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활 입문서, 이 책입니다

[리뷰] 유범상의 <필링의 인문학>을 읽고서

등록 2014.04.08 15:09수정 2014.04.08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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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도착하고 제일 먼저 든 생각과 행동. '필링(peeling)이 뭐지?' 그리고 영어사전을 찾았다.

필링(peeling)의 사전적 의미을 이해하면서, 서문을 읽으면서, 마지막 책을 덮으면서, 떠오른 한 문장.


"2014 껍데기를 벗고서"

내 대학시절 <껍데기를 벗고서>는 대학생활 입문서다. 정확하게는 고등학교까지의 제도교육 입시교육의 묵을 때를 벗겨내는 운동권(?)이 되는 가이드북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많은 대학생들이 <껍데기를 벗고서>를 읽고, 깨달음(?)을 얻거나 자신의 경험과 세계관을 지키기 위한 강한 저항(?)을 했으리라 짐작한다.

그렇다면 한번 껍데기를 벗으면 영원히 지속가능할까? 나를 비롯한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시민들이 그리고 한국사회 자체가 한 번 또는 몇 번의 변태 이후에 더욱 딱딱한 갑옷으로 무장하고 있는 것을 아닐까? 자신만의 파놉티콘. 매트릭스을 갇혀 살고 있지는 않을까? 의문을 시작하고 질문을 던져본다. <필링의 인문학>으로부터.

a  유범상의 <필링의 인문학>.

유범상의 <필링의 인문학>. ⓒ 김동규


첫 번째 질문, 나는 생각하는가 생각 당하는가

언론에 의해, 교육에 의해, 정치에 의해, 수많은 그리고 잘 짜여진 자본주의 시스템에 의해 나느 생각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문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과연 이러한 세상에서 중립은 있는가? 계급은, 당파성은, 세력은 사라졌는가? 질문을 던진다.


"생각을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이런 생각의 조직되고 체계화된 형태가 바로 이념이고 철학이며 이데올로기이다. 따라서 생각은 중립적인 것이 아니라 항상 폭력을 수반한 당파적인 것일 수 있다. 남의 진리를 허위로 부정하고, 자신의 생각을 진리로 만들려는 생각은 항상 당파적일 수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상식도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는 상식이라는 프리즘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그런데 상식이라는 샘은 그 시대의 가치관과 철학, 이념이라는 저수지에서 나온다. 지식.역사.상식 등은 권력관계의 산물이다. 이것의 이면에는 어떤 권력, 즉 국가든 자본이든 그들의 의지와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철학이나 상식은 교양이 아니라 지배의 무기이고, 정치의 싸움터이고 생사의 바로미터다. 그런데도 나는 계속 매트릭스 안에 머무를 수 있겠는가."


두 번째 성찰, 나는 행복한가

나는 행복하다고. 이 정도면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당하고 있지 않는가? 행복하지 않다면 왜인가? 내가 열심히 살지 않아서 인가, 내가 원래 능력이 없는 사람이어서 인가? 아니면 내가 그리고 수많은 내가 행복할 수 없는 사회적 구조적 문제 때문인가? 대한민국에서 행복한 사람은 누구인가? 노동자들은 함께 행복할 수 없는가? 이건희와 수많은 재벌들은 행복한가?

"한국형 자본주의 의 성장을 이끈 주체로서 개발국가는 경제의 파트너로 재벌을 선택하고, 경제력 집중과 소유 집중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따라서 한국의 재벌은 경제정책의 산물이다. 이 재벌 중심의 경세성장은 노동배제가 특징이다. 노동자는 산업전사로 동원되었고, 노동운동은 노동권을 가진 주체가 아니라 경제성장의 조력자였다.

이러한 예외적 자본주의와 시장,자본의 도전은 1987년 이후의 민주화와 1997년 세계화다. 그렇다면 민주화와 세계화는 재벌체제를 강화했는가 완화했을까. 1987년의 민주주의는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실현하는 것이었다. 사회정책 차원의 탈상품화의 문제나 공장 내부의 게급갈등을 통한 경제민주화는 상대적으로 뒷전으로 밀렸다. 이 과정에서 발전국가는 후퇴했고, 이 후퇴는 재벌들에게 자유를 주는 계기가 되었다."

세 번째 상상, 희망은 있는가

"비판은 대안의 시작이며 끊임없이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비판은 기존의 것을 낡은 것으로 만들고, 새로운 것을 상상하게 하는 통로이다. 비판적 대화는 세상의 맥락을 이해하게 만들며 실천으로 귀결된다. 의식화가 곧 실천인 것이다. 비판은 단순히 앎을 위한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자체가 바로 현실에 대한 개입이며 실천이며 대안이다."

"당신들은 사람을 잘 조직화했다. 그런데 이제 의식을 조직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의 이익이 아닌 그들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자신들의 협소한 이익의 나무만 보고 전체 사회구조인 숲을 보지 못하는 이익집단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프레이리와 알린스키는 사람의 조직화는 의식의 조직화로 시작되고, 의식의 조직화는 대화와 소통을 통한 자각과 이것이 사람의 조직화로 귀결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생각하는 것부터 질문하는 것부터 비판하는 것부터 필링하자. 사람들만 모으지 말고, 사람들의 의식을 모으자. 나로부터 당신과 함께 일상이 이상이 되는 상상으로 여행을 출발하자.

이 글이 '유'비어천가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서... 많은 오타들은 2쇄 때 반드시 수정하시길. 다시 한번 <필링의 인문학>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다시 서평을 써야겠다. 나는 좋은 책은 좋은 영화는 좋은 드라마는 세 번은 봐야 제 맛이더라. 마지막으로 이 시대의 '장그래'와 '전태일'과 함께 읽고 토론하고 싶다.

"셀위 필링? 렛츠 이매진!"
덧붙이는 글 예스24, 알라딘 블로그에도 중복기재 예정입니다.

필링의 인문학 - 이상한 놈, Peeling의 인문학을 만나다, 수정증보판

유범상 지음,
논형, 2014


#필링의 인문학 #유범상 #껍데기를 벗고서 #전태일 #장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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