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소 진입도로마저 끊겼다.
신광태
아이들과 횟집에서 소주를 한 잔 마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나 나누어야겠다. 술 취한 척 하면 운전이야 아내가 할 테고···'바쁘다는 핑계로 모처럼 떠나는 가족휴가. 설렘에 전날 잠을 설쳤는데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이것 챙겼냐? 저것 넣었냐?"하면서 나 혼자 신났다. 이곳 화천의 날씨가 이렇게 화창한데 동해안에 눈이 내려 봐야 얼마나 왔겠나.
"어디다가 전화한 거야?""인제군청.""인제군청은 왜?"화천에서 양양으로 갈 수 있는 빠른 길은 양구를 경유해 광치령을 넘어 인제군 원통을 지나 한계령을 넘는 코스다. 한계령은 높기 때문에 눈이 많이 내려 길이 미끄러울지 모른다는 판단을 했기에 미시령 터널을 지나 속초에서 양양으로 내려갈 참이었다.
화천 경계를 지나 양구로 향하는 이정표를 지날 즈음, 아내는 갑자기 방향을 영동고속도로로 바꾸잖다. 이유는 미시령 터널 출입은 체인 등 월동 장구를 갖춘 차량에 한해 허용하기 때문이란다.
"무슨 소리야. 여기서 춘천을 돌아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영동고속도로를 갈아타서 강릉에서 양양을 간다고 생각해봐. 거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기름 값이 얼마나 들겠냐? 좀 생각 좀 하고 살아라.""여보, 당신이 좀 생각 좀 하고 살지. 우리 체인 없잖아. 인터넷으로 확인했더니 5만 원이던데 현장에서 그것만 받겠어? 아마 배 이상은 받을 걸."집사람의 논리 정연한 설명에 방향을 영동고속도로로 바꾸었다. 춘천을 지나 횡성, 평창을 지날 때도 동해안에 폭설이 내렸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고속도로 주변엔 눈덩이 하나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렇게 달리던 우리 일행은 대관령 터널을 빠져나오자 모두는 비명을 질렀다. 눈이 내린다는 풍경이 무색할 정도로 퍼붓는 상황. 터널 하나 지났을 뿐인데 완전히 딴 세상으로 변한 거다. 차량급제동을 걸자 옆으로 심하게 밀린다. 주위를 둘러봐도 체인을 파는 곳은 보이지 않는다. 일순간 돈 아낀다고 3년째 쓰던 스노 타이어를 바꾸지 않았다는 후회가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