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착장도 없는 이 섬에 사람이 산다고?

[한국의 섬 29] 여수의 '오지 섬' 광도

등록 2014.03.02 10:51수정 2014.03.0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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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광도 전경 멀리서 바라다 보이는 광도

광도 전경 멀리서 바라다 보이는 광도 ⓒ 이재언


광도는 여수에서 80㎞, 손죽도에서 남동쪽으로 17.6㎞ 떨어진 여수시 삼산면에 딸린 섬이다. 광도(廣島)는 넓은 곳이라는 뜻의 '너프리'라고도 불렀다. 1914년 고흥군에서 여수군으로 행정구역이 개편돼 광도로 불리게 됐다. 오늘은 광도로 섬여행을 떠나보자.


섬 길이가 500m에 불과하지만 인근 무인도에 비하면 큰 편이다. 이곳에 오려면 여수에서 손죽도 가는 거문도 행 여객선을 타고와서 다시 섬사랑호로 갈아 타야 한다. 그렇게 소거문도와 평도를 거쳐 1시간을 달린 뒤 광도에 도착한다. 그렇게 하루 한 번 들를 뿐이다. 7가구만 거주하고 있어서 여객선이 기항하지 않고 정부 명령항로인 새마을호가 다닌다.

a 광도 주민들 방금 섬사랑호를 타고왔다.

광도 주민들 방금 섬사랑호를 타고왔다. ⓒ 이재언


태양열 전기가 있지만 날씨가 흐리면 잘 들어오지 않는다. 특별히 내세울 만한 것도 없다. 그 흔한 동력선은 없고 무동력선만 2개 있다. 그렇다고 아무때나 광도에 온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반드시 날씨를 꼼꼼히 따진 뒤 와야 한다. 육지에서 볼 때 잔잔하던 바다도 큰 바다로 나가면 높은 파도가 일렁일 때가 많다. 자칫 잘못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광도에는 농토가 없다. 가파른 경사지에 있는 텃밭이 전부다. 주민들의 주 소득원은 해초 채취인데 미역과 톳, 돌김이다. 광도 앞바다에 다다르면 커다란 바위가 보인다. 이곳이 소위 선착장이다. 그 바위 위에는 작은 건물이 하나 있다. 이 건물이 광도를 밝히는 자가 발전소다. 태풍이 올 때마다 거대한 파도가 올라와서 이 건물을 덮치는 바람에 큰 피해를 입기도 했다.

a 광도의 관문 물량장 케블카와 발전소 건물

광도의 관문 물량장 케블카와 발전소 건물 ⓒ 이재언


a 산 중턱에 있는 주택 전경  바람이 많이 불어서 줄로 지붕을 매여 놓다.

산 중턱에 있는 주택 전경 바람이 많이 불어서 줄로 지붕을 매여 놓다. ⓒ 이재언


선착장 없는 섬... 전기시설도 열악

섬의 가치는 살 만한 섬이냐 아니냐로 판단한다. 그 기준은 해산물 생산 유무에 달렸다. 선착장 시설과 식수, 만으로 형성된 바닷가도 중요하다. 이밖에 바람과 파도를 막아주는 천연 방파제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정착해 섬생활을 할 수 가 있다.


아쉽게도 이곳 광도에는 선착장이 없다. 삼산면 8개 섬 중 유일하다. 워낙 외해이기도 하고 수심이 깊어 사람이 많이 살지 않아 섬개발에서 제외되곤 했다. 경제효율성을 놓고 따져볼 때 투자 가치가 없는 섬임에 틀림없다. 선착장이 없다보니 이곳 사람들은 배를 바다에 매달아 놓는다. 바람이 불면 배를 섬 위로 밀어 올려 놓는다.

a 무동력선  육지로 끌어 올리고 있다.

무동력선 육지로 끌어 올리고 있다. ⓒ 이재언


무동력선 두대로 미역을 채취하고 고기를 잡는다. 섬 주민들의 발이요 삶 자체가 이 무동력선이다. 이들의 불편사항은 또 있다. 대부분 섬들이 그렇듯이 이곳 광도에도 전기가 없다. 태양열 전지판을 가동하고 있지만 늘 전력이 부족해 자가발전기를 돌린다. 겨우 하루 너섯시간 제공받지만 그나마 날씨가 좋지 않으면 그마저도 어렵다.


자동차 엔진으로 자가발전을 하고 있는데 오후 10시면 일제히 소등한다. 기름값이 비싸 더 일찍 중단하기도 한다. 그래도 10시 넘어서까지 돌린 적도 있다. 드라마 <대장금>이 방송됐을 때는 끝날 때까지 발전기를 돌렸다고 한다. 씁쓸한 풍경이다. 그때보다 문명은 발전했지만 이곳 주민들이 풍족하게 전기를 쓸 수 있는 날은 언제나 올까.

a 태양열 전지판  날씨가 흐리면 전혀 사용 하지 못한다.

태양열 전지판 날씨가 흐리면 전혀 사용 하지 못한다. ⓒ 이재언


선착장에서 마을까지 가려면 파른 산중턱을 올라야 한다. 선착장 아래에서 마을까지 물건을 옮기는 케이블카가 있다. 이것마저 고장이 나면 섬 노인들은 무거운 짐을 지고 산중턱까지 올라가야 한다. 섬 주변은 험한 갯바위로 둘러싸여 있다. 마을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해안에서 마을로 올라갈 수 있는 통로는 오직 한 군데 밖에 없다. 생활할 수 있는 공간 역시 많지 않다. 집들은 경사진 비탈에 올망졸망 모여 있다. 돌담이 처마와 같은 높이로 쌓여 있고 지붕은 하나같이 밧줄로 단단히 동여맸다. 이곳은 낚시가 잘 되기 때문에 바닷가에는 낚시꾼들이 많다.

a 고기를 손질하는 노부부 고기가 잘 잡히는 섬 광도

고기를 손질하는 노부부 고기가 잘 잡히는 섬 광도 ⓒ 이재언


a 가파른 길을 올가고 있는 주민  일반인도 올라가기가 힘들다

가파른 길을 올가고 있는 주민 일반인도 올라가기가 힘들다 ⓒ 이재언


바닷가에 조금만 물량장 외에 평지가 없어 놀러 오지도 못할 그런 섬이다. 그마나 낚시 포인트가 있어서 사람들이 찾는다. 해발 243m 높이의 산이 있고 해안선은 단조롭다. 급경사까지 있어 배를 정박하는 것도 까다롭다.

섬에는 '큰굴'이라는 동굴이 있다. '큰 굴'은 예로부터 난리를 피해 숨는 장소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1970년대 남해안 일대에서 간첩선과 간첩이 자주 출몰하자 간첩이 은신할 만한 동굴은 메워버리라는 지침이 내려와 입구를 막아 버렸다고 한다. 그렇지만 경관만은 신선도 안 부러운 곳이다. 살 만한 섬이 되려면 얼마나 걸릴까. 섬주민들이 살기 편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안고 광도와 작별했다.

● 광도는
여수시 삼산면에 딸린 섬으로 거문도와 35㎞, 여수시 남서쪽 85.5㎞에 있다. 면적0.66㎢, 해안선 길이 5.1㎞, 인구는 7가구 11명(2010년)이 산다.

● 지명 유래
넓은 곳이라는 뜻의 '너프리'라 불렀다. 본래는 병풍도라고 했는데 1914년 고흥군에서 여수군으로 행정 구역이 개편됨에 따라 주위 섬들에 비해 넓다고 해서 넓을 광(廣) 자를 써 광도라 했다.

● 가는 길
여수항 여객선터미널에서 거문도행 배를 타고 손죽도에서 내려 섬사랑호로 갈아타야 한다.

출항 시간 08:30, 15:00
선장 연락처 010-9398-8092
덧붙이는 글 이재언 기자는 목포대도서문화연구원 연구원입니다.
#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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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연구원으로 2019년까지 10년간 활동, 2021년 10월 광운대학교 해양섬정보연구소 소장, 무인항공기 드론으로 섬을 촬영중이며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재정 후원으로 전국의 유인 도서 총 447개를 세 번 순회 ‘한국의 섬’ 시리즈 13권을 집필했음, 네이버 지식백과에 이 내용이 들어있음, 지금은 '북한의 섬' 책 2권을 집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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