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하루' 인기 실감...주커버그처럼 되고파"

[보도 후 인터뷰] 새 SNS '하루' 개발한 박성범·윤형근 군

등록 2014.03.05 14:20수정 2014.03.05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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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청소년 특별면 '너아니'에 실렸습니다. '너아니'는 청소년의 글을 가감없이 싣습니다. [편집자말]
 박성범 윤형근군이 자신들이 개발한 하루와 함께 활짝 웃고있다.

박성범 윤형근군이 자신들이 개발한 하루와 함께 활짝 웃고있다. ⓒ 김윤수


최근 성남 이우고등학교에 입학한 윤형근·박성범 군은 며칠간 매우 정신 없었다. 그들을 이렇게 정신없게 한 건 그들이 개발한 SNS '하루 커뮤니케이션'(이하 하루 www.harooo.com). 두 학생은 기존 SNS의 정보 과잉에 불만을 느꼈다. 결국 2013년 1월 25일부터 318일 동안 개발해 24시간만 글이 유지되는 새로운 SNS '하루'를 만들었다.

2월 17일 기자는 학교 후배인 두 학생이 만든 SNS에 대한 기사를 써 <오마이뉴스>에 올렸다(관련기사: 중학생들이 만든 새로운 SNS '하루'). 기사가 보도되자 많은 사람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공유했고 '하루'에 접속하는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기사가 나간 후 정신이 없었어요. 실감도 안 나고 당황스러웠어요. 신기하기도 했고요. 3일에 하루꼴로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어요. 돈이 없어서 서버를 싼 걸로 샀더니 쉽게 다운되더라고요."

겨울방학이 끝나가던 지난달 28일 기자는 두 학생을 재학중인 이우고등학교의 작은 세미나실에서 다시 만났다.

보도 후 가입자 10배 가까이 늘어... 네이버에서 연락 오기도

새 SNS '하루'는?
하루의 가장 큰 특징은 글이 하루 동안만 보인다는 것이다. 오래갈 가치 있는 글은 페이스북의 '좋아요'와 유사한 '오호라'를 눌러 유지할 수 있다. 즉, 불필요한 정보는 하루 지나 삭제되고 가치 있는 정보는 지속하는 것이다.

하루 페이지에서 글을 작성하면 작성한 글 우측 상단에 작성한 시간과 '24시간 남았습니다'라는 문구가 생긴다. 작성한 글 하단에 '오호라'를 누르면 24시간이 추가돼 문구에 나타난다.

하루의 또 다른 특징은 글이 등록되는 타임라인을 '친구들' 과 '광장' 두 개로 나눴다는 것. '친구들'과 '광장'은 SNS의 개방적 속성과 폐쇄적 속성을 합친 것으로 '친구들'에서는 무거운 관계의 사람들과 대화를, '광장'에서는 가벼운 관계의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다.

두 타임라인에는 큰 차이가 있다. 광장에서는 하루가 지나면 글이 사라진다. 하지만 친구들에서 나누는 글은 지속된다.

- 오마이뉴스 기사 <중학생들이 만든 새로운 SNS '하루'>에서 발췌
- '하루'는 정확히 언제 문 열었나?
"공식으로 문을 연 때는 이우중학교 졸업전에서였어요(이우중학교에서는 3학년 학생들이 1년간 졸업 작품을 만든다. 졸업전은 1년간 진행한 졸업작품을 발표하는 자리다. 윤군과 박군은 기획하던 '하루'를 졸업작품으로 택했다). 그때가 12월 9일이었어요. '대단하다' '어린학생들이 이런 걸 만들다니' 이런 반응이 제일 많았어요. 형처럼 의견을 말해주는 사람도 있었어요."

- 기사가 나간 후 10일 정도 지난 것 같은데 체감할 만한 변화가 있나? 방문자 수, 게시물 수 등등.
"그때는 '하루' 방문자가 하루에 5명 들어올까말까였고 글도 잘 안 올라왔어요. 그런데 기사가 나간 후 갑자기 2000명씩 방문했어요. 가입자 수는 원래 한 140명 정도였고 대부분 지인들이었어요. 기사가 나간 후 지금은 약 1400명 정도 가입했어요. 게시물도 엄청 늘었어요. 이틀에 천개씩 올라왔어요."


- 보도 후 서버가 몇 번 마비됐다고 들었다. 현재 서버는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 서버를 늘릴 계획은?
"서버가 하루에 10번씩 다운되고 난 후에는 트래픽을 감당하려고 서버 업그레이드를 했어요. 업그레이드를 한 후에는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보도 후 주변 반응은 어땠나?
"친구들은 '잘했다', '대단하다'와 같은 칭찬을 계속 했어요. 가족들은 열심히 노력하더니 잘 됐구나 하는 반응을 보였고요. 몇 명은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다고 하더라고요(웃음)."


-NHN에서 연락이 왔다고 들었다. 어제 NHN을 방문한 걸로 아는데 무슨 얘기를 했나?
"정말 별 것 없어요. 네이버 이사님이 기사를 보시고는 만나자고 해서 네이버 본사에서 만났어요. 같이 밥을 먹으면서 '하루'에 대해 전반적인 질문을 하시더라고요. '하루'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하루'를 만든 이유 등을 물어봤어요. 그리고 학교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어요."

-보도 후 많은 사람이 '하루'에 가입했다. 가입자 수는 천 명을 넘었고 <한겨레>에서까지 연락이 왔다. 부담스러운가 아니면 뿌듯한가?
"부담스럽기보다는 당황스러워요. 갑자기 큰 관심을 받으니까 크게 당황했어요. 뿌듯하기도 하고요. 음… 매우 뿌듯해요. '하루'가 내 아이 같아요(웃음)."

개발할 때 완성 못할까봐 불안... 24시간 시스템, 양날의 칼 될 수도

 설명하는 두 학생

설명하는 두 학생 ⓒ 김윤수


- 처음 '하루'를 만들며 기대했던 바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다른 점은.
"'하루'를 만들 때 주커버그 같이 성공한 사람이 되는 모습을 상상했어요(웃음). 김칫국 엄청 많이 마셨죠. 포털 사이트에 이름 치면 나올 정도를 기대했거든요(웃음). 지금도 그 길을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웃음)."

- 그런데 점점 방문자 수가 줄어드는 것 같다
"보도 확 늘어난 다음에 점점 줄어들더니 요즘은 방문자 수 50명을 유지하고 있어요. 그래도 50명은 잡았구나 하고 있어요. 5명씩 들어오던 것보단 훨씬 낫거든요."

-'하루'를 만들 때 걱정했던 점과 하루의 가장 큰 약점은 뭐라 생각하나?
"우선 만들 때 가장 걱정했던 것은 사람들이 굳이 기존 SNS가 있는데 '하루'를 쓰려고 할까 였어요. 중간에 만들다가 후발주자로 너무 늦은 거 아닌가 하는 걱정도 했고요. 페이스북이 주변 기업들 다 인수하고 있고 구글도 '구글+' 만들고 네이버나 다음도 자기들 SNS가 망해서 문을 닫고 있는데 우리가 성공할 수 있을까 걱정했어요. 또 24시간 글이 유지되는 것도 사람들이 안 좋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친구들'(친구를 맺은 사람들끼리 사용하는 타임라인)의 비중이 낮은 것도 약점 같아요."

-그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비교해서 더 낫다고 하는 점은?
"음…. 간단함? 디자인이나 시스템이 간단해요. 그리고 서버도 훨씬 가벼워요."

- 다른 SNS에서 느낀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가? 불필요한 정보가 넘쳐난다는 것 제외하고.
"다른 SNS는 복잡해요. 기능이 추가되고 자기도 모르는 기능이 있기도 하니까 점점 쓰기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자신이 작성한 댓글을 찾을 수 없다든지 하는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또 음란물이나 이상한 것들도 자꾸 올라오고요."

- 개발 기간 중 시행착오는 뭐가 있었나?
"댓글에 문제가 있었어요. 댓글을 달아도 한 글에 댓글이 하나밖에 안 달렸거든요. 엄청 끙끙대며 힘들었는데 알고 보니 엄청 사소한 문제였더라고요. 그리고 불안했어요. 이대로 가다간 완성 못할 것 같아 불안했어요. 24시간 시스템의 단점에 대해 걱정도 했고요. 24시간 시스템이 양날의 칼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여러번 들었어요. 또 개발할 때 기획한 것을 머릿속에 넣고 구현할 때 엄청 쉽게 풀리는 것도 있고 엄청 난해한 것도 있어요. 예를 들면 친구의 글이 차례로 안 나와서 엄청 복잡하기도 했어요. '친구들'에서 글이 섞이기도 했고요."

- 하루를 운영하고 관리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아무래도 평가를 받으면 그걸 또 구현해야 하는데 구현하려면 계속 더 알아봐야 해요. 이 과정이 힘들어요. 또 모든 사람들한테 맞출 수가 없으니까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도 힘들죠."

- 앞으로의 목표는.
" 일단 처음에 생각한 것을 다 구현하는 게 목표입니다. 글에 태그다는 것을 아직 못 했고, 친구 추천하는 기능도 안됐어요. 아직 글 검색도 안 되고요."

- 장래에도 프로그램 개발자를 하고 싶은 건가 아니면 그냥 재미로 해본 건가?
박군= "하루는 진로를 결정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경험해 보고 계속 새로 시도하는…."
윤군= "맨 처음 시작할 땐 단순한 취미로 해봤는데 괜찮은 것 같기도 해요."

- '하루'를 개발하면서 얻은 것이 있다면.
"도전정신이요. 또 어떤 것을 잡고 꾸준히 하는 경험도 했어요."

- 입시공부에 찌들어있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 무조건 공부만 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꿈을 찾고 취미를 개발해 나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실패할 것 같다고 하지만 그 일을 경험하고 도전해보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실패해도 괜찮아요. 실패도 경험의 일부거든요."

"하루를 더 발전시킬 수 있다면 기꺼이 넘겨줄 거예요"

- 사이트를 운영하려면 돈이 필요할텐데 어떻게 하고 있나.
"돈 문제는 저희가 따로 일을 하거나 아니면 '하루'에서 새로운 창출모델을 찾거나 해야 할 것 같아요. 아니면 더 잘 관리할 사람을 찾아서 넘겨야 할 것 같아요."

- 인수제의가 온다면 기꺼이 하루를 넘길 의향이 있는가.
"그 회사를 신뢰한다면 넘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시스템 자체가 더 클 수 있고 사용자도 훨씬 더 많아질테니까요. 이 아이디어를 더 살려준다면 바로 넘길 수 있어요."

- 과도한 SNS로 진정한 소통이 상실됐다는 얘기가 많다. '하루'도 소통을 추구한다고 알고 있다. 실제 삶에서 소통이 사라지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 오프라인에서의 소통이 확연히 줄어든 것 같긴 해요. 하지만 멀리 떨어져 있거나 모르는 사람과의 소통은 더 는 것 같아요. 문제는 다들 너무 과학에 의존해서 소통을 하지 않나 싶어요. 우리는 모르는 사람들이 '광장'('친구들'과는 달리 가벼운 관계의 사람들과 대화하는 곳)에서 만나 관계를 맺고 '친구들'에서 더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을 생각했고 지금도 그래요. 하루도 소통을 파괴할 순 있겠지만 그것을 최대한 막는 게 하루 소통의 목표입니다."

 두 학생이 하루를 보고있다.

두 학생이 하루를 보고있다. ⓒ 김윤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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