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유족들
"참고 또 참았다... 죽음도 차별하나"

"추모공원도 학생과 교사로만 한정"... 실질적 지원 촉구

등록 2014.05.22 19:31수정 2014.05.22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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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원회’는 22일 인천시청 앞 합동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분류해 차별화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원회’는 22일 인천시청 앞 합동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분류해 차별화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한만송

"세월호 침몰 사고의 같은 희생자인데, 추모공원도 학생과 교사로 한정해 끊었다. 아이 잃은 학부모들의 슬픔이 너무 커 우린 참고 또 참았다. 저의 어머님이나 주변 어른들도 아이 잃은 슬픔이 크다며 인내하자고 하셨다. 하지만 정부는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을 가지고 이 자리에 섰다. 정부는 지금 죽음도 차별하고 있다. 유족에게 제2, 제3의 피해를 주고 있다."

장종열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원회' 대표는 정부의 수습대책에 울분을 참지 못하고 이렇게 쏟아냈다. 그는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족의 슬픔과 아픔의 무게는 각기 다를 수 없다"며 정부에 차별 없는 지원정책을 요구했다.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들은 22일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분류하고 차별하는 정부 행위'를 규탄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일반인·승무원 42명의 유가족을 대표해 이 자리에 섰다.

박근혜 정부는 최근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을 만나는 자리에 일반인 희생자의 유가족은 부르지 않았다. 또한 세월호 참사 추모공원에 안치될 대상자를 단원고등학교 학생과 교사로 한정했다. 정부가 안산에 마련한 합동분향소에, 일반인 희생자들은 처음엔 함께하지 못했다.

아울러 정부가 안산에 의료·금융·심리치료 지원팀 등을 배치한 반면, 일반인 희생자 가족에게는 그런 지원을 하지 않았다. 장례비용 몇 십만 원씩을 지원한 것이 전부다.
   
"학생과 일반인 죽음은 다르다며 차별"

 장종열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원회’ 대표가 정부 지원정책의 변화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장종열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원회’ 대표가 정부 지원정책의 변화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한만송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10명은 이날 "정부는 일반인 희생자에게 관심을 갖고 있지 않으며, 정부 정책에도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대표의 의사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한 뒤 "청와대 대화 자리에도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은 단 한 명도 참석하지 못했고, 연락조차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들은 교육 연장선에서 참사를 당한 희생자이지만, 일반인과 승무원은 교육 목적이 아닌 생계나 여가 목적으로 탑승한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말들을 일삼고 있는 정부 관계자를 대통령이 처벌해달라"고 요구했다.


장 대표는 "이런 말을 차관이라는 분이 말했다고 (단원고) 학부모에게 들었다. 안산에 파견된 분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가 이 부분에 대한 해명이나 전달을 하지 않을 경우, 정부가 유가족을 버린 것으로 판단하고 이민을 가서라도 정부를 향한 그 어떤 법적 대응도 감행하겠다"고 했다.

유가족들은 특히 "일반인·승무원 희생자들은 대부분 생계를 책임지고 있던 탓에 유가족의 피해가 막심하다"며 "억울한 죽음을 이용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아귀다툼이며, 희생자를 두 번 죽이는 행위이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일반인 희생자도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억울하게 희생된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한 뒤, '팽목항에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는 관계자와 자원봉사자 등 국민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성명서를 낭독한 장 대표는 마지막으로 "망망대해에서 누구도 구조하지 않아 억울하게 희생당한 분들의 명예를 찾고, 그 희생이 헛되지 않게 일반인·승무원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대책위는 유가족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부당국을 상대로 한 법적 대응 등의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기자회견 후 장 대표는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승무원 유가족이나 우리 같은 일반인 유가족들은 아이를 잃은 부모의 마음을 감안해 아픔을 말하지 못했다. 오히려 팽목항이나 안산에 함께 있지 못해 미안했다"고 한 뒤 "그런데 안산에 가면 일반인 유족들이 앉아 있을 의자 하나 없다. 죽음도 이렇게 차별할 수 있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한편, 승무원·일반인 희생자 42명 중 16명은 인천 사람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세월호 침몰사고 #세월호 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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