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바로세우기 운동본부가 걸어놓은 현수막. 희망버스단을 반대세력으로 보고 밀양에서 물러나라고 하고 있다.
김은하
나는 서울에서 '청년 초록버스'를 타고 밀양에 갔다. 국가의 재앙이 될 수 있는 핵 발전소와 밀양 송전탑건설에 반대하고 이 시대 '초록'을 고민하는 사람들과 함께했다.
처음 가본 밀양은 전국에서 모인 다양한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남녀노소할 것 없이 '밀양 송전탑 반대'를 외치며 앞으로 전진했다. 이 모습이 밀양바로세우기 운동본부가 걸어놓은 희망버스 반대 현수막과 오버랩됐다.
행진은 악기연주를 하고 트로트 노래를 부르며 축제같은 분위기로 진행됐다. 분장을 하고 있는 사람, 악기를 두드리는 사람, 노래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밀양의 문제를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공유하는 자리였다.
거리행진에서 만난 전태삼(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씨는 "청년이 나서야 한다, 너희들은 때묻지 않았기 때문에 뭐든지 할 수 있다"며 "진실의 증인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밀양경찰청 기자회견 장소는 시위 대열에서 먼 곳에 있어 청년 초록버스가 갔다.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청 입구를 차단한 수많은 경찰을 상대로 "폭력경찰 물러가라, 송전탑 건설 막아내자"는 구호를 외쳤지만 경찰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내게 발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나는 "고등학생시절 세상과 소통을 하지 않았지만, 청년이 된 이 시점부터 청년으로서 역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고 사람들 앞에서 약속했다.
사람들은 경찰의 행동을 스스로 돌아보라며 거울을 비췄고, 기자회견문을 곳곳에 붙였다. 경찰은 과연 느끼는 것이 있었을까?
'우리가 밀양이다, 전기보다 사람이다' 청년초록버스는 여수마을로 향했다. 여수마을 주민들은 희망버스단이 도착하자 "와줘서 고맙다"고 했다.
비닐하우스에서 잠을 청한 희망 버스단은 다음날(26일) 오전 7시 30분 122번 송전탑 건설 현장을 찾기 위해 행진했다. 경찰은 등산진입로를 막아서고 진출을 막았다. 참가자들은 정상적인 등산로 대신 길도 없는 산비탈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주민들도 지금까지 한번도 올라간 적이 없다는 송전탑 건설 현장을 찾아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모험을 했다. 잡아주고 끌어올려주며 그렇게 조금씩 앞으로 전진했다. 거의 네 발로 기다시피해서 산을 올랐다. 이 산비탈을 매일 오를 할매·할배를 생각하니 잠깐의 고통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다행히 경찰들과 대치는 없었다. 우리는 산정상에 있는 송전탑 건설 현장에 가서 "송전탑 건설을 중단하라, 전기보다 사람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밀양',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