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만원짜리 손, 당신이라면 만족하시겠습니까?

[인터뷰] 20년째 의수 만드는 최인균씨 "있는 그대로 다닐 수 있는 사회 오길"

등록 2014.01.24 19:21수정 2014.01.24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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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세 마디, 손목, 팔 한쪽.

상점의 투명한 유리창 넘어 진열대에 가지런히 정리된 물건들이다. 언뜻 보면 실제 신체와 유사해 께름칙한 기분이 든다.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 대로변에는 의수, 의족 상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평소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진열품들은 지나가는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작업실 곳곳에 실제 손과 비슷한 의수가 놓여 있다. ⓒ 안형준


안으로 들어서면 짙은 고무와 석고 냄새, 약품 냄새가 후각을 자극한다. 곳곳에 만들다 만 의수가 흩어져 있다. 손의 모양과 색, 부위는 각각 다르다. 손 외부에는 주문한 사람의 이름과 특징이 기록돼 있다. 제작이 분업돼 있어 한쪽에선 환자의 환부를 본뜬 석고를 다듬고, 다른 한쪽에선 만들어진 의수를 매끄럽게 하려고 연마기로 갈고 있었다. 석고 가루와 연마기에서 내뿜는 가루로 실내는 탁했다.

"의수를 보고 만족하는 고객은 없어요"

최인균(44) 사장은 20년째 절단장애인을 위한 의수를 제작·판매하고 있다. 최 사장의 아버지가 의수 제작하는 일을 했기 때문에 "거부감은 없었다"고 한다. 그는 한 달 평균 100여 개의 의지·의수를 판매한다. 의수의 경우 미관형과 기능형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미관형은 절단된 부위를 실제 신체와 가장 비슷하게 만드는 제품이다. 재질은 PVC와 실리콘으로 나누어진다. 실리콘으로 제작된 의수(손목 관절)는 75만 원으로 PVC 재질 45만 원에 비해 약 30만 원 정도 차이가 난다.

PVC 재질 의수는 내구성이 좋고 환부에 따라 모양변경이 가능하지만, 쉽게 때가 타 자주(6개월마다) 교체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실리콘 의수는 외부 모양이 PVC에 비해 더욱 실제와 비슷하고 부드럽지만, 쉽게 닳고 찢어져 1년 주기로 교체해야 한다.

기능형은 의수 내부의 전자기기로 관절을 움직일 수 있게 한 제품이다.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하고 비싼 건 1000만 원이 넘는 가격과 무겁고 불편한 까닭에 소비자가 많이 찾지 않는다.


손금과 지문, 핏줄까지 섬세하게 표현된 미관형 의수 ⓒ 안형준


의수는 100% 주문 제작이다. 주문이 들어오면 절단 환자의 환부를 체형하고 원하는 피부색과 재질을 고른다. 체형을 바탕으로 석고로 환부와 똑같이 모양을 만들고 겉에 실리콘이나 PVC로 덮어 의수를 만든다. 의수를 만들 땐 섬세함이 생명이다. 소비자는 '실제와 똑같은 의수'를 원하기 때문에 핏줄, 지문, 주름, 손톱까지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과거에는 모양만 같았지만, 지금은 손가락 안에 관절을 접었다 펼 수 있는 철사가 들어가 정교함이 더해졌다.

"주문한 사람의 피부색, 환부를 파악해 원하는 모양으로 만듭니다. 하지만 만족하는 소비자는 없어요. 절단 전 신체와 같을 수 없으니까요. 제작된 의수를 보고 크게 실망하세요. 심지어 집어 던지는 분도 있었어요."

최 사장은 "손님이 불만이 없으면 제일 뿌듯하다"고 말한다. 의수를 만들다 보면 힘든 점이 또 있다. 제품을 만들 때 나오는 유기용제(시너, 아세톤)나 석고 가루 때문에 호흡기 질환을 직업병으로 달고 산다.

"'장애인 보호구 급여제도', 현실 반영 부족해"

건강보험관리공단의 절단장애인을 위한 장애인 보호구 유형과 기준액 ⓒ 안형준


'장애인 보호구 급여제도'는 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 지원하는 제도로 두 가지 대상으로 나누어진다. 산업재해 대상은 건강보험관리공단 산하 재활공학연구소에서 수가금액 내 구매와 수리, 교체가 가능하다. 그래서 추가적 금액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반 절단 장애인의 경우, 수가 금액은 같지만 사설 업체에서 구매해야 한다. 의수의 경우 주문 제작이라 업체마다 가격이 다르다. 즉, 기준 금액이 없어 '부르는 게 값'이다. 이 때문에 측정해 놓은 수가금액을 넘어서면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또한, 내구연한이 4~5년으로 정해져 있어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사회의 목소리가 있다.

"한정된 예산으로 지원해야 하는 현실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젊은 여성, 성장기 청소년은 의수를 자주 바꿔야 해요. 때 타고 찢어지면 미관상 안 좋거든요. 그런데 관련 제도는 3~4년에 한 번 교체할 때 보조금을 지급해요."

2009년엔 급여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부당으로 이익을 챙긴 사건도 있었다. 환자 대신 업체가 공단에 신고할 수 있는 점을 이용해 미관형 기기를 기능형 기기로 신고해 업체가 중간에서 차액을 가로챘다. 그 결과 관련 판매업자와 의사 15명이 입건됐다. 최 사장은 "사건 이후 업계 이미지가 나빠져 안타깝다"며 "지금은 환자가 진단서와 관련 서류를 마련하기 번거롭더라도 굳이 대행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절단장애인의 '새로운 손'을 만드는 최인균씨 ⓒ 안형준


최 사장은 고객이 의수에 만족하지 않더라도 의수 만드는 일을 계속 할 예정이다. 배운 게 '의수 제작'이고 잘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의수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에 한 마디 남기며 인터뷰를 마쳤다.

"사실 미관형 의수를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어요. 그냥 있는 그대로 다녀도 됩니다. 우리 사회에서 미관형 의수가 잘 팔리는 건, 절단 장애인에 대한 시선이 예민한 까닭이죠. 차별 없는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봤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안형준 기자는 오마이뉴스 19기 인턴기자입니다.
#절단 #의수 #절단장애인 #의족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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