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은 들러리? 이준석처럼 '팽' 당할 일 없다"

[인터뷰] 안희철 새정치추진위원회 청년위원... "스펙 앞세우는 건 구태"

등록 2014.01.22 20:49수정 2014.01.22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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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철 새정치추진위원회 청년위원 “스펙만 앞세우는 게 구태 정치다”

안희철 새정치추진위원회 청년위원 “스펙만 앞세우는 게 구태 정치다” ⓒ 김종훈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행보가 분주하다. 인물난 때문이다. 사태 해결을 위해 지난 15일 교수·영화제작자·학생을 포함하는 새정치추진위원회(이하 새정추) 새 인물 8인을 발표했지만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 새정추를 향한 우려의 시선이 더욱 커졌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한 사람이 생겼다. 바로 새정추에 합류한 84년생 안희철(30) 청년위원이다. 그는 '박근혜 키즈'로 불렸던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와 대비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준석 전 위원이 새누리당에 '스카웃'된 경우라면, 안 위원은 안철수의 '유스 시스템'을 통해 자발적으로 자리를 꿰찬 경우다. 실제로 그는 '청년들의 새로운 정치'(이하 청새치)> 창립회장이다. 현재 서울대 로스쿨에 재학중이다. 이번에 발표된 새정추 8인 중 유일한 학생이다.

안 위원이 처음부터 정치에 관심 가졌던 것은 아니다. 그 역시 스펙 좋고 공부 잘하는 평범한 물리학도였다. 그러다 2011년 본격적으로 정치에 눈을 떴다. '포항 열린학교'에서 야학 교사를 하며 청년들의 변화를 몸으로 체험한 탓이다. 스스로 "정치가 현실을 바꿀 수 있음을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이후부턴 본격적인 생활정치를 시작했다. 청새치 활동을 벌이며 '청년 생활과 밀접한 정책과 입법 제안'을 목표로 삼았고, 미용보조 등 견습생 인턴을 위해 '인턴보호법'도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안 위원은 지난 대선 때 안철수의 진심캠프에 몸담았다. 이후의 결과는 모두가 잘 알 듯, 안철수 후보는 중도 사퇴했고 진심캠프는 해산됐다. 그는 "이날의 아픔을 또렷이 기억한다"고 말했다. 새정추 청년위원으로 도전한 이유도 "새정치가 허무하게 사라지는 게 억울해 합리적인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바꾸고자"라고 했다.

안 위원이 거쳐온 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본 새정추 내부에선 그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다. 내심 지난 대선 때 불었던 '이준석 효과'가 불어오길 기대하는 눈치다. '박근혜 키즈 이준석'의 선례가 있듯, 청년 정치인은 기성 정치권에 여전히 매력적인 카드다. 하지만 아직 판단은 이르다. '제2의 이준석'이 될지 혹은 '안철수의 새 남자'로 기억될지는 그의 행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

20일 오후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안희찬 새정추 청년위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래는 일문일답이다.

"우리는 청년들을 들러리로 세울 생각없다"


- 안철수와 안희철 이름이 비슷하다. '문중 인물 아닌가'하며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웃으며) 절대 아니다. 새정추에서 저처럼 안철수 의원과 아무것도 엮이지 않은 사람을 찾기 어렵다."

- 현재 새정추 청년위원이다. 그럼 '청년위원회' 대표도 맡은 건가?
"아직 아니다. 저는 새정추 청년위원일 뿐이다. 청년위원회 위원들은 안철수 의원이 직접 만나보고 뽑고 있다. 오늘도 2시간 넘게 안 의원이 직접 면접을 진행했다. 그만큼 새정추는 청년들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청년위원회의 역할이다. 우리는 절대 청년 한두 명에게 모든 시선을 집중시키지 않을 거다. 청년을 들러리로 세울 생각도 없다. 우리들의 목표는 '내부적인 육성'이다. 바르셀로나 유소년 축구팀을 생각하면 된다. 청년들이 정당에서 자연스럽게 능력을 쌓고 이 정당에 오래 있으면 정치를 할 수 있다는 자연스러움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 그런데 왜 굳이 안철수인가?
"안철수 의원이 말했다. '청년들의 사다리가 되고 싶다고….' 이 말이 나를 움직였다. 청년 정치인이 성장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과 환경, 구의원·시의원 등 기초의원 과정을 거쳐 국회의원까지 가게하고 최종적으론 대통령까지 도전하게 하는 그런 정당, 우리나라에 없는 정당모델이다. 안철수 의원은 그것을 말했다."

청년문제로 돌아와 삼성 등 대기업이 대대적으로 취업구조를 개편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미 학벌, 토익, 연수 등 8대 스펙으로 힘겨워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어떤 해결책이 있는지 물었다. 하지만 안희철 새정추 청년 위원은 "새정추 내부적으로 계속 치열한 논의중"이라고만 짧게 답했다.

- 그렇다면 안철수의 새정추 목표는.
"제대로 된 정치를 하는 것이다. 막연하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 권리를 대변하고 잘못된 정치를 하지 않는 게 진짜 새정치다. 지금까지의 정치를 생각해 보자. 머릿속에 그려지는 잘못된 정치. 그것에 반대되는 정치가 새정치다."

- 그 안에서 청년들이 구체적이고 차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청년정책으로는 일자리, 교육문제, 반값등록금, 알바 등 많다. 하지만 그런 것 중 하나를 꼽아 밀고 가는 게 맞나 싶다. 중요도라는 것이 있다. 청년위원회가 만들어지는 상태에서 추진위원을 달았다고 해서 '이거를 우리가 밀고 있다'고 드러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청년위원들이 많이 참가한 상태에서 해결할 문제들을 하는 것이 옳다. 이슈화시키기 쉬운 것만 골라하지 않겠다."

새정추 청년위원 면접 중인 안철수 안희철 위원은 새정추의 정치 형태로 '바르셀로나 유소년 축구팀'을 생각하라고 말했다.

새정추 청년위원 면접 중인 안철수 안희철 위원은 새정추의 정치 형태로 '바르셀로나 유소년 축구팀'을 생각하라고 말했다. ⓒ 새정추 SNS 갈무리


"스펙만 앞세우는 건 구태정치다"

- 이준석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일각에선 이준석과 손수조를 보며 정치권이 청년들을 이용하고 '팽'했다고 말한다.
"나는 팽 당할 것을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청년들을 내부적으로 육성하고 키우는 것을 매우 중시한다. 앞서 밝힌 대로 'FC바르셀로나 유스팀'을 생각해 달라. 안철수 의원 역시 '청춘콘서트' 등으로 청년들과 연관이 굉장히 깊다. 물론 가장 쉽게 발굴할 수 있는 방식은 스펙 좋은 친구를 내세우는 것이다. 새정추도 충분히 그런 식으로 할 수 있다고 본다. 이준석이나 손수조의 예도 하나의 방식이다. 하지만 새정추의 방법은 아니라는 거다. 바람직한 방식이 아니다."

안희철 새정추 청년위원은 "분명한 건 함부로 말할 순 없지만, 청년 한두 명 앞세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듯 강조했다.

- '새바람'을 고려해 청년들이 밀집된 관악구나 서대문구에 청년 구청장이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겠다. 나는 안 한다. 지금 학생이다. 내년에 볼 변호사 시험이 우선이다. 다만 이렇게 생활정치를 하는 이유는 학생임에도 충분히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다. 충분히 학생도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저는 그걸 보여주고 싶다."

기자가 "정말 국민이 바라는 대의라면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다시 물었다. 이에 안 위원은 "청년 위원 중에 괜찮은 친구가 있으면 나올 수도 있지만 우선 역량을 갖춰야 한다"라며 "제대로 된 정치라면 역량이 없는데도 함부로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게 바로 구태 정치다"란 말도 잊지 않았다.

- 투표 연령을 18세로 낮추는 문제가 다시 이슈화되고 있다.
"논의도 안 됐고 합의도 제대로 안 됐다. 문제는 충분히 국회 내부에서 논의도 안 한 상태에서 당론으로 치고받고 싸우고 있다. 이것이 왜 의미가 있는지 논의하고, 여론조사도 해보고 국민께 알려야 한다. 지금은 그냥 싸우는 모습에 불과하다. 구태 정치다."

- 이준석 전 비대위원이 지난 12월 26일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안철수캠프, 청년 리더 발굴 못한 정당"이라고 말했다.
"서로 비슷한 점이 있다 보니 계속 이준석씨와 연결되는 것 같다. 우리가 그런 발언에 신경을 썼다면, 안철수 정당에서도 스펙 좋은 몇 명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들을 앞에 세워놓고 이슈화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게 제대로 된 발굴인가?

이준석씨가 왜 깊이 생각 안 했는지 아쉽다. 제대로 된 발굴을 위해서는 그 사람의 스펙을 앞세워 이슈화할 것이 아니라, 새정추처럼 청년위원회 등 오래된 경험을 통해 사람의 역량을 판단하고, 역량이 있는 사람이 리더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게 발굴이다. 대선 캠프 때 반짝 앞세워서 이슈화시키는 것은 기성정치이다."

- 안철수의 소통, 새정치, 아직 너무 두루뭉술하다. 20일엔 '서울시장 양보발언'까지 했다.
"안철수 의원의 뜻을 판단할 순 없다. 다만 정당으로서 서울시장 후보를 내기 위한 결연한 의지를 표시하기 위한 것이다. 제대로 된 정당이라면 후보를 내야 한다. 제대로 된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 새바람을 일으키는 청년들의 역할을 보여 달라.
"이번 겨울 내로 '(가)청년 정치학교'를 시작한다. 제대로 된 교육을 많이 시키려고 한다. 많은 청년들이 교육받고 이들이 청년위원회 소속도 되고, 하나의 육성 시스템도 만들게 된다. 기성 정당아카데미처럼 6주나 8주짜리 단기 프로그램이 아니다. 수료증 주고 땡 하는 것이 아니다. 특정 주제들 특히 언론, 정치 등 실제 정치를 위해서 꼭 필요한 것들을 배울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FC바르셀로나 유스팀'처럼 전문화된 사람을 키우는 거다. 이번 겨울부터 시작한다."
덧붙이는 글 김종훈 기자는 <오마이뉴스> 제19기 인턴기자입니다.
#안희철 #안철수 #새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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