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미사 방해, 성당 밖 성당예수회센터 건물 안으로 들어온 보수단체 회원들은 시국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또 미사 후에도 고함을 지르며 몸싸움을 하는 등 소란을 피웠다.
전재우
역시 예상했던 대로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아래 대수천)'을 비롯한 보수단체 노인들이 근처 건물 앞에 진을 치고 있었다. 수많은 카메라들이 그들을 향하고 있어서 오히려 그들이 더욱 관심의 표적이 되는 듯한 양상이었다.
시국미사를 준비하는 쪽에서 먼저 예수회센터 건물 앞에 '집회허가'를 받아놓았기에 대수천과 보수단체들은 예수회센터 앞에서 소란을 피울 수는 없었다. 조금 떨어진 지점에 겨우 진을 치고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며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유인물을 배포하곤 했다. 그들은 '빨갱이 사제', '종북사제', '위장사제' 등의 괴이하기 짝이 없는 말들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예수회센터 건물 안으로 들어가 소란을 피웠고, 또 일부는 성당 안으로 들어가려다 제지당하자 고함을 지르며 몸싸움을 하기도 해서, 미사 중 강론을 하던 예수회 조현철 신부는 잠시 숨을 고르기도 했다. 대수천 회원들 가운데는 일찌감치 성당 안에 입장하여 자리를 잡은 이들도 있을 터였다. 그러나 성당 안에서 미사 중에 소란을 피우는 이는 없었다. 어쩌면 미사 분위기에 압도되거나 동화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미사가 끝나고 사제들과 신자들이 성당 밖 로비로 나왔을 때 대수천 노인들이 외치는 구호 때문에 몹시 소란스러웠다. 미사에 참례한 노인과 대수천 노인 간에 말싸움이 벌어지기도 했고, 몸싸움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대수천 노인들 가운데는 신자가 아닌 이들도 섞여 있음을 나는 알 수 있었다. 거제도 고현성당에서 성호를 그을 줄도 모르고 사제들의 강복기도도 거부했던 이들의 얼굴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정진석 추기경과 염수정 추기경이 했던 말들을 들이대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고, 사제들을 향해 "사탄아, 물러가라!"고 외치기도 했다. "정의구현사제들은 거짓 예언자"라는 말에서는 정진석 추기경이 떠오르고, "성직자는 정치에 관여할 수 없다"는 말에서는 염수정 추기경이 연결되는 상황이었다. 두 추기경이 그들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고 있음을 확연히 감지하게 되는 대목이었다.
일부 천주교 신자들이 신자 아닌 사람들과 합세하여 성당 안팎에서 미사를 방해하며 소란을 피우는 행위에 대해 한국교회의 가장 큰 위치에 있는 두 분이 깊은 성찰을 해보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절로 간절해졌다.
고의적으로 독성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시국미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미사는 가톨릭교회의 가장 거룩한 핵심 예절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증거하고 부활을 기념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제물로 삼아 하느님께 예를 올리는 성제(聖祭)이기도 하다. 또한 하느님과 인간, 하늘과 땅이 함께 이루는 잔치이기도 하다.
▲예수회센터 대성당 3층한국천주교 남/여 수도회에서 공동으로 마련한 3일 오후 3시 시국미사 장면. 서강대학교 예수회센터 대성당 3층을 사제들과 수도자들이 가득 메웠다.
전재우
그런 거룩한 미사 전례를 소란을 피워 방해를 한다는 것은 제대로 된 천주교 신자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미사를 방해하는 것은 그대로 독성죄(瀆聖罪)가 되기 때문이다. 그들이 시국미사를 방해하는 태도는 의도적으로 독성죄를 저지르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그들이 어떻게 천주교 신자일 수 있는가.
그들은 이미 여러 차례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시국미사를 방해해왔다. 그럴 수 있는 자금 여력도 있는 것 같고, 앞으로도 그런 행위를 계속할 의도인 것 같다. 치사하고 비겁하게 시국미사를 쫓아다니며 방해를 할 게 아니라 당신들끼리 따로 집회를 열어 당신들의 주장을 마음껏 펼치라는 일각의 권유도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본새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조직적으로 시국미사를 방해하는 행위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며, 저 유신시대와 5공 시절에도 없었던 일이다. 세계에 부끄러운 일이다. 올해 초 또 한 명의 추기경이 탄생한 나라에서 자행되고 있는 일이라니, 더욱 수치스럽다.
▲수도회 시국미사3일 오후 3시 서강대학교 예수회센터에서 봉헌된 시국미사는 수도회 사제들이 집전을 했다.
전재우
이 시점에서 염수정 추기경은 분명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가 추기경 서임 전 성직자는 정치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발언으로 정의와 사회공동선을 갈망하는 이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 <복음의 기쁨>이 반포된 직후에는 교황의 말씀과 부합하는, 종전과는 180도 다른 발언을 한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그게 추기경 서임을 염두에 둔 기회주의적 발언이라는 지적들도 있었지만 나는 염수정 추기경이 자신의 영명축일 축하미사(11월 29일 안드레아 축일)때 행한 강론 내용을 진심이라고 믿는다.
그러므로 염수정 추기경께 기대할 수밖에 없다. 염 추기경은 이 시점에서 말해야 한다. 보수단체 노인들이 계속적으로 미사를 방해하는 야만적인 현상에 대해 계속 방관적인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통절한 책임감으로 미사를 방해하는 행위는 그 어떤 명분으로도 용서 받을 수 없는 죄악임을 분명하고도 단호하게 표명해야 한다.
한국 민주주의 희망의 요람나는 삼류소설가, 보잘것 없는 글쟁이 명색이지만 하느님 신앙 안에서 신앙의 힘으로 평생을 살아왔다. 오로지 하느님께 의지하며 정의와 평화, 참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태도로 삶을 일관해왔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하느님 안에서 '희망'의 실체를 본다.
▲주님의 기도한국천주교 남/여 수도회에서 공동으로 마련한 3일 오후 3시 시국미사에서 사제들과 수도자들이 손을 잡고 '주님의 기도'를 노래로 바치고 있다.
전재우
현재 우리나라에는 철학이 없다. 자기희생이 뭔지도 모르는 천박한 정치인들에게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을 걸 수가 없다. 언론도 죽어 있는 상황이다. 일부 양심 언론들이 고군분투를 하고 있지만, 권력에 완전히 장악된 방송매체와 수구 족벌언론들의 영향력 때문에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을 피워내기에는 역부족이다.
검찰과 경찰은 아예 믿을 수 없다. 권은희와 채동욱 같은 사람이 더러 있기는 하지만, 경찰이나 검찰 조직은 정치권력에 철저히 예속된 집단이라 거기에서는 희망을 찾을 수 없다. 법원도 거의 마찬가지다. 유일하게 희망을 걸 수 있는 곳은 종교계이고 그중에서도 천주교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주님의 기도서강대학교 예수회센터 대성당 4층을 가득 메운 신자들이 시국미사 중 손을 잡고 '주님의 기도'를 간절히 노래로 바치고 있다.
전재우
이제 한국천주교회의 위상과 명예, 하느님의 소명을 두 어깨에 메고 나아가야 할 큰 책무를 지닌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정의구현사제단에 우호의 정을 지니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를 앞장서 실천해 나가고 있는 그들에게 확실하게 연대의 뜻을 표명해야 한다. 그것이 한국교회와 한국사회를 살려나가는 길이다.
성명서 |
"불의한 것을 지껄이는 자는 반드시 탄로 나고, 징계하는 정의가 그를 그냥 지나쳐 버리지 않는다." (지혜 1,8)
지난 해 8월 26일, 한국 천주교회 수도자들은 안타깝고 착잡한 마음으로 "이들이 잠자코 있으면 돌들이 소리 지를 것이다" (루카 19,40) 라는 성경구절로 국정원의 대선 불법 개입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올바른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시국선언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요구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는 작금의 사태에 대해 비통한 심정으로 다시 한 번 우리 수도자들은 강력하게 외칩니다. "불의한 것을 지껄이는 자는 반드시 탄로 나고 징계하는 정의가 그를 그냥 지나쳐 버리지 않는다." (지혜 1,8)
국정원의 대선 불법 개입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함께 깊이 회개하고 스스로 대통령 직무수행의 정당성을 찾을 수 있도록 박근혜 대통령에게 정화의 기회를 주었지만 결국 새로운 한해를 맞이했는데도 정화는커녕 오히려 의혹만 더 불러일으키는 그릇된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고귀한 피로 숭고한 생명을 바쳐가며 이뤄낸 민주주의의 역사적 과업마저 부정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 우리 수도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을 비롯한 국군 사이버 사령부, 보훈처 등 국가기관의 대선 불법 개입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을 기대하며 깊은 인내로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우리 수도자들만 뿐만 아니라 국민의 요구를 끝까지 외면한 채 우리 모두를 참담하게 만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조직적이고 대대적인 관권 부정선거를 계속한다면 민주주의 뿌리인 우리의 소중한 투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사실상 일당독재와 영구집권을 가능케 한 지금의 반민주적인 구조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이라도 우리의 신성한 참정권을 훼손할 수도 짓밟을 수도 없습니다. 관권 부정선거로 더럽혀진 우리의 거룩한 참정권을 수호하고자 합니다.
이번 대선 불법 개입의 주역이자 배후인 국정원은 자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엄정하게 수사를 해온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생활을 캐는 등 국정원의 고유 업무를 망각한 채 수사 방해와 정치공작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정부와 국정원은 대선 불법 개입에 대한 검찰 수사를, 그리고 새누리당은 국정조사를 철저히 방해하며 무력화시켰습니다.
이는 국정원이 거듭나기를 바라는 국민의 염원과 희망을 처절하게 짓밟은 것으로 지금의 국정원은 개혁이 아닌 해체함이 마땅하며, 이로써 자기의 뼈를 깎는 아픔과 회심으로 새롭게 태어나 다시는 민주주의를 훼손케 하는 비열한 정치공작과 정치개입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 수도자들은 하느님께 삶을 오롯이 봉헌한 이들입니다. 우리가 봉헌하고자 하는 삶은 불의한 세속이 아니라 하느님이 보시기에 좋았던 세상, 그 세상을 위해 아낌없이 희생하며, 모든 이가 공동선에서 소외됨 없이 살아갈 수 있는 행복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이루는 것입니다. 그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헌신할 것을 다시 한 번 결의하며 결코 하느님의 정의가 죽지 않았음을 온 마음으로 기도하고 온 몸으로 그 정의를 세상 안에서 증거 하고자 합니다.
불의에 대한 침묵은 무관심이 아니라 적극적인 동조이며 그 침묵이 일터에서 쫓겨난 해고노동자들, 부당한 국책사업으로 고통 받고 있는 강정과 밀양의 주민들, 그리고 이 땅에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절규하게 만들었고 그 아픔을 외면하고 말았습니다.
더 이상 하느님의 정의와 이 땅에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있는 것을 침묵으로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기에 교회의 가르침과 신앙의 양심에 따라 진실하고 애정 어린 마음을 담아 우리 수도자들은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우선 무엇보다도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겠다고 천명한 박근혜 대통령이야말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국정원의 적극적이고 불법적인 개입을 통해 당선이 되었기에 결코 정상적일 수 없습니다.
또한 대통령은 그 누구보다 도덕성과 윤리성의 투명함을 지녀야함에도 불구하고 거짓말로 국정원의 대통령 선거 불법 개입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연이은 공약파기로 민생파탄을 야기함으로써 사실상 대통령으로서의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지금이라도 박근혜 대통령은 총체적 관권 부정선거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마땅히 사퇴해야 합니다.
아울러 관권 부정선거에 또 다른 핵심 축이며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 수사와 공무원과 군인의 정치적 중립을 무시하고 대통령 선거에 불법 개입한 국정원장, 사이버사령관, 보훈처장 등 관계기관의 책임자들을 처벌해야 합니다. 그리고 올바른 진상규명과 공정 수사를 위해서 즉각 특검을 실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 결연하게 선언합니다. 우리의 양심적이고 정의로운 외침을 악의에 찬 왜곡과 편향된 이념의 시각으로 우리의 신앙을 박해한다면 우리는 하느님의 정의를 위해서 두려움 없이 기쁜 마음으로 순교하겠습니다. 우리 수도자들은 "정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것을 한없이 행복으로 여기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2014년 2월 3일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 한국천주교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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