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보기 톰의 집에 어서 오세요>겉표지
알에이치코리아
수영장까지 갖춰진 커다란 저택에 20대 초반의 남녀 10명을 '감금'시켜두면 어떻게 될까. 저택 안에는 TV도 없고 유선전화도 없다. 저택안으로 휴대폰을 포함한 모든 통신기기들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바깥 세상과 완벽하게 차단된 것이다.
한 술 더 떠서 저택안 곳곳에는 CCTV가 30대 설치되어 있고 도청기가 40대 장치되어있다. 젊은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조리 감시하고 컴퓨터에 저장할 수 있는 것이다. 술을 포함한 각종 식료품들은 늘 충분하게 공급된다.
어찌보면 굉장히 재미있는 상황이다. 만일 '바른 생활' 젊은이들만 모여있다면 나름대로 괜찮은 공동생활이 유지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규칙적으로 당번을 정해서 청소를 하고 식사를 준비하면서 여유있고 한가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소위 말하는 '양아치'들이 모여있다면 어떻게 될까?
한 지붕 아래 모인 열 명의 경쟁자벤 엘튼의 2001년 작품 <엿보기 톰의 집에 어서 오세요>에서 그런 상황이 펼쳐진다. 이런 상황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곳은 피핑 톰(Peeping Tom)이라는 이름의 프로덕션이다. 이들은 대저택에 젊은이들을 가두어두고 이들의 일상을 모조리 녹화한 다음에 그것을 편집해서 방송국에 판매한다. 당연히 이들의 일상은 전국으로, 나아가서 해외로도 방송된다. 어찌보면 유명인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문제는 모인 사람들이 너무 다양하는 점이다. 남자 5명, 여자 5명. 이들의 직업과 인생관도 모두 제각각이다. 독수리를 포함한 온갖 종류의 문신을 새긴 사람도 있고 '트라우마 치료사'라는 희한한 직업을 가진 사람도 있다.
말 끝마다 욕설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여성도 있다. 몇 달 동안 씻지 않아서 악취를 풍기며 머리에는 벼룩이 기어다니는 무정부주의자도 있다. 이들이 여기에 모이게 된 이유는 단순하다. 유명해질 수 있고 잘만하면 돈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핑 톰은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하나의 조건을 내걸었다. 마지막에 남는 한 명에게 50만 파운드(한화 약 8억 5천만원)의 상금을 주겠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참가자들의 투표, 그리고 시청자들의 투표를 통해서 일주일에 한 명씩 탈락자를 정한다. 그렇게 9주가 지나면 생존자 한 명이 남는 것이다.
공동생활을 참지 못하는 사람은 언제든지 저택을 떠날 수 있다. 스스로 탈락자가 되는 것이다. 전국의 TV 시청자들은 이 독특한 발상에 열광하며 시청율은 점점 높아져 간다. 참가자들의 스트레스도 거기에 걸맞게 올라간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는 결국 잔인한 살인사건으로 이어지고 만다.
마지막에 누가 살아남을까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유명해지길 원한다. 유명해질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각오가 되어있는 사람들도 있다. 피핑 톰이 노린 것도 바로 이런 점이다. 10분의 1은 죽을 수도 있지만, 나머지 10분의 9는 세계적인 유명인이 될 수 있다.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그 일에 달려들지 모른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하더라도.
어쩌면 죽은 다음에라도 유명해지기 위해서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유명해지고나면 거기에는 치러야 할 대가가 있다. 자신의 과거가 남들 앞에 가차없이 밝혀지고, 자신의 일상도 끈질긴 파파라치들을 통해서 공개될 가능성이 많다.
<엿보기 톰의 집에 어서 오세요>에서는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유명해지려는 사람들을 보여주고 있다. 남들이 보기에는 별 볼 것 없는 재능과 능력으로도 유명해지는 요즘 세상이다. 그렇다면 나라고해서 유명해지지 말란 법은 없지 않은가? 아무튼 유명해진다는 것은 좋은 것이니 말이다.
엿보기 톰의 집에 어서 오세요
벤 엘튼 지음, 박슬라 옮김,
알에이치코리아(RHK),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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