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와 손 꼭잡은 까꿍이너무냐 넌
이희동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드는 나. 그런데 어라? 엊그제 하원 때와 달리 까꿍이가 나를 본체 만체 하는 것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무언가에 정신이 팔려서 나를 보지 못하는 듯했다. 뭐지?
이유는 쉽사리 알 수 있었다. 까꿍이가 혼자 줄을 서서 내려오던 엊그제와 달리 옆에 어느 남자 아이랑 손을 꼭 잡고 내려오는 것이었다. 만면의 웃음을 머금은 채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까르르대면서.
순간 흠칫했지만, 아이가 선생님에게 인사하고 헤어지기까지 태연하게 지켜만 봤다. 다행히 아이는 선생님께 인사한 뒤 곧바로 내게 달려왔으며, 언제 그랬냐는 듯 내게 매달리며 아빠가 와서 좋다며 싱글벙글했다.
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 까꿍이에게 슬며시 물었다.
"남자친구야? 잘 생겼다.""응. 그렇지? 그래서 좋아하는 거야.""저 친구도 네가 좋대?""몰라. 내가 옆에 앉아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좋다고 해서 그때부터 좋아해."극히 아이다운 대답이었지만, 아빠로서 그 대답을 듣고 있자니 기분이 복잡다단했다. 약간 섭섭하기도 하고, 다행스럽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고. 대체 이 기분은 뭐지? 설마 질투? 많은 아버지가 결혼식장에 딸자식 손잡고 들어가서 사위에게 넘길 때 기분 묘하다더니 설마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이 그와 같은 맥락은 아니겠지? 난 까꿍이가 커서 남자친구를 데리고 오더라도 전혀 아무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집에 와서도 까꿍이는 엄마에게 남자친구 이야기를 꺼냈다. 생각만 해도 좋은지 부끄러워하면서도 자랑스럽게 남자친구를 이야기했다. 이제 곧 아침이 되면 남자친구에게 잘 보인다며 직접 옷을 고르는 시기가 오겠지.
남자친구 이야기를 하면서 붉게 홍조를 띠는 까꿍이를 보고 있자니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산원에서 녀석을 안아 들었던 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다 컸다고 남자친구가 잘생겼네 어쨌네 하고 떠들다니. 내가 6살 때 유치원에서 꼭두각시 춤을 같이 추는 짝꿍이 예쁘다고 했을 때 우리 부모님도 이와 같았겠지.
어쨌든 까꿍아. 유치원 등원을 축하하며, 친구들과 더욱 열심히 뛰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