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울산시장 후보, 전략공천 '모락 모락'

[분석] 친이·친박의 뒤바뀐 운명

등록 2014.01.14 17:03수정 2014.01.1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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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을 앞둔 2012년 5월 4일 울산으로 온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울산 남구 달동 울산시당사에 열린 총선공약실천본부 출범식에서 강길부 의원, 박맹우 울산시장, 정갑윤 의원, 김기현 의원, 박대동 의원 등(왼쪽부터 시계방향)과 함께 민생우체통을 내걸은 후 박수를 치고 있다. 이중 강길부, 정갑윤, 김기현 의원은 올해 울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현재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선을 앞둔 2012년 5월 4일 울산으로 온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울산 남구 달동 울산시당사에 열린 총선공약실천본부 출범식에서 강길부 의원, 박맹우 울산시장, 정갑윤 의원, 김기현 의원, 박대동 의원 등(왼쪽부터 시계방향)과 함께 민생우체통을 내걸은 후 박수를 치고 있다. 이중 강길부, 정갑윤, 김기현 의원은 올해 울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현재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 울산시당

올해 6.4 지방선거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3선 제한으로 물러나는 박맹우 시장에 이어 누가 울산시장에 당선되느냐 하는 것이다.

울산은 인구가 118만여 명이지만 한 해 1000억달러를 수출하고 지역내총생산(GRDP)과 시민 소득수준이 전국 최고라 산업수도라 불린다. 이 때문에 인구 규모가 훨씬 큰 부산, 대구와 맞먹을 정도의 위상을 가진 도시다.

울산은 특히 연간 예산 2조 7000억 원의 쓰임새가 지역 각계와 얽히고설켜 있어 울산시장자리는 시민구성원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요직 중의 요직으로 불린다.

이때문에 여권은 물론 야권에서도 이번 선거에 사활을 걸고 울산시장직에 도전하는 분위기다. 야권에서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이영순 전 동구청장이 일찌감치 시장 후보를 선언하고 민심을 훓고 있고, 민주당도 심규명 시당위원장이, 그리고 정의당에선 조승수 전 국회의원이 조만간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남권 특유의 보수우위 정서로 인해 울산시장은 구청장과 달리 여권의 공천을 받으면 '반은 이기고 들어간다'는 속설이 굳어져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여권에서는 현역 국회의원 3명과 현직 구청장 등 4명이 공천을 받기 위해 피를 말리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가에서는 여권 후보 중 유일하게 친 박근혜 계열로 불리는 정갑윤(울산 중구) 의원의 전략공천설이 모락모락 피어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새누리당 울산시장 후보 전략공천설이 퍼지는 이유는?  


현재 여권내 울산시장 후보군으로는 지난해 연말 출마를 선언한 김두겸 남구청장과 강길부, 김기현, 정갑윤 국회의원 등 4명이다.

이들은 각종 언론 여론조사에서 엎치락 뒷치락하며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대부분 후보군들이 정치생명의 마지막 배수진을 칠 정도로 공천경쟁이 치열하다. 여권내에서 분열을 우려해 전략공천 필요성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부터 22일까지 인도와 스위스를 국빈 자격으로 방문하면서 새누리당 4선 중진인 정갑윤 의원을 특별 수행원 자격으로 동행시키기로 한 것이다.

물론 정갑윤 의원이 현재 한·인도의원 친선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지만 울산시장 선거를 5개월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 때문에 지역 정가에서는 박 대통령과 당 핵심부가 친박근혜 계열인 정갑윤 의원을 복심에 둔 것 아니겠나 하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갑윤 의원의 친박 행보는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맥을 찾을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던 박근혜 후보는 선거 때마다 지역 정치인들에게 지원 유세를 하는 등으로 도움을 줬다.

하지만 막상 2012년 본인이 대선 후보로 나와 이명박 후보와 당내경쟁을 벌이자 하나같이 등을 돌리고 이명박 후보쪽으로 기울었던 것. 정갑윤 의원은 당시 유일하게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면서 이후 이명박 정권 내내 소외됐다는 평이 나왔다.

70이 넘은 나이를 고려해 울산시장 선거를 정치의 마지막 행로로 삼고 있는 강길부 의원의 경우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때 울산시장 공천을 노렸다.

대표적 친박근혜 계열로 꼽히며 3선을 노리던 박맹우 시장과의 공천 경쟁에 뛰어들었는데, 당시 한 중앙일간지가 'MB의 부·울·경 복심 이들을 보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울산시장 후보 복심이 강길부 의원쪽에 있다고 보도하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강길부 의원은 4대강 TF 팀장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준 임무를 완수하면서 당시 이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을 얻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다수 언론이 '박맹우=친박' '강길부=친이'로 규정해 잇따른 분석 기사를 내보내면서 '강길부 공천'에 대한 분위기가 고조됐다. (관련기사: <MB가 강길부 낙점? 한나라당 울산시장 공천 회오리>)

하지만 2010년 6.2 지방선거를 불과 2개월 반 남겨 놓은 3월 26일 백령도 앞바다에서 천안함 침몰 사건이 발생하면서 정국이 어수선해지자 당시 한나라당은 당내 분열을 고려해 현직인 박맹우 시장으로 공천을 결정지었다.

강길부 의원으로서는 천안함이라는 복병을 만나 울산시장이 되는 기회를 노친 후 대망을 위해 4년을 기다린 셈이지만, 이명박 대통령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친이' 라는 족쇄를 차게 됐다.

전력공천설의 한 근원지로 현재 새누리당 실세로 불리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정갑윤 의원의 경남고 선배라는 점도 제기된다. 경남고 동문회의 교류설도 정가에서는 파다하게 퍼진 상태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도 여권내 울산시장 후보군들은 공천 경쟁을 향한 줄기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수년 전부터 울산시장 준비를 해온 것으로 지역계에 널리 알려진 김두겸 남구청장은 오는 22일 울산 남구 삼산동 롯데호텔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질 계획이며 강길부 의원도 조만간 출마선언을 할 예정이다.

한때 언론에서 유력한 울산시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울산 남구 을)은 여전히 관망세를 유지하는 분위기다.

친이·친박 뒤바뀐 운명...친이 최병국 공천 탈락 후 지금은?

하지만 이같은 새누리당 울산시장 후보의 전략공천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이명박 정권 때 공천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던 친이 세력들이 박근혜 대통령으로 권력의 중심추가 기운 후 공천 탈락에 반발하는 등 휴유증이 있었기 때문.

1000만 관객을 눈앞에 둔 영화 <변호인>에 나오는 검사의 실존 인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최병국 전 의원은 지난 2012년 총선 때 울산 남구갑에서 4선을 노렸지만 이채익 의원으로 전략공천되고 자신은 탈락하자 무소속 출마를 위해 그해 3월 12일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하지만 지도부의 만류로 실제 출마는 하지 않았다.

한 때 울산지역 맹주로까지 불렸던 최병국 의원은 4선 문턱에서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후 현재까지 이렇다할 활동을 하지 않은 채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멀어지고 있다.
#울산시장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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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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