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본색'은 정치부 기자들이 쓰는 '取중眞담'으로 '새로운 정보'가 있는 기자 칼럼을 지향합니다. [편집자말] |
이번 지방선거 초반부 최대 이슈로 떠올랐던 '기초선거 무공천' 논란이 지난 10일 마무리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전당원투표와 여론조사를 통해 '무공천 철회'를 최종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무리 국면을 조성한 이는 논란의 직접 당사자인 안철수 공동대표였다. 안 공동대표는 지난 8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과 당원의 뜻을 물어 기초선거 공천 폐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라고 발표했다. 당 안팎에서 가장 심한 압박을 받고 있던 안 공동대표가 '긴급수습'에 나선 것이다.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은 여론조사와 전당원투표의 비율을 50%씩 반영해 기초선거 무공천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고, 지난 10일 그 결과를 발표하며 무공천 철회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8일 <조선일보> 1면 보도 실제와 정확하게 들어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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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4지방선거를 57일 앞둔 8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여론조사와 당원투표를 통해 정당공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 권우성
그런데 지난 8일 오전 11시 안철수 공동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과 당원의 뜻을 따르겠다"라고 발표하기 전에 똑같은 내용이 8일자 <조선일보> 1면에 실렸다. "안철수, '기초 不공천' 국민·당원 뜻 따를 것"이라는 '당 핵심관계자'의 말을 제목으로 뽑은 기사였다.
<조선일보>는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핵심 관계자가 "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견을 들은 뒤 '국민과 당원의 뜻에 따르겠다'는 수준에서 생각을 밝힐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당원과 국민에게 다시 한번 기초선거 정당 공천에 대한 뜻을 물어 명분을 쌓겠다는 것"이라며 "당원 투표와 여론조사를 섞는 방식으로 국민과 당원들의 의사를 반영하게 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안철수 공동대표는 8일 오전 9시 30분 비공개로 열릴 최고위원회에서 '여론조사와 당원투표를 통해 기초공천 무공천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한 뒤 오전 10시 의원총회를 거쳐 오전 10시 30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다. 이러한 계획은 기자회견 등의 시각만 조금 미루어졌을 뿐 현실에서 그대로 이루어졌다. '당 핵심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조선일보>의 보도내용은 아주 정확했던 것이다.
<조선>에 리크한 당직자, 대표실 A씨냐 B씨냐?
안철수 공동대표의 방침은 기초선거 무공천 논란을 마무리지을 중요한 제안이었다는 점에서 공식 발표하기 전까지는 각별한 보안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것이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조선일보>에 '리크(leak, 누설하다)'되면서 당 안팎에서는 <조선일보>에 리크한 '당 핵심 관계자'가 누구인지에 관심이 쏠렸다.
일부 출입기자들은 대변인 등 핵심 당직자들에게 "우리가 바지냐?", "야당 20년 만에 <조선>에 1면 톱을 뺏긴 일이 다 있느냐?" 등의 문자를 보내 거세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길 대표와 가까운 한 핵심 당직자는 지난 9일 "(7일) 회의 끝나고 당직자를 불러서 다음날(8일) 기자회견문 작성을 지시했는데 거기서 샜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김한길) 대표가 그렇게 보안을 지키라고 지시했는데..."라고 토로했다. '김한길 대표실'에 근무하는 당직자가 <조선>에 '리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두고 일부 기자들은 김한길 대표를 보좌하고 있는 A씨와 B씨를 '용의선상'에 올려놓았다.
취재원으로부터 당내 보안사항을 전달받을 수 있다는 것은 한편으론 그 취재기자의 정보력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기초선거 무공천 논란으로 인한 당내 계파갈등을 부추기는 보도를 해왔다는 점에서 '당 핵심 관계자'의 '안철수 방침 리크'에 불편해하는 당직자들이 적지 않다. 오죽했으면 당 안팎에서 '새정치조선연합'이라는 자조섞인 신조어까지 나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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