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딘 "에어포켓 있었어도 생존자 구조하기 어려웠다"

[인터뷰] 장병수 기술이사 "한국 시스템과 장비로는 애초부터 한계"

등록 2014.05.08 10:56수정 2014.05.1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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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딘 "에어포켓 생존자 다이빙 할 수 있어야 했다" ⓒ 강신우


"배가 일단 침몰된 상태에서 (인명 구조) 과정은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시스템상으로나 장비상으로 굉장히 안 맞다고(어렵다고) 보시면 됩니다."

민간 구난업체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아래 언딘)가 배가 침몰된 상태에서의 구조는 우리나라 여건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장병수 언딘 기술이사는 지난 7일 오후 <오마이TV>와 한 인터뷰에서 "에어포켓에 생존자가 있어도 바로 구조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어포켓이 있는 상태에서 사람이 살아있는 가능성을 대비했을 때, 컴프레셔(압력기)를 주입해서 에어포켓을 계속 유지하고, 레스큐(구조) 다이버가 또 다른 장비를 가지고 들어가서 그 분들한테 (장비를) 씌워서 모시고 나오는 건데, 전제 조건은 그 사람이 다이빙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물속을 통해서 나와야 하잖아요. 특수훈련을 받은 사람도 선체에 진입해서 들어가기 힘들어요."

생존자가 있어도 잠수훈련을 받지 않았다면 심해에서 데리고 나올 수가 없다는 설명이다.

"해경과 해군, 사고 당시 구조할 능력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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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선주 청해진해운과 계약을 맺은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Undine Marine Industries) 장병수 기술이사는 7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세월호 인양작업 포기 의사를 밝혔다. 해경과 유착 의혹이 쏟아지는 가운데 인양 작업까지 언딘이 맡게 되면 또 다른 의혹이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해경 유착 의혹과 특혜 의혹, 민간잠수사 구조 방해, 최초 희생자 시신 발견 양보 요구 등 언딘을 둘러싼 대부분의 의혹을 부정했다. ⓒ 남소연


장 이사는 사고 당일인 지난 4월 16일 해경과 해군은 심해 구조작업을 할 수 있는 장비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해군과 해경이 부양되는 사람들을(저절로 떠오른 승객)  회수(구조)하는 작업을 했을 뿐이었지, 큰 선단이나 (구조)작업 도구들이 그때 당시에는 전혀 없었습니다. 해군작전기지 등이 다 진해에 포진돼 있지 목포 등에는 잠수(구조) 능력을 가지고 있는 배들이 실질적으로 없습니다.

해양경찰은 수중 작업을 하는 쪽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영해를 지키고 경비를 하는 걸로 돼 있기 때문에 잠수 전문선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 시스템 자체가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소형 고무보트나 이런 걸 타고 왔고, 잠수 장비도 없었기 때문에 그쪽(해경)에서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었던 상황이었고요."

이어 장 이사는 언딘이 원래 세월호 '인양'을 생각하고 사고 현장으로 갔지만, 정부의 주먹구구식 인명 구조 작업 상황을 보고 인명 구조 수색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저희는 24시간 뉴스를 보면서 이런 해상 사고가 터지면 견인차처럼 바로 투입이 됩니다. 견인(인양)하러 갔는데 그 안에 300여명이 갇혀 있는 겁니다. 해군이 잠수 구역 가이드라인이라고 묶어 놓은 선수 부분에 앵커(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설치한 줄) 6개가 돌돌 말려서(엉켜) 있었어요. 이후 저희가 조타실이나 식당칸에 라인(안전선)을 설치하려고 가면서부터 저희도 (목적이었던 인양을) 포기했죠."

장 이사는 언딘은 "해경과 해군의 지휘에 따라 구조 작업을 했을 뿐"이라고 강조하며 해경 유착 의혹과 특혜 의혹, 민간 잠수사 구조 방해 의혹 등을 부인했다.

"구난 시스템이 뭐가 필요한지를 그나마 젊은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세미나도 많이 하고 자체 교육도 많이 했습니다. 저희가 돈을 벌면 기부도 하겠다 약속도 많이 했고. 그렇게 구성돼 있었던 조합인데 그 와중에 사장님이 (한국해양구조협회) 부총재라는 것 때문에 특혜를 받았다? 이거는 제가 봤을 때 개연성이 별로 없는 것 같고요. 해양구조협회 조합 자체가 너무나 힘이 없습니다. 구조협회가 돈이 없어서 해양경찰청 내에 꼬투리 방을 하나 얻어서 총재실, 사무장 이렇게 앉아 있는 게 다고요."

장 이사는 "해경과 해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거듭 지적하며 "국정감사 등이 열린다면 성실히 응하겠다"고 밝혔다.

"나중에 복기를 해서 국가적으로 어떤 구멍이 있는지 파악해서 다시 시스템을 만들어야죠. 그래야 2차적으로 세월호 같은 비극적인 상황은 안 생긴다고 보고요. 국제적으로도 개망신을 당하고 있는 거죠. 해경은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고, 군인은 국가를 지키는 의무가 있지 않습니까? 기본적인 맥 자체가 다 부정이 됐기 때문에 저희가 아무리 메아리를 쳐도 소용이 없습니다. 우리가 '아닙니다'라고 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고요. 결론적으로 이 공사가 끝나고 나서 저희도 국정감사도 받고 검찰조사도 다 받을 겁니다."

특히 장 이사는 해경과의 유착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언딘이 세월호 인양까지 맡을 수는 없다"며 인양 작업 포기 의사를 밝혔다.

"저희 회사에 대해서 '시체 장사' '부도덕한 기업' 등 제가 태어나서 들을 욕은 다 들었는데요. 저희가 한국에서 일을 안 해도 좋으니까 이 일은 끝내고... 어차피 우리는 외국에서 90% 일을 했던 팀이고 한국에는 이런 비즈니스가 없기 때문에 우리 내부적으로 인양을 포기하자는 결심을 했습니다."

구조작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언딘이 여건상 생존자가 있어도 구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정부가 처음부터 생존자 구조에 전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의혹이 다시 한번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언딘 #세월호 침몰 사고 #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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