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유아가 초등생보다 교육시간이 더 많다면?

교육부 '하루 5시간 교육 의무화' 지침... 전교조 "유아-교사 살릴 수 없어"

등록 2014.02.06 21:14수정 2014.02.06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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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와 전국시도교육청이 '유치원 교육·방과후과정 운영 내실화'를 위해 3~5세 유아에 대해 동일하게 하루 5시간 교육 의무화를 추진하자 '초등학생보다 교육시간이 많다'며 철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과부는 지난 4일 전국 교육청에 '2014 유치원 교육과정 및 방과후과정 운영 내실화 추진 계획'에 대한 공문을 보냈다. 유치원·어린이집에 다니는 3~5세 원생에 관계없이 하루 5시간(300분) 교육과정을 의무적으로 동일하게 운영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교과부는 2012년 '유치원 교육과정 고시'를 통해 하루 3~5시간을 기준으로 편성하고 학급 특성에 따라 융통성 있게 편성하도록 했는데, 이번에는 '5시간 의무화' 하라고 한 것이다.

a  교육과학기술부와 전국시도교육청이 3~5세 유치원생의 교육과정을 하루 5시간으로 의무화하도록 하자 전교조 등에서는 유아교육 정상화에 역행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사진은 창원 한 병설유치원의 모습.

교육과학기술부와 전국시도교육청이 3~5세 유치원생의 교육과정을 하루 5시간으로 의무화하도록 하자 전교조 등에서는 유아교육 정상화에 역행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사진은 창원 한 병설유치원의 모습. ⓒ 윤성효


이렇게 되면 유치원생의 교육시간이 초등학생보다 더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초등학생은 40분을 1시간 단위로 하고 쉬는 시간은 10분이며, 점심시간은 포함되지 않는데, 이렇게 해서 1주일에 22시간이 기준이다.

그런데 유아는 자율 생활이 되지 않아 교사들이 계속 보살피거나 지켜봐야 한다. 이런 상황이기에 유치원 교육시간(1시간)은 60분 단위인 셈이고, 교사들은 점심시간도 아이들을 지켜봐야 할 정도다. 유치원생은 하루 5시간을 기준으로 할 경우 1주일이면 25시간이 되고, 초등학생의 수업시간인 40분 단위로 계산하면 시간수는 더 늘어난다.

여기에다 맞벌이 부부의 유아는 방과후에도 맡아야 한다. 한 유치원 교사는 "유아는 수업과 쉬는 시간이 구분이 되지 않고, 방과후에도 계속 돌봐야 하는 상황이다"며 "어떨 때는 밤 늦게까지 남아 아이들을 돌볼 때도 있다"고 밝혔다.

전교조 '강제수업 5시간방침 철회' 결의대회 7일


전교조 경남지부는 '유치원생 5시간 의무화'는 교사는 물론 유아도 살리는 정책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전교조 지부는 6일 낸 자료를 통해 "유아의 교육시간 180분(3시간)은 유아의 발달을 고려해 50여 년간 지켜온 기준으로 여타의 돌봄 개념과는 분리된 취학전 아동에 관한 순수 교육시간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전교조 지부는 "3~5세 어린 유아들에게 초등학생보다 더 많은 수업시간을 획일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어린 유아들을 과도한 학습노동의 구렁텅이로 빠트리는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반인권적인 몰지각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학급당 원아수와 교사수도 문제라는 것. 전교조 지부는 "경남의 경우 현재 유치원 만 5세 아동의 학급당 원아수는 28명인데, 초등학생 학급당 학생수는 27명으로 하향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며 "가장 어린 유아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것으로 유아들이 초등생보다 과밀한 학급에서 수업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또 전교조 지부는 "현재 유치원의 방과후 과정의 시간기간제교사 지원기준은 원아수 4명부터인데, 교육청은 올해부터 원아가 7명이 되어야 시간기간제교사를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원아기준수가 7명으로 상향조정된다면 대상원아가 7명보다 적은 읍면지역 교사는 하루 종일 꼼짝없이 수업하면서 각종 업무를 처리해야 할 처지에 놓인다"고 밝혔다.

전교조 지부는 "하루 5시간 누리과정 강제지침 철회", "방과후과정 시간근무 기간제교사 배치기준 현행 원아수 4명 유지", "유치원 학급당 원아수 하향조정", "원아수 25명이 넘는 학급에 보조인력 배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전교조 지부는 7일 오후 6시 30분 경남도교육청 정문 앞에서 "강제수업 5시간 방침 철회, 유아교육정상화를 위한 교육주체결의대회"를 연 뒤 노숙농성에 돌입한다.
#유치원 #교육과학기술부 #경남도교육청 #전교조 경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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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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