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추도식 참석한 정몽준 의원6.4지방선거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몽준 의원이 26일 오전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천안함 4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권우성
결국 선거 때를 맞이한 보수 여권의 해묵은 '안보 공세'인 셈이다. 특히 이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정몽준 의원이 불씨를 당긴 것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21일 오전 '천안함 용사 4주기 추모 특별 사진전'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박 시장께서는 천안함 폭침이 우리 정부가 북한을 자극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이해하기 어렵다"라며 "박 시장의 안보관은 분명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5일 재경광주·전남향우회 경로잔치에 참석한 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주제로 한 토론을 해보자며 박 시장에게 '사상검증'의 잣대를 들이대기도 했다.
다음날인 26일에는 국가보안법과 통합진보당 사건으로 전선을 확장시켰다. 정 의원 측은 이수희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박 시장은 안보 문제를 중요한 문제로 인식은 하고 있는지, 수많은 희생으로 지켜 온 우리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지키기 위한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국회 진출에 대해 어떤 책임감을 느끼는지 밝혀줄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선거판마다 '천안함' 끌어쓰는 새누리당 그러나 이런 주장은 일부 사실만을 잘라 쓰는 것이다. 박 시장은 지난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와 관훈클럽 토론 자리에서 "나는 북한의 소행이라고 믿는 사람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즉 이미 '답변'한 것을 묵살하고 공격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박 시장은 당시 "이 정부 들어 소통의 부재 때문에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렇게 됐는지 정부가 성찰해야 한다"라고 꼬집은 바 있다. 정부·여당이 천안함 사건에 관한 사회 각계의 합리적 의심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기커녕, 그를 안보위협세력으로 규정해 이념 프레임으로 뭉개는 행태를 보이는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정 의원은 '자유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체제 토론을 하자고 했지만, 오히려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보장하는 '기본권'은 무시하고 있다. 시민은 우리 사회가 보장하고 있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에 따라 정부의 조사 결과에 합리적 의심을 충분히 제기할 수 있다. 다만 그에 동의하느냐, 마느냐는 개인의 선택일 뿐이다. 오히려 정부의 조사결과를 무조건 믿어야 한다는 주장은 체제 경쟁을 벌이던 냉전시대의 유물과도 같다.
오히려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천안함 사건 원인을 둘러싼 의심이 거둬들여지지 않는 까닭은 새누리당의 탓이 크다. 당시 천안함 사건 원인을 납득하지 못하는 국민이 40%를 넘는다는 여론조사도 나왔고, 국회에서는 '천안함 침몰 진상조사 특위'까지 구성됐다. 그러나 천안함 특위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불참으로 사실상 무산됐다.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합리적인 문제 해결 과정 자체를 새누리당이 거부한 셈이다.
무엇보다 4년 전부터 천안함 문제를 선거판으로 끌어들인 건 새누리당이었다. 2010년 6·2 지방선거 당시에도 정부·여당은 선거 직전에 천안함 조사 결과를 내놓고 '북풍 프레임'을 짰다. 이에 야권은 '전쟁 대 평화' 프레임으로 맞섰고 여당은 참패를 기록했다.
이후 이어진 선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11년 4월 치러진 강원지사 보궐선거에서 엄기영 당시 한나라당 후보는 최문순 후보를 향해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것을 최 후보가 부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1년 10월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박원순 후보를 향해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이냐, 아니냐"고 물었다. 이들은 모두 패배했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서도 마찬가지였다. 새누리당은 그해 3월 천안함 2주기 논평에서 "북한 소행을 부정하는 이들이 총선을 통해 국회에 들어가 무슨 사건을 일으킬지 두렵고 불안하기 그지없다(이상일 대변인)"고 주장했다.
이쯤 되면 천안함 46용사를 진정 모욕하는 이들이 과연 누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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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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