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사르 호수의 저녁 무렵 풍경. 호수는 자이살메르 도시 중심부에서 도보 30분 거리에 있다.
Dustin Burnett
자이살메르 요새, 세월에 묻히지 않고 숨쉬는 이유
그런고로 자이살메르에 온 이유는 굳이 낙타 사파리 때문이라기보다, 좀 싱겁지만, 딱히 별다른 목적지가 없어서였다. 어쨌든, 낙타 사파리를 제외하고서도 자이살메르는 마음에 드는 도시였다. 사막의 흙으로 조물조물 지어 올린 자이살메르의 모래색 집들과 성채. 사막의 건조한 바람에 쓸리는 모습이 잔잔한 평화를 안겨준다.
인도와 중앙아시아 사이에서 많은 부를 얻었던 지난날의 영광 덕인지, 사암으로 깎아 올린 건물들은 모두 흠잡을 데 없이 아름답다. 아직 관광객의 손이 덜 탔는지, 혹은 흥하는 무역 덕에 먹고 살 만한지, 다른 관광 도시들처럼 돈과 초콜릿을 요구하는 아이들도 없다.
여기에 하나 더. 사막의 신기루처럼 솟아있는 자이살메르 요새에는 아직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 웅장함에 대해서야 조드푸르의 메헤랑가르 요새나 자이푸르의 암베르 요새에 비할 바 안 되지만, 자이살메르 요새는 단순한 유적지가 아닌 거주지라는 점에서 다르다. 학교에 가는 교복 입은 아이들,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껏 치장하고 거리를 나서는 여인들. 자이살메르 요새는 역사와 세월에 묻히지 않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 있다.
물론 관광객을 끌기 위한 식당과 상점, 호텔이 대부분이기는 하다. 모래벽에 장식된 현란한 라자스탄 스타일의 양탄자, 천연색의 옷, 야무지게 만든 가죽 신발이 눈길을 끈다. 이보다 매력적인 쇼핑센터가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