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미안하다" 고승덕의 절규는 통할까

[현장] 문용린은 '보수단체 총동원', 조희연은 '가족과 함께'

등록 2014.06.04 01:21수정 2014.06.04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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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미안하다", 가족 총출동, 부인과 함께 6.4지방선거운동 마지막날인 3일 서울시교육감에 출마한 후보들이 각각 유세를 펼치며 지지를 호소했다. (맨위) 고승덕 후보가 강남역 유세 도중 자신에 대해 '교육감 자격이 없다'는 글을 작성해 공개한 이혼한 전 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딸을 거론하며 "딸아 미안하다"고 외치고 있다. (가운데) 조희연 후보가 서울광장에서 부인, 아들 둘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며 포옹하고 있다. (아래) 문용린 후보가 서울역 유세에서 부인과 손을 잡고 인사를 하고 있다.
"딸아 미안하다", 가족 총출동, 부인과 함께6.4지방선거운동 마지막날인 3일 서울시교육감에 출마한 후보들이 각각 유세를 펼치며 지지를 호소했다. (맨위) 고승덕 후보가 강남역 유세 도중 자신에 대해 '교육감 자격이 없다'는 글을 작성해 공개한 이혼한 전 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딸을 거론하며 "딸아 미안하다"고 외치고 있다. (가운데) 조희연 후보가 서울광장에서 부인, 아들 둘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며 포옹하고 있다. (아래) 문용린 후보가 서울역 유세에서 부인과 손을 잡고 인사를 하고 있다.권우성

"못난 아버지를 둔 딸아,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고승덕 후보는 3일 오후 서울 강남역사거리 유세에서 "아버지는 교육감 자격이 없다"는 글을 쓴 딸을 향해 이와 같이 절규했다. 갑작스러운 절규에 길을 가던 시민들은 깜짝 놀라 그를 향해 얼굴을 돌렸다. 고 후보는 연설에서 "아픈 가족사"라는 단어를 언급할 때마다 울먹였다. 또한 딸의 글을 '패륜'이라고 지적한 문용린 후보에게 "당장 내 딸에게 사과하라"고 성토했다.

문용린 후보는 마지막 유세인 서울역광장 유세에서 아내 구경모씨와 함께 연단에 올라, 가족사로 타격을 받은 고승덕 후보와의 차별화를 꾀했다. 문용린 후보는 이 자리에서 보수단일후보임을 재차 강조했다. 그의 서울역광장 유세에는 정원식 전 국무총리 등 보수세력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조희연 후보는 아내 김의숙씨, 두 아들과 유세를 함께하며 화목한 분위기를 보여줬다. 그는 광화문광장에서 연 마지막 유세에서 김의숙씨의 볼에 입을 맞춰 지지자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는 '가족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모든 아이들을 자식처럼 보듬어 안고 돌보겠다"고 말했다. 혁신 학교의 계승·발전 공약도 빼놓지 않았다.

제4의 후보인 이상면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나머지 후보를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교육감 후보가 '정치잡배' 식으로 이전투구 난장판을 벌이고 있는 것을 보는 저의 심정은 안타깝다", "거짓말과 사기행각을 하는 자가 교육감이 된다면 우리 교육이 어떻게 되겠느냐"면서 한 표를 호소했다. 

[고승덕] "내 딸이 미안하다" 딸을 향해 절규하다

지지호소하는 고승덕 후보 6.4지방선거 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3일 오후 강남역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지지호소하는 고승덕 후보6.4지방선거 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3일 오후 강남역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권우성

고승덕 후보, 눈물 흘리는 지지자 위로 6.4지방선거 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3일 오후 강남역 유세도중 눈물을 흘리는 지지자를 위로하고 있다.
고승덕 후보, 눈물 흘리는 지지자 위로6.4지방선거 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3일 오후 강남역 유세도중 눈물을 흘리는 지지자를 위로하고 있다.권우성

고승덕 후보는 이날 오후 강남역 사거리에 섰다. 딸이 자신을 비판한 이후 공식적인 유세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40~50대로 보이는 선거운동원과 지지자 100여명이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고 후보도 주먹을 쥔 오른팔을 들어올리며 "꼭 이기겠다"고 화답했다. 한 50대 여성 지지자는 후보와 악수를 나누며 눈물을 보였다.


연단에 오른 고 후보는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가장 혼탁한 선거가 돼버렸다"면서 "여론조사에서 가장 앞서가는 저를 끌어내리기 위해 상대 후보들이 저를 주인공으로 한 삼류드라마를 쓰고 있다, 아픈 개인사를 선거에 활용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 후보는 문용린 후보를 향해 '정치공작'의 배후라는 의혹을 재차 제기했다. 그는 "문용린 후보는 제 딸의 글이 올라가기 전에 고 박태준 회장의 장남에게 예고와 격려를 받았다고 밝혔다가, 이후에는 글이 올라간 뒤 연락을 받았다고 말을 바꿨다"라며 "통화내역을 공개하라는 요구에 아무 이유 없이 선거 하루 전날까지도 응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희연 후보에 대한 날선 발언도 내놓았다. 그는 "7%대의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제 아픈 가족사를 가장 먼저 들춰냈다, 이제 와서 정책선거로 돌아가자고 얘기하는 건 말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또한 "전교조를 열렬하게 옹호하는 후보이며, 통합진보당 당적을 갖고 있다는 '당적설'이 끊임없이 돌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고 후보는 딸에게 미안하다며 절규했다. 이는 고 후보가 처한 절박한 상황을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했다. 당초 선거 초반 판세는 고 후보가 주도했다. 유권자의 무관심 속에서 인지도에 따른 인기투표로 치러질 위기에 처한 서울시교육감 선거판은 고 후보에게 유리했다. 그는 '고시 3관왕', 새누리당 국회의원, 펀드매니저 등의 경력을 바탕으로 높은 인지도를 자랑했다. 이번 선거가 지난 선거와 달리, 교육경력이 없어도 교육감선거 출마를 허용한 점도 그에게는 행운이었다.

행운은 오래가지 않았다. 딸의 글로, 그는 큰 타격을 입었다. 그는 문용린 후보의 배후설을 제기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이날 오전에 발표한 마지막 성명서에서 문 후보와 조 후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한 "선거 내내 제가 교육자로서 학생들을 가르쳐왔으며, 청소년활동을 열심히 해왔고, 진영논리에 치우치지 않는 정책을 가지고 있으며, 관료적 교육청을 쇄신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며 한 표를 호소했다.

[문용린] 보수단체 총동원... "내가 보수단일후보"

인사하는 문용린 서울교육감 후보 6.4지방선거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3일 오후 서울역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인사하는 문용린 서울교육감 후보6.4지방선거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3일 오후 서울역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권우성

지지호소하는 문용린 후보 6.4지방선거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3일 오후 서울역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지지호소하는 문용린 후보6.4지방선거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3일 오후 서울역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권우성

문용린 후보는 고 후보의 정치공작 의혹 제기에 맞불을 놓았다. 문용린 캠프는 이날 고승덕 후보를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고 후보의 의혹 제기를 두고 "황당무계한 공작정치 의혹과 근거 없는 관권선거에 대한 네거티브를 발표했다"고 반박했다.

문용린 후보는 서울역광장 유세에서 자신이 보수단일후보임을 강조했다. 그의 유세장에는 60~70대 보수단체 회원 300여명이 집결했다. 그는 조희연 후보를 향해 색깔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문 후보는 "우리 아이들에게 애국가를 꼭 부르게 하겠다"면서 "애국가를 거부하는 정당을 지지하는 후보가 교육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저는 헌법을 수호하는 대한민국 보수주의자"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한 지난 교육감 임기를 되돌아보며 "조용하게 혁신학교와 학생인권조례와 싸웠다"고 평가했다. 그는 "학생인권조례를 개정해 동성애를 금지하고 교사가 학생의 소지품 검사를 할 수 있도록 바꿨다"면서 "(당선되면) 혁신학교를 더 이상 늘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수인사의 찬조연설에서는 교육감선거와 관련한 정치적인 발언이 나왔다. 애국단체총연합회 이상훈 전 국방장관은 "세월호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야당과 시민단체를 추방하라"라고 촉구했다. 서한샘 잎새방송 회장은 "우리 곁에는 문용린 후보와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라며 "대통령을 돕고 이 나라 교육을 이끌 문용린을 돕자"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날 오전 새누리당 인사들처럼 광화문광장 1인 피켓 유세에 나서기도 했다.

문 후보는 고 후보의 딸 파문 이후 지지율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고 후보에게 쏠린 보수 표심을 되찾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문 후보 역시 관권선거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달 27일 문 후보의 강남역 유세에서 일선학교 교장·교사가 동원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진보성향 교육시민단체인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지난 2일 이와 관련해, 문 후보를 고발했다.

문 후보가 과거 공직에 있을 때 빚은 논란도 다시 확산되고 있다. 그가 교육부 장관이던 2000년 5월 광주의 한 단란주점에서 술을 마신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그가 5·18 민주화운동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를 찾은 터라 비난은 컸다. 그는 곧 장관 자리에서 물러났다. 또한 문 후보가 서울시교육감에 취임한 2012년 12월 이후, 서울시교육청이 그의 책 2425만 원어치를 구입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조희연] 가족과 함께 유세.. "가족 가치를 깨달았다"

'사랑의 하트' 날리는 조희연 서울교육감 후보 가족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총집결 유세에서 부인 김의숙 씨, 아들 둘과 함께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사랑의 하트' 날리는 조희연 서울교육감 후보 가족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총집결 유세에서 부인 김의숙 씨, 아들 둘과 함께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유성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 "여보 사랑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총집결 유세에서 선거운동 기간 동안 고생했다며 부인 김의숙 씨 볼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 "여보 사랑해"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총집결 유세에서 선거운동 기간 동안 고생했다며 부인 김의숙 씨 볼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유성호

조희연 후보는 이날 낮 부인 김의숙씨, 두 아들과 함께 서울광장 세월호 사고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고개를 숙였다. 조 후보는 지난달 22일 공식선거운동 첫 날 첫 일정으로 이곳을 찾은 바 있다. 조 후보는 "세월호 사고에서 가족을 잃은 분들의 슬픔과 가족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했다"면서 울먹이기도 했다.

조 후보는 이날 유세를 가족들과 함께 했다. 이날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는 조 후보가 가족들과 함께 <아침이슬>을 부르는 등 화목한 가족의 모습을 보였다. 조 후보가 김의숙씨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볼에 뽀뽀하는 장면은 그 절정이었다. 선거운동원과 지지자 200여명이 큰 박수를 보냈다.

김의숙씨는 "중학교 교사로 30년 이상 근무했다, 교육 현장에서 많은 문제점을 느꼈다"면서 "남편을 뽑아주신다면, 제가 느낀 문제점들을 빨리 고칠 수 있도록 조언하겠다"고 전했다. 인터넷에 아버지 조 후보를 소개하는 글을 올려 주목받은 둘째 아들 성훈씨는 "큰 반응을 바라지 않았는데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셨다, 아버지를 뽑아 달라"고 호소했다.

조 후보는 "세월호 사건으로 병든 사회와 아픈 교육이라는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면서 "이를 보듬어 안고 해결해가는 따뜻한 치유의 교육감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전임 진보 교육감이 열었던 '혁신 교육 시즌1'을 발전시켜, '혁신 교육 시즌2'를 열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자원봉사자와 지지자들을 향해 "지난 10여 일 동안 저의 인지도가 4%에서 25%로 상승해서 선거를 앞두고 박빙 상황이고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 모두 여러분들 덕분이다, 역전 드라마가 현실로 이뤄지는 것을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후보는 선거 초반 낮은 인지도로 속앓이를 했다. 조 후보의 아들이 쓴 글이 인터넷에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조 후보의 인지도는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가 선거 막판 꿋꿋이 정책 선거에 매진한 점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이날도 지역·학교간 교육 격차 해소 공약을 내놓았다.
#서울시교육감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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