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미사 지지 피켓부산교구 시국미사에는 정의구현사제단을 지지하는 하트 문양의 피켓도 등장했다.
장영식
방해세력의 방해집회를 효과적으로 차단한 시민단체 회원들은 대다수가 돌아가지 않고 성당 마당에서 스크린으로 미사 장면을 지켜보았다고 한다. 성당으로 입장하지 못한 신자들과 비신자 시민단체 회원들이 함께 어울려 성당 마당을 메우고 미사에 동참하는 풍경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므로 천주교의 시국미사는 신자들과 비신자들의 '연대'도 뜨겁게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대연성당 측이 성당 안으로 입장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스크린과 음향장치를 설치하느라 미사가 다서 지연되기도 했다. 아마 성당 안의 시국미사 장면이 성당 밖으로 중계되기는 부사교구 대연성당 미사가 처음이 아닐까 싶다.
생동감과 열기가 넘치는 미사미사는 우선 생동감이 넘쳤다. 미사곡과 함께 복음성가와 생활성가들이 전례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만들었는데, 밴드가 반주를 했다. 단조로운 오르간 반주 대신 밴드가 풍성하게 반주를 하니 성가들이 더욱 생동감을 발산하는 것 같았다.
부산교구 원로 사제이신 박승원 신부님이 주례를 했다. 방구들장 신부님과 신학교 동기시라는데, 연세대 철학과 졸업 후 신학교로 편입을 하셔서 연세는 더 많다고 했다. 그런데 백발의 노 사제답지 않게 목소리가 맑고 장중해서 힘이 넘쳐 보였다.
강론은 동항성당 주임 김현영 신부가 맡았다. 김 신부는 강론을 시작하면서 "제게 강론을 부탁하신 신부님과 주변 신부님들이 '수위조절'을 부탁하셨는데, 수위조절을 하려면 최소 30조원은 들어간다"는 말로 웃음을 선사했다. 그리고 적절히 수위조절을 한 내용의 강론으로 신자들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
부산교구 시국미사는 제대에서도 한 가지 특색을 보여주었다. 신자 석에 앉아 있던 다수의 사제들이 '말씀의 전례' 이후 '성찬의 전례'로 접어들 때 모두 일어나서 제대 주위로 올라갔다. 수많은 사제들이 제대 뒤와 양 옆을 꽉 차게 감싼 형국이었다. 전체 사제들의 그런 공동 집전 형태는 영성체 때까지 지속되었다.
또 주례사제가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 양옆의 사제들과 손을 잡으니 제대 주위 사제들 모두 서로 손을 잡았고, 신자들도 자연스럽게 양옆의 신자들과 손을 잡았다. 그리하여 사제들과 신자들 모두 손을 잡은 형국으로 더욱 간절히 주님의 기도를 바칠 수 있었다.
▲주님의 기도제대 주위의 사제들을 따라 수도자와 신자들 모두 손에 손을 잡고 간절한 노래로 '주님의 기도'를 바쳤다.
전재우
부산교구 사제들은 전국 교구들 중에서 최초로 지난해 7월 25일 121명의 사제들이 참여한 '시국선언'을 발표해서 전국 모든 교구와 수도회 사제들의 시국선언의 물꼬를 튼 바 있다. 또 지난해 9월 9일 전국 최초의 시국미사를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이동화 신부) 주최로 봉헌한데 이어 11월 4일에도 시국미사를 봉헌한 바 있다. 그러므로 이번 대연성당 미사는 부산교구의 세 번째 시국미사가 되는 셈이다.
거기에서 생겨나는 노하우가 이런저런 형태의 특색으로 발산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는데, 또 한 가지 특색은 개신교 목회자가 참여한 일이었다. 영성체 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강론 모습을 보여주는 동영상이 펼쳐진 다음 '부산시민연대' 공동대표 안하원 목사(새날교회)가 강론대 앞에 서서 시국미사 지지 발언을 했다.
안 목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존경심을 표시했고,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님들 덕분에 천주교와 개신교가 하나님 앞에서 화합과 연대의 아름다운 모습을 세상에 드러낼 수 있게 되어 사제단 신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또 안 목사는 "천주교 부산교구 신부님들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불법부정선거 규탄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시국미사를 봉헌한 사실로 말미암아 부산 시민으로서 큰 자긍심을 갖는다는 말도 했다.
천주교 신자들은 안하원 목사의 말을 귀담아 들으며 여러 차례 큰 박수로 화답하고 호응했다. 종교 화합의 아름다운 실체가 구현되는 모습이기도 했다.
▲성당 밖 풍경성당 안으로 입장하지 못한 다수의 신자들과 부산시민단체 회원들이 함께 성당 밖 마당에서 미사에 참례했다.
장영식
미사가 끝났을 때 성당 입구에는 모금함이 놓여 있었다. 시국미사를 비롯한 민주항쟁에는 동력을 도울 수 있는 어느 정도의 '기름'이 필요함으로, 부산교구 시국미사에서 처음 등장한 모금함이었다. 신자들은 다투어 모금함에 돈을 넣었다.
성당 입구에는 "교회는 정의를 위한 투쟁에서 비켜서 있을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됩니다"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적은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부산교구에 속해 있지만, '꼰벨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에서 설립하였고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사제들이 사목을 맡고 있는 대연성당이 한결 멋지고 아름답게 보이는 풍경이었다.
우리 일행은 고맙고 흔쾌한 마음을 안고 심야에 경기도 안성시 '미리내'까지 달려갈 승합차에 오를 수 있었다. 이 글을 마치며 천주교 정의구현 부산교구 사제단의 시국성명서를 소개한다.
천주교 정의구현 부산교구 사제단 시국성명서(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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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1년을 보며 정의는 죽지 않는다. (지혜 1,15)
오늘로써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만 한해를 채운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는 우리사회의 퇴행을 가슴 아프게 지켜보아야만 했다. 무엇보다도 비통한 것은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국가기관들에 의해 저질러진 불법적인 선거 개입과 전반적인 민주주의의 퇴행이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이들의 희생을 통해 이루어낸 것이다. 이러한 성과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국가기관의 불법적 선거 개입에 대해서, 박근혜 정부가 보여준 것은 회피와 은폐, 국민에 대한 겁박과 거짓뿐이었다. 그리하여 정치의 영역을 시작으로 우리 사회의 갈등은 증폭되었고, 온갖 종류의 이념적인 낙인찍기가 우리 사회를 뒤덮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국가정보원이 자리 잡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한해 박근혜 정부는 자신이 스스로 만들고 약속한 공약을 뒤집고 후퇴하는 것을 반복해왔다.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들에 대한 노령연금에 대한 공약은 그 시작에서부터 국민을 속이고 표를 얻기 위한 것임도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의 민생과 복지에 대한 거의 모든 공약은 후퇴하거나 번복되었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말하는 복지와 인권, 민주주의는 오로지 정권을 잡기 위해 국민을 속이는 거짓말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불법적인 관권부정 선거로, 그리고 거짓과 속임수로 우리 국민의 민주주의와 복지를 도둑질해 간 것이다.
작년 7월 25일 부산교구 사제들의 시국선언을 시작으로 한국 천주교 15개 교구 사제들과 수도자들이 한결같은 목소리로 국정원의 불법 선거 개입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를 비롯해서 대책마련과 책임자 처벌을 주장해 왔다. 우리는 기도와 인내로써 박근혜 대통령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사과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그러나 우리의 기도와 기대를 무너뜨리는 일이 계속 되어왔다. 온갖 비겁한 방법으로 불법선거 수사팀을 와해시키고, "종북"이라는 낡은 이념의 틀로 국민과 민주주의를 겁박해왔다. 그 결과 와해된 수사팀은 확보한 증거조차도 법원에 제대로 제출하지 못했고, 정권의 눈치를 보는 사법부는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일반적인 상식과 양심을 뒤집는 비겁하고도 옳지 않는 일이었다. 진실을 알려야 하는 언론의 직무유기는 우리 사회를 이 지경으로 만든 가장 큰 공범이다.
정의와 공정, 상식과 양심이 무너지는 오늘의 현실 앞에서 우리는 참으로 참담한 마음을 숨길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정의는 죽지 않는다"(지혜서 1,15)는 구약성경의 말씀에 희망을 걸고, 다시금 우리 사회의 정의와 공정이 샘솟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그러한 희망과 염원으로 우리는 지난 몇 개월간 계속되어 온 전국의 사제와 수도자, 그리고 1만인의 평신도 시국선언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그들과 연대한다. 그들의 요구는 우리의 요구이고, 그들의 양심이 바로 우리의 양심이다. 또한 우리는 우리 사회의 모든 양심적인 지식인, 종교인, 시민들 그리고 특별히 양심적인 공직자들과도 연대하여 진리와 양심의 편에 설 것이다. 우리는 양심과 진리를 쫓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모아 우리의 요구를 아래와 같이 밝힌다.
하나, 국가정보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 등 불법선거 개입의 책임자들을 사법처리하라. 하나, 지난 정부에서 불법선거 개입의 최고 책임자인 이명박 대통령을 구속 수사하라. 하나, 낡은 이념의 틀로 국민을 분열시키는 모든 언행을 중단하라. 하나, 박근혜 대통령은 이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
2014. 2. 24. 천주교 정의구현 부산교구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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