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넘어져도 괜찮다

[주장] 스스로 주도하는 마지막 무대를 만들길

등록 2014.02.20 19:15수정 2014.02.2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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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는 기억 못해도 나는 잊지 못하는 엘리베이터 속 만남


2006년 봄으로 기억한다. 삼성동 코엑스에 들렸다 주차장 뒤편 외진 곳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 그 때 우연히 사람들이 잘 이용하지 않았던 그 엘리베이터 속에서 귀한 사람을 만났다. 얼굴이 주먹만하고 군더더기가 없는 가냘픈 듯 하면서도 날렵한 몸맵시를 자랑하는 소녀.

뒷머리를 깔끔하게 땋은 채 간편한 체육복 차림의 예사롭지 않은 외모의 소녀는 사람이라기엔 요정이었다. 나는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깜찍하게 생길수 있을까 유심히 쳐다봤고 소녀는 수줍은 듯 애써 눈길을 마주치기 꺼려하고 있었다.

나와 함께 한 후배 역시 그 요정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그 요정 같은 소녀와 어머니인 듯한 여인, 그리고 나와 후배는 몇 분 간 엘리베이터 속에서 어색한 만남을 가졌다.

엘리베이터에 내려 나는 후배에게 어찌 저런 요정 같은 사람이 다 있냐고 물었더니 후배가 대뜸 "걔 누군지 몰라요? 방금 그 애가 김연아예요" 그런다.

이후 그 엘리베이터 속 요정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세계적인 피겨선수가 된다. 오늘 그가 마지막으로 펼친다는 피겨 쇼트프로그램을 봤다.


그리고 경기를 무사히 마치고 인터뷰하는 그녀의 소탈한 모습에서 8년 전 수줍어 하던 작은 소녀의 모습을 떠올렸다.

2014년 2월 21일. 수줍고 요정같던 소녀 김연아가 이제 어른으로 성장해 그의 생애 마지막 올림픽을 장식하는 무대를 선보인다.


오늘 피겨스케이팅 경기를 보면서 내가 보기에 잘한 선수가 심판이 보기에도 잘한 것 같았다. 내일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앞두고 언론이 예술점수, 기술점수, 가산점 등을 운운하며 아주 상세히 설명한다.

김연아 선수가 점수를 박하게 받은 반면 러시아 선수에겐 점수를 후하게 줬다고 보도한다. 사실이 그렇다면 이번 피겨스케이팅에서 1위, 2위 또는 3위는 별 의미가 없다.

심판들 또한 사람들인지라 잣대처럼 소수점 자리에 이르는 점수까지 공정을 기하지 어렵다.

금메달에 집착하기 보다 올림픽에 나선 김연아의 피겨를 마지막으로 감상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 어떨까. 어쩌다 아름다운 피겨 게임이 일등을 위한 게임으로 변질 됐을까? 왜 사람들은 그렇게 멋있는 경기를 관람하면서 즐기기 보다 손에 땀을 쥐면서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나?

편하게 아름다움 그 자체를 감상하는 여유를 즐기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예상외의 성적을 거둔 아사다 마오. 그녀는 인터뷰에서 "나만의 프리스케이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 그리고 점수에 연연하기 보다 선수가 피겨 자체를 즐기는 그런 자기 주도적인 경기를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

공연을 하는 아티스트는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눠진다고 본다. 하나는 관객을 주도하는 아티스트, 또다른 아티스트는 관객에 보기 좋게 보이기 위해 애쓰는 아티스트다.

무릇 예술이나 공연은 아티스트 특유의 매력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관객들의 기대와 그대로 일치한다면 만족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감동의 여운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김연아 선수는 오늘 넘어져도 된다. 메달에 집착하기 보다 자기 자신이 주도하는 마지막을 장식해 주길 바란다.

올림픽 때 메달에만 치우치기 보다는 선수들의 빼어난 기량을 즐길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이 필요해 보인다.

나는 금메달을 메고 시상대에 올라선 위대한 국가대표 금메달리스트보다 좁은 엘리베이터속 수줍어 하던 요정 김연아가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다. 그가 이제 국가대표의 강박관념에 벗어나 스케이팅을 즐기는 아티스트로 아름다운 볼거리를 제공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연아 #금메달 #피겨 #소치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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