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중구 병영에 흩날리는 수천 개의 노란 리본

중구주민회 리본 마련, 주민 발길...박삼주 시인은 추모시 적어

등록 2014.05.08 13:22수정 2014.05.08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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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주 시인이 쓴 추모시 '꽃들아 초록들아'
박삼주 시인이 쓴 추모시 '꽃들아 초록들아' 박석철

너희들이 남기고 간 숙제
'전복된 세상 복원력 회복시키기'
기필코 풀어야 하는 책임
우리에게 있으므로
세월가도
세월호의 아이들이 내준 숙제
결코 잊지 않으련다
- 시인 심하 박삼주 <꽃들아 초록들아> 중

지난 7일 오후 7시, 울산 중구 병영 약사천 위 난간에는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학생들을 추모하는 수천 개의 노란 리본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난간 위에 쳐진 노란 현수막에는 시가 하나 걸렸다. 박삼주 울산민중정치연구소장(울산중구주민회 고문)은 시를 쓴 배경에 대해 "우리 새끼들인데 어른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라며 "추모만 하고 넘기기엔 안되겠다 싶어 시를 쓴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 중구 병영 약사천 위 난간에 걸린 노란 현수막에 주민들이 추모글을 적었다.
울산 중구 병영 약사천 위 난간에 걸린 노란 현수막에 주민들이 추모글을 적었다.박석철

울산중구주민회와 병영동 여성회, 병영마을 도서관 친구들이 마련한 노란 현수막에는 '어른들이 잘못했다' '잊지 않을게~' '잊을수도 없지만 잊어서도 안 됩니다' 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한 주민은 '어른인 우리가 이제 바뀌어야 합니다'란 자조섞인 글을 적었다. 수천 개의 노란 리본에 적힌 글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울산중구주민회 회원들은 지난 4월 27일부터 매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두 시간씩 추모행사를 열고 있다. 추모 장소에는 중구주민회 회원들이 회비를 거둬 준비한 여러개의 리본이 준비돼 길을 지나는 주민들을 발길을 멈추게 한다.

노란 리본 옆에는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를 위한 국민특검과 청문회 도입' 서명지도 준비됐다. 유모차에 어린 자녀를 태우고 이곳 앞을 지나던 지나던 한 주부가 서명을 한 후 리본에 글을 적어 다는 모습도 보였다.

 유모차에 자녀를 태우고 가던 한 주부가 울산 중구 병영 약사천 위 난간에 마련된 특검 촉구 서명지에 서명하고 있다.
유모차에 자녀를 태우고 가던 한 주부가 울산 중구 병영 약사천 위 난간에 마련된 특검 촉구 서명지에 서명하고 있다.박석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 피켓을 들고 길을 지나는 주민들에게 서명을 당부하던 울산중소상인협회 고남순 사무국장은 "울산 중구 병영지역은 3.1만세운동이 일어나 당시 주민 여러 명이 일제 총칼에 숨지기도 한 충절의 고장"이라며 "세월호 참사에 분노하는 지역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울산에서는 지난달 25일 북구청과 동구청에 임시분향소가 설치돼 추모객을 맞기 시작했다. 이어 28일엔 울산시청 본관 1층 전시실에 '여객선 세월호 희생자 추모 합동분향소'가 들어서 시민들의 추모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5월 1일에는 이곳에서 멀지 않은 중구청 신관 1층에 역시 합동분향소가 마련돼 주민들을 맞고 있다.

 울산 중구 병영 약사천 위 난간에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학생들을 추모하는 수천 개의 리본이 걸려 있다.
울산 중구 병영 약사천 위 난간에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학생들을 추모하는 수천 개의 리본이 걸려 있다. 박석철

#울산 중구 병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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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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