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은 '틀림'과 다르다

[주장] 진정한 공동체란 소수를 존중할 줄 아는 건강한 사회

등록 2014.05.11 11:11수정 2014.05.1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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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왼손잡이다. 어릴 때부터 가족들에게, 선생님에게 '오른손을 쓰라'는 잔소리를 지겹도록 들었다. 한번은 내 삶에서 내가 편한 왼손을 왜 굳이 오른손으로 고쳐야 될까 이유를 물어봤었다. 대답은 오직 하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른손을 쓰기 때문이야."

과연 다수의 답이 '정답'일까? 정말 내가 오른손잡이가 되는 것만이 옳은 것일까?

사람들은 다수의 답안을 '정답'으로 생각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다수와는 다른 생각의 소수의 의견은 틀렸다고 배척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름'과 '틀림'은 다르다. 우리는 이 사실을 구분해야 한다. 그것이 개인과 개인이 이루어진 '집단'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중'의 밑바탕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타인에 대한 '존중'이야 말로 이 사회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집단 대다수와 '다른' 소수자들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그들을 틀렸다고 규정한다. 성소수자,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이자 소수인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타인에 대한 존중이 무너진 것이다. 그렇게 집단의 틀에서 벗어난 개인은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집단에 맞추도록 법과 제도를 통해 억압받는다. 프랑스의 철학자 루소는 이렇게 자연적 인간을 사라지게 만드는 제도 기관에서부터 악이 발생함을 주장하였다. 그렇다면, 그의 말처럼 자연적 인간을 사라지게 만드는 제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크게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를 예시로 들어보자. 공동체 생활이 이루어지는 학교에서는 또래 집단, 선생과 학생, 선후배 사이처럼 여러 종류의 관계가 형성된다. 그러므로 학창시절은 개인의 성장 발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한 학교는 자라온 환경부터 다른 수많은 개인이 모인 집단임에도 '성적'이란 하나의 잣대만으로 개인을 평가한다. '성적'이란 기준에 갇힌 대부분의 학생들이 저마다의 재능과 개성을 펼치지 못한 채 입시라는 경쟁에 뛰어든다. 성적을 비관한 학생이 죽음이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종종 뉴스를 오를 내릴 정도로 치열한 경쟁 역시 대한민국의 교육제도가 빚어낸 결과임을 부정할 수 없다.


뿐만 아니다. 집단이 소수들을 상대로 희생을 강요하는 상황 역시 우리 가까이에서 벌어지고 있다. '밀양 송전탑 사건'이 그 예가 되겠다. 국가의 권력을 등에 업고 밀양에 송전탑을 세우려는 한국전력공사와 그에 반대하는 밀양 주민들의 갈등이 그 내용이다.

루소는 "자유는 원하는 걸 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원하지 않는 것을 하지 않는 데에 있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밀양의 주민들은 송전탑에서 나오는 엄청난 전자파와 자연파괴를 비롯한 이유를 들어 송전탑 건설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장기간의 시위와 함께 자살을 선택하는 이가 나올 정도로 간절했던 소수자의 투쟁이 이어졌다. 그런 주민들의 시위를 보며 국가가 하는 일에 반대하는 이들을 이해 못하겠다는 사람들도, 지역보상금을 바라는 거라며 지역이기주의로 투쟁을 전락시키는 사람들도 있었다. 집단의 기준에 자신을 맞춘 채 '다름'을 '틀림'으로만 치부해버린 것이다.

집단을 위해 이루어지는 소수의 희생을 당연시한다면 이 역시 이기적인 행위이다. 이처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소수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만큼 무자비한 폭력은 없다.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만들어진 공동체. 그속에서 개인은 집단에 순응하기도, 저항하기도 한다.

나는 이러한 움직임이 바로 진정한 자기애의 실현이라 생각한다. 자기애는 자신의 가치를 드높이는 행위의 출발점이다. 그런 자신만의 기준에서 비롯된 도덕은 인위적인 법과 제도 없이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도덕이다. 그렇게 개인은 자신이 지닌 가치에 따라 사고하고 행동하며, 집단은 그러한 개인들이 모인 하나의 유기체로서 구성원들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임과 동시에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다.

그속에서 이루어지는 집단과 개인, 개인과 개인이 서로 다른 타인에게 베푸는 존중. '다름'을 인정하는 자세. 그것이 바로 우리가 도달해야 할 공동체의 진정한 본질이자 우리가 찾던 정답이 아닐까.
#공동체 #소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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