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카페 잘 되는 법, 여기서 배워라

[인터뷰] 함께 꿈꾸는 마을카페 '봄봄' 김동규 총괄매니저

등록 2014.05.20 10:53수정 2014.05.2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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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유익한 일들을 누구나 할 수 있다 ⓒ 카페봄봄

서울 영등포역 1번 출구를 나와서 작은 골목길 계단 사이에 내걸린 작고 낡은 현수막을 보고 '카페 봄봄'을 찾아간 지난 15일, 점심시간에 남녀 청년들로 시끌벅적하다.


'대낮에 고기파티'에 참석한 이들은 고기를 굽고 상추 쌈에 밥을 먹으면서 가볍게 맥주도 마시고 자기소개와 인사를 나눈다. 공동체를 지향하는 마을카페의 일반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다.

카페 봄봄은 월 회비를 내는 70여 명의 회원 외에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모임장소로 이용하기도 하고 함께 밥을 지어서 먹거나 직접 만든 맥주와 음료 등이 준비되어 있다. 회원이 되면 장소 사용과 커피 제공 등의 무료 혜택이 많은 것은 자주 이용하라는 의미라고 한다.

카페 운영은 김동규(42·총괄매니저)씨 외에도 3명의 카페매니저가 요일별로 근무를 한다. 일요일은 휴무이지만 회원들이 자율적으로 사용은 가능하다.

30여 명의 모임이 가능할 정도로 넓은 공간에 회의실과 강의실, 북카페도 있다. 외형적인 크기로 본다면 호텔급 마을카페라고 해도 될 것 같다. 한국진보연대에서 8년간 일했던 동규씨는 노동광장(노동자교육과 현장활동가 중심의 단체)의 회원으로서 새로운 시도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마을카페를 만들었다고 한다.

"어두운 지역이라는데, 밝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


영등포역 주변 지역은 빈곤층, 노숙인, 1인가구 등의 사회적 약자들이 밀집한 곳으로 마을이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해진다는 고민에서 마을카페의 시작과 운영에 대한 실무를 맡았다는 그와 인터뷰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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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열린공간의 카페봄봄 ⓒ 오창균


- 카페 봄봄은 어떤 곳이며 하는 일들은 무엇인가.
"노동활동가들이 지역의 마을과 만나야 한다는 고민을 하면서 노동광장이 쓰고 있는 공간을 열린 공간으로 사용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2013년 7월에 카페 봄봄을 만들게 되었다. 노동을 중심으로 고민은 하지만, 그것에 한정하지 않고, 지역의 학부모·청년들의 모임이 이뤄지고 있다. 마을의 벽화 그리기, 텃밭 만들기, 마을축제 등을 다양하게 시도하는 실험들을 했으며 확산하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 카페 봄봄의 추구하는 방향은 어떤 것인가.
"상근자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매니저 역할도 하고 강좌프로그램을 개설하기도 하는데, 개인적인 고민은 누구나 하고 싶은 일들을 하는 마을카페로 만들고 싶다. 봄봄의 공간뿐만 아니라 공방, 도서관, 공부방 등의 공간이 많아지는 것이 사회의 진보일 수도 있고, 지역공동체일 수도 있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공원에서 할 수도 있고 골목에서 할 수도 있어서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 수 있다. 영등포역 주변이 노숙인과 빈민층이 많다 보니 어두운 공간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밝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

- 마을카페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준비과정에서 마을카페, 협동조합 여러 곳을 방문하여 보고 배운 것이 도움이 되었다. 봄봄의 사례를 보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는데, 마을카페를 하고 싶으면 일단 저지르라고 말한다. 돈 때문에 망설이기도 하는데 일단 저지르면 된다. 준비과정에서의 실패담, 운영경험, 앞으로의 고민 등을 담은 책을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들려고 한다. 마을카페를 준비하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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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봄봄 김동규 총괄매니저 ⓒ 오창균


- '누구나' 강좌는 어떤 것인가.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누구나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강좌를 제안하여 배울 수도 있고 가르칠 수도 있다. 그동안 협동조합, 영어, 드로잉, 손 공예를 했었고, 현재는 발효음식 강좌가 진행 중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은 있는데 바빠서 많이 못 듣는 것이 아쉽다."

- 운영을 위한 수익사업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회원 회비, 공간 대여료, 맥주와 음료 판매를 하고 있으며, 모임이 있으면 뒤풀이 음식까지 준비해주는 수익 사업을 한다. 적자는 아니지만 수익 구조를 더 높여서 인건비를 조금 더 높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러려면 회원을 늘리는 것이 가장 좋다고 본다. 100명의 회원을 늘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보는데, 내 욕심은 300명까지도 가능하다고 본다."

- 협동조합으로의 계획은 있는가.
"취지나 정신으로 보면 협동조합으로 가는 것이 맞지만, 몇몇이 선언하는 것보다는 회원과 주민들이 논의해서 해보려고 한다. 만드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내용을 채우고 과정을 밟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작년에 협동조합교육도 했다."

- 청년세대들과 자주 만나는데 어떤 느낌인가.
"지금의 청년세대들에 대한 근거 없는 긍정은 위험하다. 어릴 때부터 받아온 교육과 나만 잘 되면 된다는 경쟁심은 나와 상관없는 일들에는 무관심하게 만든다. 촛불(광우병 파동)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청년이 되면 진보적일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더라는 것이다. 존재 기반이나 배운 교육이 다르고 경험한 공동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봄봄에서 만나고 활동하는 청년들은 공동체에 대한 의식이 생기기도 하고, 자기의 외로움과 괴로움을 고해성사하듯이 쏟아내면서 나만의 문제가 아니구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함께할 때만이 가능하겠다는 에너지를 얻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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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강좌를 만들고 배우고 가르칠수 있다 ⓒ 오창균


영등포구 지역은 다양한 활동을 하는 지역단체들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카페 봄봄은 지역에서 이뤄지는 단체들의 활동을 알기 쉽도록 마을 게시판을 만들어서 주민들에게 알릴 계획이다. 지역주민들과 좀 더 가까워지려는 지속적인 노력으로는 책수레를 만들어서 동네를 돌아다니며 상인들과 주민들에게 책을 빌려주는 일을 준비하고 있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데 마을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 현실이 되려면 지역주민들이 모여서 마을을 이야기하고, 더 나아가 사회와 국가에 대한 자유로운 생각과 논의를 할 수 있는 마을카페의 중요성과 필요함이 봄봄을 나서면서 더욱 간절하게 느껴졌다.
덧붙이는 글 카페봄봄 홈페이지 www.cafebombom.net
#카페봄봄 #마을카페 #영등포역 #협동조합 #노동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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