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유통사 '유통법'까지 뒤흔드나?

전유연 "의도 있는 기획 소송"... 체인스토어협회 "법무법인 판단 따라 청구"

등록 2014.06.04 09:44수정 2014.06.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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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형유통사들이 유통산업발전법(아래 유통법)에 규정된 의무휴업이 기업의 영업자유권 등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제청 청구를 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는 "유통법 12조2항에 따른 의무휴업이 기업의 영업자유권을 침해했다"라는 취지로 서울행정법원과 청주지방법원에 각각 위헌법률심판제청 청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마트 3사의 이번 결정은 이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한국체인스토어협회의 내부 협의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정치권을 비롯한 전국유통상인연합회(이하 전유연) 등 관련 단체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정의당 김제남 의원실은 지난 2일 '대형마트의 위헌법률심판제청, 이제 그만하고 상생에 나서라'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의무휴업을 둘러싼 대형유통사의 소모적인 법리 논쟁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김 의원실은 이번 논평에서 "공룡과 개미의 싸움에서 공룡이 평등권을 주장하는 어처구니없는 과욕이다, 현재 소매유통 시장은 대형업체가 83%를 점유하고, 일반 슈퍼와 골목 슈퍼가 나머지 17%의 시장을 가지고 생계를 꾸리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그동안 대형업체들은 상품공급, 식자재 도매업 진출 등을 통해 전방위로 골목상권 침범의 영역을 넓혀왔다"라고 지적하고, "한번이라면 눈감을 수 있으나, 반복된 위헌 시비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대형유통사들은 의무휴업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영세상인 및 납품업체와 상생 그리고 지역사회 기여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위헌법률심판 중단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김 의원실의 한 관계자도 3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소원 대상이 아니라고 결정이 난 사안에 대해서조차 대형유통사들이 또 다시 소모적인 논쟁을 펼치려 하는 것은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이는 대기업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흘러가는 듯한 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 시류에 편승해 자신들에게 불리한 유통법을 손질해보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힐난했다.

그는 또 "이마트가 지난 1월 독립형 편의점 체인본부인 (주)위드미FS를 인수하며 편의점 사업 진출을 선언한 것이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편의점, 빵집, 커피숍, 치킨 등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거리제한을 풀겠다고 밝힌 것을 보더라도, 대형유통사의 이번 위번법률심판제청은 유통법을 흠집내기 위한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전유연 이동주 정책실장은 같은 날 "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 발표 이후 유통법을 완화하기 위한 일련의 움직임들이 곳곳에 포착되고 있다"며 "공정위의 거리제한 폐지 움직임은 둘째 치더라도, 일부 지자체 중에서는 의무휴업일 범위에 평일까지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난해부터 공정위가 용역발주 및 연구보고서 설명회 등을 통해 준비해온 '경쟁제한적 조례·규칙 개선 추진방향'과도 무관하지 않다"며 "이 보고서에는 유통법과 관련된 일부 조례나 규칙 때문에 대기업의 진입제한 및 사업 활동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담겨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런 제한적 장벽을 바로잡기 위한 규제개혁추진단이 현재 안정행정부의 지침에 따라 각 지자체별로 조직돼 운영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유명 법무법인 통한 기획소송

대형마트 3사의 이번 위헌법률심판제청 청구와 관련해서도 말들이 많다. 일각에서는 유통법을 흠집내기 위한 대형유통사들의 전략적인 기획 소송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전유연 이동주 실장은 "대형유통사들이 이름 있는 법무법인을 앞세워 이번 항소심을 준비한 것으로 안다"며 "특히 정부의 고위직 관료가 유명 법무법인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 고착화된 상황과 항소심 진행과정에서 제3자를 통한 평가보고서 얘기가 나오는 것은 다분히 의도가 있는 기획소송으로밖에 볼 수 없다"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실장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체인스토어협회 측은 3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유통법의 의무휴업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업의 영업자유권을 침해했다는 외부 법무법인의 판단에 따라, 이번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청구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매체에서는 체인스토어협회가 주장한 기업의 영업자유권 침해와는 달리, '소비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함으로써,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을 침해했다'라는 취지의 기사를 연일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체인스토어협회 측은 "기자들이 왜 그렇게 기사를 작성했는지에 대해선 자신들도 모르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대형마트 3사를 포함한 한국체인스토어협회 회원사들은 이보다 앞서 지난 2012년 2월 '대·중소 유통업간의 상생발전을 위해선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영업시간(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8시)을 제한하거나 의무휴업(월 3일)을 명령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 유통법이 문제가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당시 헌법소원의 불씨를 당긴 기업은 이마트이며, 이후 수개월간 대형유통사들은 헌법소원을 잇따라 제기하기도 했다. 또 지난 2013년 1월 1일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10시, 월 1~2회 공휴일을 포함한 일요일 의무휴업' 등 한층 더 강화된 유통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이를 근거로 관련 조례를 만든 각 지자체를 상대로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에서 활동 중인 한 변호사의 주장에 따르면, 4건의 헌법소원을 비롯해 대형마트 영업 제한 처분 취소 소송이 100여건이 넘게 진행 중이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현재까지 소송 진행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변호사는 "애당초 이들 3사를 포함한 대형유통사들은 이미 지난 2012년 2월부터 이번 위헌법률심판제청 청구와 유사한 내용으로 헌법소원을 잇따라 제기했지만, 지난해 12월 26일 재판관 전원일치로 '유통법 자체로 기본권 침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려워 헌법소원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각하 결정이 나온 터라, 이번 청구에 대해 두 법원이 단독으로 기각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최종적으론 헌법소원까지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을 기다려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형마트 3사는 이번 위헌법률심판제청 청구와는 별개로, 이미 1차 소송에서 패소 결정이 난 일부 지자체를 대상으로 또 다시 영업시간 제한을 취소해달라며 항소까지 한 상황"이라며 "문제는 이번 항소심 재판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에 따른 객관적인 평가를 재판에 반영하자는 원고(대형마트) 측의 입장을 대폭 수용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참여연대를 포함한 유통관련 단체들은 제3자의 평가보고서가 항소심뿐 아니라 위헌법률심판제청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김제남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대형마트 #위헌법률심판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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