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플란트 반값 지원? 그래도 5백만원 부담해야

[주장] 정부가 내놓은 '노인 임플란트 비용 50% 지원'의 속살

등록 2014.03.08 20:23수정 2014.03.0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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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복지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보면 두손 들어 환영할 일이지만, 개원가에서 진료중인 치과의사로써 무언가 개운치 않은 구석이 있다.

복지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보면 두손 들어 환영할 일이지만, 개원가에서 진료중인 치과의사로써 무언가 개운치 않은 구석이 있다. ⓒ sxc


6일 오전, 관심을 끄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 건강보험 정책심의위는 오는 7월부터 75세 이상 노인이 임플란트 시술을 할 경우, 건강보험에서 비용 50%를 지원키로 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아울러 2015년에는 70세로, 2016년부터는 65세로 그 적용 범위를 넓힌다고 한다.


복지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보면 두손 들어 환영할 일이지만, 개원가에서 진료중인 치과의사로써 무언가 개운치 않은 구석이 있다. 공약 후퇴니 하는 정치적 논쟁은 제쳐두고서라도, 이번 정책이 과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75세 이상 노인, 임플란트 50%지원'이라는 화려한 수식어의 내면을 한 번 들여다 볼까 한다. 그에 앞서 몇 가지 치과 지식을 동원해야겠다.

어르신들의 구강 상태를 분류해보면 크게 부분무치악(치아의 일부가 상실)과 완전무치악(치아의 전부가 상실)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물론, 상실치 하나 없이 매우 건강하게 치열을 유지하고 계신 어르신들도 가끔 볼 수 있지만, 이는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이므로 제외키로 한다.

노화의 과정은 틀림없이 부분무치악에서 완전무치악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며, 이는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완전무치악의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치아가 상실되면 치조골 흡수라는 잇몸뼈의 위축이 발생되며, 상실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잇몸뼈의 양은 줄어들게 된다. 즉, 뼈가 부족해서 임플란트를 심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국가지원 50% 받아도 본인부담금은 '부담'


a  병원 입구에 부착된 틀니 보헙적용 홍보 포스터. 본인 부담금 악당 60만원은 75세 어르신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다. 지역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작년 한해동안 단 한명의 환자도 보험적용 틀니를 위해 내원하지 않았다.

병원 입구에 부착된 틀니 보헙적용 홍보 포스터. 본인 부담금 악당 60만원은 75세 어르신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다. 지역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작년 한해동안 단 한명의 환자도 보험적용 틀니를 위해 내원하지 않았다. ⓒ 이정혁


이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이번 발표의 속을 한번 들여다보자. 이번 정책으로 실질적 혜택을 받는 국민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2010년 기준으로, 전국의 60세 어르신들의 인구수는 총 760만6903명이다. 이 중 75세 이상은 204만6485명으로 15세 이상 전체 인구수(임플란트 시술 가능 인구) 4020만3788명 중 5.5%를 차지한다(국가통계포털).

그렇다면 5.5%의 어르신들이 모두 혜택을 볼수 있는가? 먼저, 만성질환으로 임플란트 시술이 어려운 분들을 가려내보자. 임플란트 관련 의료기술 및 임상숙련도 등의 눈부신 발달로 인해, 임플란트의 금기증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연령대가 높은 환자분들 중 심각한 전신질환을 가지고 계신 분들의 경우 수술이 꺼려지는 건 사실이다. 특히나, 조절이 어려운 당뇨나 혈액 질환, 골다공증 등의 전신질환은 시술자인 나부터 피하게 된다.


그렇다면 75세 이상의 어르신들 중 임플란트 수술이 가능할 정도의 건강을 지키고 계신 분들은 얼마나 될까?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10여년의 임상 경험동안 그 숫자는 결코 많지 않았으며, 그런 경우 대부분 일반 틀니를 권해드렸다. 그럼에도 크게 양보하여, 5.5%의 어르신들 중 절반이 넘는 3%정도가 가능하다고 일단 추정해보자.

다음으로, 국가가 50%를 지원해준다고 해도 남은 본인부담금은 본인에게 굉장한 부담이 된다. 75세 이상 환자들중 절반이 완전 무치악이라고 가정하면, 적어도 4~6개의 임플란트를 식립해야 그 위에 틀니를 올려서 사용할 수 있다.

계산이 용이하도록 임플란트 비용을 개당 100만 원으로 산정해보자(보험이 적용되는 임플란트 개수와 치아부위, 수가 등 세부 사항은 사회적 논의를 거쳐 5월에 확정지을 계획이라는 데, 이 또한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완전무치악을 가진 75세 어른 한분이 임플란트 4개를 식립하고, 위 아래 틀니를 넣는다고 했을 때, 본인 부담금은 임플란트 50만원*4=200만원, 틀니 60만원*2=120만 원, 합이 320만 원이다.

이는 단순히 계산의 편의를 위한 산출이며, 현재 논의되고 있는 임플란트의 개당 수가는 평균수가 197만 원정도로,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하는 비용은 100만 원선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위의 계산은 최소한의 수가와 개수의 임플란트를 기준으로 한 것이며, 별도로 추가될 뼈이식등의 비용은 아예 제외한 금액이다.

임플란트 반값 지원, 과연 어딜 향해 쏜 것일까

a  75세 이상 환자의 구강 파노라마 사진. 살릴 수 있는 치아가 거의 없어서 대부분 완전무치악의 상태로 치료가 진행된다.

75세 이상 환자의 구강 파노라마 사진. 살릴 수 있는 치아가 거의 없어서 대부분 완전무치악의 상태로 치료가 진행된다. ⓒ 이정혁


결론적으로 최소 500만 원 이상의 본인부담금을 내야, 치아가 하나도 없는 완전무치악 어르신들이 임플란트 시술을 받을 수 있다. 앞서 추론했던 수술 가능 인구인 3%중 몇 %가 과연 가능할까?

여기서 한 가지 더 짚어보아야 할 것은, 생활 환경이 어려운 분들일수록 완전무치악의 가능성이 현저하게 높다는 점이다. 치료 비용의 부담으로 치료를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온전한 치아가  남아있을 리 없다. 따라서, 그분들에게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50%의 지원금은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참고로, 지난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소속 이언주 의원이 감사한 내용을 살펴보면, 75세 이상 완전틀니로 건보공단이 추정한 소요재정은 3288억 원이었고, 실제로 사용된 비용은 435억원에 불과했다. 홍보 부족 등을 감안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본인부담금 120만 원이 치과의 문턱을 크게 낮추지는 못했을 거라는 말이다, 혹은 대상 연령이 지나치게 협소했거나.

위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아무리 후하게 쳐줘도 이번 정책으로 혜택을 볼 가능성이 있는 국민은 1%미만의 소수일 것이다. 그것도 비교적 생활에 여유가 있는 분들로. 물론, 그 상대적 수치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몇 분의 어르신들이라도 혜택을 본다면, 안 하는 것보다야 당연히 나은 일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전 국민이 혜택을 받는 것처럼 떠들어대는 정부와 언론의 호들갑은 상당히 비위에 거슬린다. 부디 올 한해 시행 후에 시술 받은 환자가 몇 명쯤이었는지 공개해주길 바란다.

2011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남자 77.6세, 여자 84,4세이며, 질병에 걸려있는 시간을 제외한 건강 수명은 남녀평균 66세이다. 75세 이상 임플란트 반값 지원이라는 화살은, 과연 과녁을 겨냥하고 쏜 것인지 그저 의심스러울 뿐이다.
#노인 임플란트 #완전 무치악 #건강수명 #본인부담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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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위주로 어줍지 않은 솜씨지만 몇자 적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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