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대령 "너도 달라고 하면 줄 거냐"

[단독] O군사령부 A대령 징계 및 심의 결과 입수

등록 2014.03.31 11:19수정 2014.03.3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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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31일 오후 1시 28분]

"요즘 여자애들은 목적을 위해 몸을 함부로 굴린다던데 너도 내가 달라고 하면 줄 것이냐,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면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한테 몸을 바친다."

지난달 육군본부 전역심사위원회가 부서원에 대한 성적문란행위와 금품수수, 모욕, 폭언, 직권남용 행위 등으로 현역복무 부적합 판정을 내린 A대령의 구체적인 언행과 비위행위가 드러났다.

최근 <오마이뉴스>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광진 의원실을 통해 A대령에 대한 육군의 징계 및 현역복무 부적합 심사(현부심) 심의결과를 입수했다. 이 문서에는 A대령의 징계사유와 사건 경과, 전역심사위원회 심의결과가 포함돼 있다.

지난해 여름 O군사령부 여군 고충상담센터에 사령부 소속 A대령이 장기(복무)선발을 미끼로 노골적인 성 상납을 요구했다는 여군 부사관의 고발이 접수됐다.

지난 해 7월 1일 법무참모부에 A대령에 대한 피해자들의 신고가 접수됐고, 이튿날 검찰부가 피해자들의 진술을 청취하고 조사를 개시했다. 검찰부는 사령부 내 A대령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A대령, 성적문란행위·금품수수·모욕·폭언·직권남용 등 혐의


조사결과 A대령이 장기선발 및 군무원 계약을 연장해주겠다며 피해자들을 자신의 차에 태우고, '너도 내가 달라고 하면 줄것이냐' 운운하면서 여군 부사관 2명과 여성 군무원 1명에게 묵시적으로 성 접대를 요구하거나, 부하로부터 50만 원권 백화점 상품권을 수수한 혐의가 포착됐다.

A대령이 부하에게 자신과 내연관계에 있는 여성에게 면세 주류를 전달하게 하고, 휴가 중이던 피해자 여군 부사관을 보안평가 명목으로 사무실에 오게 하는 등 의무 없는 일을 강요해 직권을 남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또 부하에게 "호로새끼, 성격이 이상하다, 가족이 양심도 없고 인간도 아니다"는 등의 폭언을 하거나 피해자 여군 부사관을 언급하면서 "전 부대에서 중위를 만나고 계급, 나이, 지위 상관없이 남자를 만나는 것 같다", 특정 남녀 부사관을 거론하면서 "서로 부적절한 관계, 건방지고 무능력한데 자신이 노력하여 장기선발되게 하였다"는 언어폭력과 명예훼손을 자행하기도 했다. 

보름 동안 조사를 진행한 O군사령부는 지난해 7월 17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A대령에게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정직 3개월은 중징계 중 가장 낮은 징계에 해당했지만 A대령은 이에 불복, 수원지방법원에 징계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이 집행정지가처분을 받아들이자 A대령은 복직했다.

강제 전역조치 불복해 민사소송... 혐의사실 부인 "부당한 징계"

A대령이 복직하자 육군본부에서는 아주 이례적인 후속조치를 취했다. 지난 2월 11일 전역심사위원회를 열어 A대령에게 현역복무 부적합 결정을 내린 것이다. 육군본부는 군인사법 시행규칙 제56조 제2항의 현역복무 부적합 사유를 들었다.

장기선발 및 재계약을 빌미로 부서원에 대한 성적문란행위, 초등학교 동창과 내연관계 유지, 부하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A대령의 행위가 '사생활이 방종하여 근무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군의 위상을 손상'시켰으며, 부하에 대한 명예훼손, 모욕, 폭언, 직권남용 행위는 '배타적이며 화목하지 못하고 군의 단결을 파괴'했다고 보고 강제 전역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A대령은 육군의 강제 전역조치에 불복,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지난 2월 19일 국방부는 A대령에게 전역명령을 내렸다. 단, 집행정지가처분이 인용된 점과 1심 소송이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서 전역일자는 3개월 후인 5월 10일로 정했다.

<오마이뉴스>는 A대령의 말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A대령은 군 당국의 조사 내용이 사실무근이라고 강력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측의 얘기만 듣고 부당한 징계를 내렸다"는 것이 A대령의 주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군대와 독립된 민간차원 독립기구 통해 성폭력·성희롱 문제 대응해야"

김광진 새정치연합 의원은 "더이상 이런 일들이 '군사문화'라는 것으로 변명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서 "대한민국 사회의 변화와 발맞춰 군도 인권과 생명존중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불어 김 의원은 "지금 문제되는 분들은 짧게는 십년, 길게는 삼 십 년동안 군생활을 해왔지만 지금 적발되었을 뿐이다, 군 장교들의 인성관리가 되지 않는 문제 또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최근 논란이 된 15사단 고 오혜란 대위 사건, A대령 사건에서 보여주듯 여군 장교·부사관에 대한 성범죄가 주로 근무평정, 진급, 보직, 장기선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휘관과 직속상관, 인사 관련 참모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공론화되지 못한 군내 성범죄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수직적 위계에 의한 성범죄' 성격이 강한 군대 내 성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민정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병영 내 성폭력이나 성희롱을 근절하기 위해선, 군대 내 고충처리 제도가 아니라 군대와는 독립된 민간 차원의 독립 기구를 통해 성폭력이나 성희롱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접대 #군대 내 성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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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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