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팍한 호주머니 해결하던 메밀국수, 돌아왔다

인상적이었던 메밀 요리 담는 '놋그릇'과 추억 속 메밀국수

등록 2014.02.19 17:23수정 2014.02.1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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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온국수입니다. ⓒ 임현철


"아내 살아 있을 때 우리 부부가 자주 찾았던 음식점이 있다. 나랑 거기 가서 소바 먹을래?"


지인 제안을 거절했다간 원망 들을 거란 생각이 퍼뜩 들대요. 그러니까 지인은 아내와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은 그곳을 가고 싶었던 겁니다. 동행이 필요해 함께 가길 부탁한 거였지요. 그냥 가자하면 될 것을…. 대답을 미적거렸더니, 또 사족을 달대요.

"아내가 그 집 소바를 참 맛있게 잘 먹었다."

지인 아내는 생전에 음식 먹는 걸 무척이나 힘들어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집 음식은 소화가 잘 돼 즐겨 먹었다대요.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지요. 거절했다간 아주 나쁜 놈이 될 거 같아서. 물론 더 큰 이유가 있지요. 저 세상으로 먼저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알기에.

경남 의령의 메밀, 손님이 바글바글

경남 의령의 메밀 집을 찾았습니다. 사람이 바글바글. 순번을 기다리는 손님들이 밖에까지 줄 섰더군요. 대박 맛집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의령 명물로 손꼽아도 되겠더라고요. 계속 밀려드는 사람들. 차례를 기다릴까? 다른 집으로 갈까? 망설이대요. 더러는 주변 음식점으로 방향을 틀기도.


먼저, 매장 안을 살폈습니다. 이곳을 다녀간 많은 연예인 사진과 사인 외에도 눈에 띄는 문구들이 벽에 붙어 있더군요. 오호라~, 했습니다.

"매월 이익의 10%를 결식아동, 독거 어르신, 국가보훈대상자, 세터민, 다문화 가정 등에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사랑의 나눔 행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고객님들께 큰 감사를 드립니다."

이익의 10%를 돕는다는 거 장난 아닙니다. 함께 사는 미덕을 아는 게지요. 그나저나 주재료는 메밀. 요리는 면, 만두, 국밥, 자장면, 돈가스, 콩국수까지 꽉 찼더군요.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어, 선택이 망설여지대요. 지인이 훈수를 들대요.

"만두 하나에 온면 혹은 냉면 먹으면 된다. 저번에 곱 배기를 시켰는데 다 못 먹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메밀 요리 담는 '놋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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놋그릇에 담긴 메밀 비빔국수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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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허트로 봤는데, 가만 보니 놋그릇이더군요. 놋그릇 인상적이었습니다. ⓒ 임현철


20여분 기다리니 자리가 났습니다. 메밀차를 마시던 중 만두 대령. 색깔이 고왔습니다. 맛도 부드럽대요. 이어 따뜻한 메밀국수와 비빔국수가 나왔습니다. 반찬 그릇은 딸랑 하나. 깍두기와 배추김치. 하기야, 메밀국수에 반찬이 필요할까.

가장 인상적인 건 그릇이었습니다. '놋그릇', 정말 놀랐습니다. 사실, 그릇은 요리 맛을 살리는 최전방 도구입니다. 놋그릇을 쓴다는 것만으로 맛 품평은 끝이지요. 거기에 24시간 우려낸 육수, 직접 뽑은 메밀 면이니 말이 필요 없지요.

예로부터 궁중 등에서 사용된 놋그릇은 '방파'라고도 합니다. 식중독균을 99.9% 잡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게다가 독성물질에도 반응하는 건강 그릇입니다. 또한 놋그릇에 채소를 보관하면 일반 냉장 보관보다 두 세배 더 오래갑니다. 우리 조상님이 얼마나 현명했는지 알 수 있지요.

"30여 년 전, 대학 재수할 때 즐겨 먹었던 눈물의 메밀국수 맛이네요."

제 품평에 지인 얼굴이 확 펴졌습니다. 이곳 메밀국수는 지인 뿐 아니라 제게도 추억으로 다가왔습니다. 재수시절, 배고픔을 막아주던 메밀국수. 당시 메밀국수를 즐겨 먹었던 건 순전히 얄팍한 호주머니 사정 때문. 그게 세월 속에서 추억으로 되돌아 온 셈입니다. 맛, 어디 갔다 이제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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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만두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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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 비빔국수입니다. ⓒ 임현철


덧붙이는 글 제 블로그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대박 맛집 #의령소바 #메밀국수 #비빔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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