊은 여성들에게도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어쩌면 '군대'라는 소재는 우리 국민 전체가 어떤 식으로든지 연결되어 있는 생활밀착형 소재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진짜 사나이>를 통해 군대의 일상적인 모습이 안방에까지 전달될 때에 군 생활은 저런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을 시청자들이 은연중 하게 된다. 사실 세월이 흐르면서 군대의 여러 면들이 과거보다 훨씬 좋아졌지만 지금의 군대 문화도 바뀌어야 할 요소들이 너무나 많다. 그런데 이런 요소들까지도 예능의 한 부분으로 가볍게 처리되고 넘어가는 것 같아 씁쓸한 점도 없지 않다.

먼저는 군기라는 이름으로 인권에 대한 경시가 적지 않게 드러나는 점을 들 수 있다. 지난 1월 5일 방송분을 보자면 연예인 병사들과 갓 훈련소를 나온 일반병이 GOP 근무를 끝내고 자대에 배치되는 장면이 나온다. 전입 병사들이 오면 기존의 병사들은 군기를 잡을 요량으로 굉장히 까다롭게 굴고 겁을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분대원들 소개가 끝난 뒤 분대장이 전입 온 병사들에게 관물대를 정리하라고 지시한다. 그 때 전입 온 이병이 쏜살처럼 일어나 짐을 정리하려고 하자 곧바로 분대장이 "누가 기상하래! 앉아! 누가 기상하래!" 하고 고압적으로 말하면서 날카롭게 쏘아본다. 주눅이 든 이병은 그저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그 이병은 분대장의 지시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다. 다만 분대장은 그 지시 이후 이어서 다른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인데 그런 상황이었으면 그냥 '앉아서 내 말 다 듣고 행동하라'고 하면 될 일이다. 눈을 부라리고 "누가 기상하래!" 하고 겁박할 필요도 없는 일이고, 이병이 "죄송합니다"라고 말할 일도 아니었다. 

또한 <진짜 사나이>를 보면 교관이나 선임들이 한 두 번 가르쳐주고는 처음 따라하는 연예인 병사들이 제대로 해내지 못할 때 얼차려를 주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프로그램 특성상 촬영하는 일주일 내에 해야 할 과제들이 많기 때문에 각 부대에서 요구하는 미션들을 빠르게 습득하고 따라해야 하는 불가피한 면이 있다. 그러나 단번에 못 해낸다고 '정신 못 차린다' '기합이 빠졌다'고 얼차려를 주는 것이 합당한지 의문이다.

어쩌면 군대의 이런 풍경은 너무나 일상적이기 때문에 시청자 중에서는 무엇이 문제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군대에서의 인권에 대한 가치를 낮춰 잡고 있기 때문에 상관으로부터 부당한 욕을 먹어도 군대에서는 당연한 일처럼 여기는 것이다.


군기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군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자. 사실은 군기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들로 인한 구타와 신체적·언어적 폭력이 무수히 자행되고 있다. 단지 후임을 노예처럼 길들이기 위한 방편으로 군기라는 용어가 남용되고 있을 뿐이다. <진짜 사나이>에서도 군기와 인권경시를 구분하지 못하고 군대니까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처럼 여기고 방송으로 내 보내는 장면은 없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2014년 1월 5일 방송에서는 야외 전술훈련 장면이 공개되었다. 적군이 점령하고 있는 고지를 아군이 탈환하는 훈련인데 방송출연자들도 나뉘어 창과 방패의 대결을 벌인 것이다. 서로 총을 겨누고 죽이고 죽는 전투 장면이 그대로 안방에 전달되었는데 실제 총탄과 포탄이 작렬하는 훈련 현장이 전쟁이라는 이미지보다 흥미진진한 서바이벌 게임장을 연상케 했다.


물론 <진짜 사나이>라는 프로그램이 예능이기 때문에 군대에서의 훈련을 심각하게 다룰 이유는 없으나 전쟁을 대비한 가상 훈련을 마치 전쟁놀이처럼 너무 가볍게 대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쟁은 강토가 망가지고 사람이 죽어나가는 매우 참혹하고 비극적인 일인데 이런 식으로 다루어진다면 그것을 보고 자라나는 아이들은 게임하듯이 전쟁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길지 모른다. 

훈련에 참가한 방송출연자들도 "내가 OO를 죽여야겠다고 생각했다."라든지 "내 목적은 일단 OOO를 죽여야 된다... 내가 OOO 있는 위치 파악해서 죽여버렸어요"라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아무리 훈련이라지만 생명에 대한 가치를 절하하는 장면을 여과없이 내보낸 점은 아쉽다.

마지막으로 남성성에 대한 왜곡된 표출과 여성 비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프로그램의 패턴 중 하나는 힘들거나 때로는 무료한 군대 일상 속에 갑자기 걸그룹이 연병장에 나타나 병사들로 하여금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다.

그토록 군기를 강조하는 군대에서도 걸그룹이 나타났을 때 병사들이 광란에 빠지는 모습에는 침묵한다. 절도와 질서는 이미 안중에 없고 걸그룹의 손이라도 한 번 잡아보려고 모두들 무대 앞으로 몰려가 아우성을 친다. 무대에 선 걸그룹 멤버들은 섹시함을 극대화 한 모습을 연출하고 방송출연자들을 비롯한 병사들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바라보거나 환호한다.

이때 여성은 인격체가 아닌 남성에 의한 하나의 성의 수단이 된다. 이것을 지켜보는 시청자들 또한 부지불식간에 군대에서 억눌린 스트레스는 성적인 수단으로 푸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질까봐 두렵다. 또한 온 가족이 둘러보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같은 모습을 되풀이 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앞으로 <진짜 사나이>가 이같은 점들을 개선하여 좀 더 유익한 방송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진짜사나이 #예능프로 #감상평 #군대문화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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