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향소 향해 묵념하는 촛불 시민들17일 오후 서울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세월호침몰사고 희생자 추모와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범국민촛불행동을 참가했던 시민들이 분향소를 향해 묵념을 하고 있다.
이희훈
17일 서울 도심에 3만 개의 촛불이 타올랐다.
자녀를 둔 엄마와 학생 등 3만 명의 시민(주최 쪽 추산 5만 명, 경찰 추산 1만 명)들은 이날 청계광장에서 종로·을지로를 거쳐 서울광장으로 행진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해 책임져라"라고 외쳤다. 이날 촛불 집회는 지난달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최대 규모로 열렸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정부의 무능을 규탄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잦아들기는커녕 점점 확산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침몰 사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진정성 있는 사과,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 등에 소극적이라는 인식이 시민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청와대가 KBS 인사·보도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점도 시민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다.
▲ [세월호 추모 촛불] "청와대로" 시민-경찰 충돌, 115명 연행 ⓒ 강신우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세월호 사고 유가족 대표들을 청와대로 불러 사과하면서 특별법을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유가족들은 아쉽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날 박 대통령이 진상조사기구 구성 등을 골자로 하는 가족대책위의 요구사항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했던 탓이다.
다음주 초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유가족들의 요구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촛불 집회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사회를 맡은 인권운동가 박진씨는 "일부 시민들이 청와대로 가자고 했지만, 가지 못했다"면서 "더 많은 시민들이 모이면 청와대에 갈 수 있다, 오는 24일 청와대로 가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자"고 밝혔다. 이날 시민 115명은 청와대로 향하다가 경찰에 연행됐다.
촛불행진은 오후 10시께 마무리됐다. 행진 선두 대열은 오후 9시 20분께 분향소가 있는 서울광장에 도착했다. 시민들은 줄 지어 조문했다. 나머지 시민들은 행진 대열이 모두 도착할 때까지 서울광장 인근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져라",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외쳤다. "박근혜 대통령은 퇴진하라"는 외침도 터져 나왔다.
▲'돌아오길 두손 모아 기도합니다'17일 오후 서울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세월호침몰사고 희생자 추모와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범국민촛불행동을 참가했던 시민들이 행진을 마치고 촛불을 든체 앉아 있다.
이희훈
"하지를 않으려면 하야를 해라" 외치는 '검은 티셔츠 행동' |
17일 시위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참가자는 같은 문구가 쓰인 검은 옷을 맞춰입고 온 '검은티셔츠 행동'이었다. 이들은 서수영 작가가 세월호 사건 후 SNS에 올려 선풍적인 반응을 받았던 풍자시를 검은 티셔츠에 흰 글씨로 인쇄한 옷을 입고 지난 10일부터 추모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17일 집회 후 서울광장 인근에서 회원 20여 명과 뒷풀이 장소로 향하던 조희원(59세) 고문을 만났다.
- 옷이 독특하다. 어떻게 만들어진 단체인가. "원래는 35세 가정주부가 '하라니까'라는 이름으로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모이면서 '검은티셔츠 행동'을 쓰고 있다. 참사 이후 SNS 통해서 모인 생각이 비슷한 고등학생, 대학생 등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나처럼 '유권자의 권리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하는 유권자 권리 단체에서 나온 사람도 10명 정도 있다."
- 오늘 집회는 몇 명 정도나 왔나. "70명 왔다. 우리는 오후 2시에 여의도 새누리당사와 새정치민주연합 당사 앞에서 시위를 하고 오늘 6시부터 청계광장 집회에 참여한 것이다. "
- 정당 당사 앞에는 무엇 하러 간 건가. "경고를 하러 갔다. 새누리당 같은 경우는 세월호 참사 이후 한 달 내내 박근혜 대통령의 보호에만 급급했다. 실종자 가족들과 유가족들, 국민 대다수의 마음을 조금도 헤아리지 못하고 되레 상처만 주고 있지 않나. 우리가 항의하러 갔더니 경찰 200명이 에워싸서 시위도 제대로 못하게 막더라."
- 새정치민주연합 앞에는 왜 갔나. "여당이 한심하면 야당이라도 대안을 제시해야 할 텐데 새정치연합은 전혀 보이지도 않는다. 도대체 '국민 여러분이 대통령의 사과로 위안받기를 바란다'는 멘트가 1야당 대표가 할 말인가?"
- 회원들은 어떤 마음으로 추모집회에 참여하고 있는지 설명해달라. "나는 세월호 참사 이후 팽목항으로 내려가서 6일 동안 자원봉사를 했다. 그리고 정부가 얼마나 하는 일이 없는지, 언론이 얼마나 호도하는지를 두 눈으로 봤다. 현지에서 일, 다 자원봉사자들이 했다. 대책본부엔 대책이 없고 구조는 언딘에 맡겨놓고 유가족을 위해 하는 건 전혀 없었다. 너무 분통이 터졌다.
요즘 우리 모임에 오는 사람들은 '내가 평소 촛불을 들지 않아 아이들이 죽은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동안 사는 게 바빠서 사회의 부당함에 촛불을 들지 않았다 데서 오는 죄책감이다. 이래도 촛불을 안 들면 우리 아이들의 죽음도 곧 온다 생각하는 것 같다."
- 차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우선 24일 추모 집회에는 무조건 참여한다. 그날도 오후에 어느 곳에서 시위를 할 예정인데 위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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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신 : 17일 오후 10시 55분] 안국역 인근에서 시민 100여 명 경찰에 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