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변심, 이 정도일 줄 몰랐다

[기획] 취임 1주년 박 대통령의 말 추적...국민대통합 소멸·창조경제 부각

등록 2014.02.24 10:07수정 2014.02.2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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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는다. 박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첫 여성대통령으로 취임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신뢰와 원칙의 정치인'이란 이미지 때문이었다. 이는 '유신독재'로 상징되는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림자도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했다.

그러나 취임 1년 차, 이 같은 박 대통령의 이미지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2012년 총·대선 당시 내세웠던 경제민주화·국민대통합·정치쇄신뿐만 아니라 각종 대선공약들이 후퇴 혹은 폐기 논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토론회의 부제도 '깨뜨린 약속, 무너진 신뢰, 대통령만 행복했던 1년'이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민생은 뒤로 한 채 장외투쟁을 일삼고 상습적으로 특검·해임안을 내놨던 민주당의 적반하장 행태(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 20일 최고위원회의)"라고 맞서고 있다. 이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줄곧 반복됐던 양상이기도 하다.

'말은 존재의 집'(das Haus des Seins, 하이데거)이란 말과 '말은 행동의 거울'(고대 아테네의 정치가 솔론)이란 격언이 있다. 그런 눈으로 <오마이뉴스>는 2012년 7월 대선후보 시절부터 2014년 신년 기자회견까지 박 대통령의 '말'의 변화를 추적했다. 박 대통령의 비전이나 구상을 가늠할 수 있는 출마선언·기자회견·연설·기념사 12개를 중심으로 분석했고 '주어' 등으로 매번 사용된 '국민', '대한민국'은 제외했다.

결론부터 밝히자면, '국민행복시대'를 천명하며 경제민주화와 국민대통합을 말하던 박 대통령은 이제 '창조경제' 전도사로 나서고 있다. 그의 '말' 속에서 국민대통합은 사라졌고 경제민주화는 희미해졌다. 반면 경제활성화·투자활성화 등 경제민주화와 상충될 수 있는 표현이 증가했고, 각종 규제를 풀겠다는 의지 표현도 급증했다.

이는 청와대가 지난 21일 공개한 결과와도 같았다. 청와대는 지난 1년 간 박 대통령의 각종 연설과 회의 모두발언을 분석해 박 대통령이 자주 사용한 '키워드'를 발표했다. (관련 기사 : 취임 1년, '말'에서 드러난 박 대통령의 '변심')

[대선후보] 경제민주화·복지·국민대통합 내세우며 '행복'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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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말' 이렇게 변했다. 2012년 7월 10일 대선출마 선언부터 2012년 12월 19일 대선 승리까지. ⓒ 고정미


박 대통령이 대선후보였던 시절, 가장 많이 사용했던 단어는 '행복'이었다.

그는 2012년 대선출마 선언 당시 '국민행복을 위한 3대 핵심과제'로 ▲ 경제민주화 실현 ▲ 일자리 창출 ▲ 한국형 복지의 확립을 제시하기도 했다. 출마선언 당시 "국민의 삶과 함께 가겠습니다, 국민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고 밝힌 만큼, '꿈'과 '삶'이 그 뒤를 이었다.

3대 핵심과제 중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일자리'였다. 일자리는 2012년 12월 19일 당선소감 전까지 20회 사용됐고 '복지'는 12회, '경제민주화'는 8회 사용됐다.

국정슬로건 중 하나인 '국민대통합'은 2012년 8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던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직후부터 쓰였다. 박 대통령은 당시 후보 수락 연설에서 "이념과 계층, 지역과 세대를 넘어,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모두가 함께 가는 국민 대통합의 길을 가겠다"고 다짐했다. 국민대통합은 같은 기간 총 9번 사용됐다.

정부 출범 후 등장한 '창조경제'나 '경제부흥', '비정상의 정상화'는 이 시기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취임 직후] '행복'과 동일선상에 선 '북한'... 국민대통합 '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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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말' 이렇게 변했다. 2013년 2월 25일 취임식부터 2013년 6월 6일 현충일 추념사까지. ⓒ 고정미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단연 눈에 띄는 '말'의 변화는 '북한'이다.

박 대통령은 2013년 2월 취임식 이후 같은 해 6월 전까지 '북한'이란 단어를 총 30회 사용했다. 대선후보 시절 '북한'을 총 7회 언급했던 것에 비하면 큰 차이다. '평화' 역시 대선후보 시절 총 7회 사용됐지만 이 시기 33회로 급증, 사용빈도수 면에서 '행복'과 함께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한-미 군사훈련, 개성공단 폐쇄 등 남북 간 긴장이 계속 고조됐던 탓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 예로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도 같은 시기 여러 차례 언급된다. '한반도'는 총 25회, '신뢰'는 총 20회 사용됐다. '안보'와 '통일'은 각각 9회, 8회 사용됐다. 

반면, '경제민주화'와 '복지'는 각각 3회, 2회로 그 사용빈도가 줄었다. 특히 '복지'는 취임사에서만 사용됐다. 창조경제와 경제부흥은 이 시기 처음 등장한다. '창조경제'는 총 11회, '경제부흥은 총 7회 사용됐다.

국민대통합은 단 한 차례도 사용되지 않았다.

[취임 1주년] 압도적인 '창조경제' 예찬... 경제민주화 후순위로 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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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말' 이렇게 변했다. 2013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부터 2014년 1월 6일 신년 기자회견까지 ⓒ 고정미


'말'로 드러난 박 대통령은 요즈음 '창조경제' 전도사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창조경제'를 무려 42회 사용했다. 그만큼 국정운영에서 경제성장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이 이 시기 자주 사용한 단어에는 경제 관련 단어들이 많다. '성장'은 총 25회 사용됐고 개혁대상으로 거론된 '규제'는 총 19회 사용됐다. 또 경제활성화나 투자활성화, M&A활성화 등으로 사용된 '활성화'는 17회 거론됐다. '일자리' 역시 16회 사용됐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임기 첫해 경제 분야에서 '낙제점'을 받은 것과도 관계 있다. 지난 5일 국무조정실의 140개 국정과제 평가 결과, 4대 국정기조(경제부흥·국민행복·문화융성·평화통일 기반구축) 중 경제 분야에 속한 42개 과제 중 우수 평가는 단 6개에 불과했다. 대통령의 처지에서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오는 25일 제4회 국민경제자문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밝힐 예정이기도 하다.

반면, 경제민주화나 복지는 후순위로 밀렸다. '경제민주화'와 '공정'은 총 2회 사용됐고, '복지'는 총 5회 사용되는데 그쳤다.

신년 기자회견 당시 화제가 됐던 "통일은 대박" 발언처럼 박 대통령은 이 시기에도 꾸준히 대북정책 관련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통일', '한반도', '신뢰' 등은 총 15회 사용됐다. '안보'는 단 1회 사용됐다.

이 시기에도 국민대통합은 일절 거론되지 않았다.
#박근혜 #경제민주화 #국민대통합 #창조경제 #공약 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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