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12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 "국정원도 (공문서 위조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이 사람(협조자)한테 당했을 가능성도 지금 있는 것"이라며 "국정원이 이렇게 무능했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사악하진 않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유성호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이 국가정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으로 바뀌었습니다. 국정원 협조자 김아무개씨가 자살을 시도하며 유서를 통해 중국 공문서를 위조했다고 실토한 게 결정적 계기였습니다. 새누리당의 '국정원 감싸기'도 끝났다고 봤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마저 지난 10일 유감 입장을 표하며 "(검찰) 수사 결과 문제가 드러나면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죠.
착각이었습니다. 새누리당 김진태·이철우 의원은 12일 입을 모아 국정원을 두둔하고 나섰습니다.
김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 "(공문서 위조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이 사람(협조자)한테 당했을 가능성도 지금 있는 것"이라며 "국정원이 이렇게 무능했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사악하진 않은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철우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국정원을 이렇게 흔들어대는 것은 북한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이라며 "간첩을 조작한 게 아니고 그 작은 서류 하나가 이렇게 조작됐다, 그것에 지금 휘말려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국정원이 무능했을지언정 간첩을 만들기 위해 증거조작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란 주장이요,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된 중국 공문서 위조사실을 '작은 서류 하나'로 치부한 궤변입니다.
'남재준 용퇴론' 비꼬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무엇보다 이해되지 않는 건 김진태 의원입니다. 국정원 출신인 이 의원이야 '친정'을 지키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이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친정 이야기라서 웬만하면 안 나서려고 했더니 어쩔 수 없이 나왔다"라고도 했죠.
그러나 김 의원은 박 대통령의 유감표명이 있던 10일에도 국정원을 공공연히 감쌉니다. 그는 10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야당이 이젠 간첩사건에서까지 특검을 주장하다간 '간첩옹호당'이란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글을 남겼습니다. 또 "사람이 죽기 직전에 한 말은 웬만하면 믿어주는 게 맞다"라면서도 "그러나 이번 국정원 협조자 김모씨의 경우는 좀 다르다"고 못박습니다.
새누리당 이재오·김용태 의원 등이 이번 사건에서 남재준 국정원장의 책임을 묻고 나선 다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전날(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MBC라디오 출연을 예고하며 "간첩 증거조작 의혹 사건에 대해 소신발언 하면 또 얼마나 씹어대려나"라며 "벌써부터 분위기 파악하고 국정원장 해임하라는 우리 당 의원님들도 계시니"라고 사실상 '남재준 용퇴론'을 제기한 동료의원들을 비꼬았습니다.
민주당 강원도당이 이날 자신의 라디오 발언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놓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회 입성 이후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를 위해 종북세력의 거센 공격과 저항을 버텨내며 여기까지 왔는데, 지역구 국회의원 한 석도 없는 민주당 강원도당 성명 따위에 흔들릴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지방선거 준비나 제대로 하기를 충고한다"고 맞섭니다.
공교롭게도 이재오 의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자유민주주의는 국정원이 수호하는 게 아니다"라며 "간첩증거 조작해서 자유민주주의가 지켜지나, 그건 오히려 자유민주주의를 심대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법조인 출신이면서도 '친정' 대신 국정원 택한건가?이 같은 김 의원의 모습은 다른 새누리당 의원들과 비교하면 참 다릅니다. 이번 사건을 '중국의 방첩사건'으로 규정하고 주한 중국대사관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이의 커넥션 의혹까지 제기했던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만 해도 지금 '침묵' 중입니다. 그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부인하기 힘들만큼 여러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10일자 <조선일보>에 따르면, 증거조작 '주범'으로 꼽힌 중국 선양 총영사관의 국정원 소속 이인철 영사는 검찰 수사에서 "처음엔 확인서 작성을 거부했지만 본부 측의 거듭된 지시로 어쩔 수 없이 가짜 확인서를 만들어 보내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정원이 검찰 측 증인들의 진술조서까지 '위조'했다는 의혹까지 새로 제기되는 형국입니다.
무엇보다 김 의원은 법조인 출신입니다. 그처럼 법조인 출신인 황우여 당대표는 "사법정의를 세워야 하는 형사법정에 수사소추기관이 위조증거를 제출했다면 이는 있을 수 없는 사법 신뢰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이번 사건을 규정했죠. 거칠게 풀자면 '대공수사권'을 가진 국정원이 사법당국을 능멸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친정'보다 국정원을 두둔했습니다. '공안'검사 출신이기 때문일까요.
두 가지가 생각납니다. 먼저 '대한민국 검사 선서'가 있습니다.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가 되겠다는 내용입니다.
나머지 하나는 '국회의원 선서'입니다.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다짐합니다.
그러면 증거를 조작해 생사람을 간첩으로 내몬 의혹을 사고 있는 국정원을 두둔하는 것이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고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행동일까요. 헌법에 따라 국가권력의 부당한 행사를 막아야 할 국회의원의 책무가 맞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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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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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유감' 표명에도 국정원 걱정하는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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