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충분히 기사 쓰시고, 편집부 전송 버튼은 평일에 누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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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오마이뉴스> 편집부에 들어오면 업무 적응기간을 약 3개월 정도 둡니다. 이 동안 생나무 기사는 어떻게 검토하는지, 메인 화면 배치는 어떻게 하는지 등등 편집부 업무에 필요한 것들을 숙지합니다. 그리고 짬짬이 주말 근무를 통해 나홀로 주말당직(아래 당직) 서기를 준비합니다(특별한 일이 없는 주말에는 데스크 1인과 오전·오후 각각 편집기자 1인, 그리고 취재기자가 당직을 섭니다).
나홀로 당직에 투입되는 순간에야 비로소 완전한 편집기자가 된다고 할까요? ^^;; 그러나 당직은 편집기자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업무 중 하나입니다. 그건 이제 막 편집부 적응 기간을 마친 기자나 10년차 기자나 마찬가지인데요.
평일에는 여러 명이 역할 분담해 처리하는 일들을 주말에는 2명의 편집기자들이 오전 오후로 나눠 하기 때문입니다. 편집부 A, B 기자는 당직하는 날이면 '주말에도 쉬지 않고 기사쓰는 기자'들에 대한 성토를 페이스북 등에 쏟아냅니다. "주말에는 제발 컴퓨터 좀 끕시다"라고 읍소하지만, 정작 본인들도 쉬는 날에 기사를 쓰기도 하지요. ^^
남들 쉬는 주말에... 기사보고 배치하고, 바쁘다 바빠주말에는 기사 검토, 메인 화면 배치, 네이버 기사 교체, 모바일 배치, 사무실에 걸려오는 전화 등등 꽤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톱기사 배치 완료 버튼을 누르는 그 순간까지 손 떨리는 긴장 상태가 계속됩니다.
주말에 촛불이나 총파업 등 현장 중계 기사가 예고되면 그야말로 '멘붕'. 금요일 퇴근길, 주말 당직 기자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하고, 비련(?)의 당직자는 비장한 마음으로 주말을 고단하게 보냅니다. 특히 설이나 추석 같은 날에도 차례를 지내자마자 출근을 합니다. 거기에다 회사 주변 식당이 모두 문을 닫아 점심 저녁을 모두 햄버거로 때우기도 합니다. 또 딱히 애를 맡길 데가 없어 사무실로 데리고 나와 일하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참 고단한 모습들이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민기자 기사 처리가 말끔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마음이 급해서 실수가 생기는 거죠. 창피한 고백이지만, 편집부장님 말마따나 기사 검토를 손으로 했는지 발로 했는지 모를 때가 생깁니다. 그래도 부장님에게 이런 소리 듣는 건 괜찮습니다. 편집수정 게시판에 올라오는 내용을 확인하고 얼굴이 확확 달아오를 때에 비하면.
"제가 쓸 때는 맞게 썼는데, 편집부 검토 과정에서 틀리게 나갔네요.""사진이 안 줄여진 상태로 있어요.""고치신 건 좋은데, 맞게 고치셨어야지요."'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순간인데요. "월급 받고 당직 업무 하는 게 뭐 그리 큰일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도 당직은 익숙해지지 않으니 큰일입니다. 정신 없이 일하는 사이 어느덧 퇴근 시간을 훌쩍 넘기고도 일을 제대로 못한 것 같은 자괴감에 퇴근길 발걸음이 묵직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요. 그러면서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아, 이 기사는 사진도 좋고, 글도 좋고…. 시의성도 타지 않는 건데, 평일에 넣었으면 더 많은 독자들이 보지 않았을까?""어? 조회수가 이게 뭐야? 왜 이렇게 안 읽지? 좋은 내용인데…. 주말에 이렇게 내려가긴 진짜 아쉽네. 그렇다고 무한정 걸어둘 수도 없고…."이런 이유로 주말엔 '기사쓰기'를 막자는 농담을 하기도 합니다. 절대 그럴 수는 없겠죠? ^^ 주말에 충분히 기사 쓰시고, 편집부 전송 버튼은 평일에 누르는 건 어떨까요? 당신의 기사가 좀 더 대접 받을 수 있습니다. 주말에 비하면 사진 하나라도 더 넣어드릴 수도 있으니까요.
괜한 투정이 아니길 바라며, 지난 9월부터 6개월 대장정(?)을 거친 [땀나는편집] 시즌1을 마칩니다. 개인 사정으로 한 달 안식월을 쓰게 됐는데요. 돌아오는 4월, 시즌 2도 기대해주실 거죠?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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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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