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의원단과 보좌진이 17대 국회 개원을 맞아 2004년 5월 31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국민에게 드리는 감사와 다짐`을 발표했다. 권영길 대표와 천영세 의원단대표, 단병호 의원 등이 함께 국회로 걸어오고 있다.
이종호
당시 국회의원으로 당선한 권영길, 강기갑, 심상정, 노회찬 등은 모두 스타급 의원이었고, 사람들은 지금도 진보정당의 대표 정치인으로 기억한다. 대중적으로 각인된 진보정당 의원은 그들이지만 내 마음 속 첫 번째 의원들은 따로 있다.
2002년, 제3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의 이름으로 당선한 심재옥, 김민아, 박주미, 윤난실 등 광역의회 의원들이다.
민주노동당은 2000년 1월 창당했는데 같은 해에 있었던 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당선자가 없었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은 무려 44명의 당선자를 냈다. 기초의원 31명, 광역 의원 11명, 기초단체장 2명이었다. 진보정당의 첫 의원들이 탄생한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의회정치는 그렇게 지역에서 출발했다.
기초단체장 2명과 지역구 광역의원 2명이 당선된 울산은 1995년부터 꾸준히 활동한 결과였지만 다른 지역은 말 그대로 '최초' 진출이었다. 그 뒤 민주노동당 의원은 점차 증가한다.
광역의원은 2002년 11명, 전체 광역의원의 1.61%였던 것이 2006년 15(2.05%)로 늘었고, 다시 2010년 24명(3.15%)까지 늘었다. 기초의회 의원의 경우 2006년 66명(2.29%)에서 2010년 115명(3.98%)로 증가하였다. 이들은 어떤 일을 했을까.
2002년 당내 지원체계도 갖춰지지 않았던 때에 혈혈단신 광역의회에 진출했던 9인의 비례대표 여성의원들은 '아름다운 왕따들'이라고 불렸다. 수십 명 중 단 한 명의 의원이었으나 이들 때문에 외유성 해외연수, 관급 비리, 의장 선출을 둘러싼 돈 봉투 살포 등 관행이란 이름의 부패 정치가 설 자리를 잃었다. 이들의 "이의 있습니다"는 만장일치를 선호하던 이들을 적잖이 당황시켰다.
진보정당 의원이 있는 지방의회와 그렇지 않은 지방의회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그들은 고정불변으로 보였던 지역의 양당 정치에 균열을 냈다. 특히 특정정당이 지방정부와 의회를 독차지한 지역에서는 잘못을 지적하고 시정할 '안전장치'가 없는 셈이었다. 이런 지역에서는 견제와 감시 역할을 제대로 할 진보정당 의원이 필요하다.
진보정당 1기 지방의원들은 오로지 의정활동으로 승부하였기에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의원으로 평가되었다. 지역의 공신력 있는 시민단체가 선정하는 최우수 의원, 동료 의원이 뽑은 최고 의원, 의회 최다 시정 질문 의원, 최다 조례발의 의원, 지방자치학회선정 우수조례상 수상 의원, 의회 회의록을 기록하는 속기사가 뽑은 최고의원까지 의정활동 관련 수상은 휩쓸다시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