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무의 <오마이뉴스> 블로그 '태양 아래 사람이 머무는 풍경'
장호철
그는 '인간과 동물이 행복하게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꾼다. 그러므로 블로그를 통한 글쓰기와 사진 작업은 그런 세상을 위한 작은 실천인 셈이다. 그는 10년째 두 딸과 함께 도시 주변의 텃밭을 가꾸고, 동물보호단체 KARA(대표 임순례)의 의료봉사대장으로 유기견 보호를 위한 봉사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그가 "'카메라와 펜'을 든 수의사"로 2011년 포털 '다음'의 '오늘의 인물'로 선정된 수의사 박종무다. 그리고 최근 그는 '수의사 아빠가 딸에게 들려주는 생명, 공존, 생태 이야기' <모든 생명은 서로 돕는다>를 펴냈다. 이 책의 제목은 그가 블로그를 통해 천착해 왔던 생각과 믿음을 집약하고 있는 듯하다.
<모든 생명은 서로 돕는다>는 우리 시대의 약육강식에 기반한 이데올로기로 바뀌어버린 생명관의 문제를 화두 삼아 그 극복 방안을 꽤 긴 호흡으로 모색한다. 그리고 그것은 수의사 아빠가 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익숙한 방식으로 정리되고 있다.
생명의 '협력'과 '진화'가 모든 논의의 대전제
저자는 책머리의 여는 글, '약육강식이 아닌 더불어 사는 생명 이야기'에서부터 딸에게 '생명과 공존, 생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조곤조곤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는 '먹이 피라미드'를 예로 들면서 그것이 '생명의 관계를 강자와 약자의 그것으로 왜곡하는 측면이 있다'며 생명의 관계는 '그런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고 힘주어 말한다.
'생명은 다른 종들과는 말할 것도 없고 같은 종 내부에서도 서로 협력하며 진화해왔다'는 사실은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서술되는 모든 인식과 이해의 전제다. 아울러 생명의 '진화'란 '진보'가 아니라 '생명권의 여백을 찾아서 확장되는 과정'이라는 인식 역시 앞의 상호 협력적 생명 관계를 기워주는 개념이다.
저자는 일찍이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 처음으로 제시된, '한 생물 집단이 진화하면 이와 관련된 생물 집단도 진화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진화생물학의 개념'인 '공진화(共進化)'를 강조한다. 곧 '진화는 생물종 단독으로 일어나지 않'으며 '각 종은 다른 종과 미시적으로는 경쟁하지만 거시적으로는 공생하고 공진화하는 관계'라는 것이다.
지은이의 이러한 관점은 이 책에서 제기된 문제의 포괄적 전제다. 그는 '생명'에 대한 논의를 수의사인 자신의 경험과 접목하면서 한 단계씩 발전시켜 나간다. 동물에서 생명으로, 생명에서 진화로 전개되는 논의는 생태계를 일별하고 난 뒤, GMO와 육식 문제를 짚고 마지막으로 대안으로서의 생태주의를 펼쳐보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