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초 녹색시장' 나올까

[현장] 서형원 녹색당 과천시장 후보의 마지막 분투

등록 2014.06.04 00:43수정 2014.06.04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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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부르는 서형원 후보 선거를 하루 앞둔 3일 오후 서형원 녹색당 과천시장 후보가 지지자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송규호


6.4 지방선거에서 작은 이변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진원지는 과천이다. 서형원 녹색당 후보가 시장 자리에 도전하고 있다. 서 후보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거대 정당의 후보를 제치고 역대 최다득표로 시의원에 당선된 바 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풀뿌리 시민운동가로 활동하며 다진 지역기반은 서 후보의 든든한 힘이다. 1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서 후보의 선거유세를 돕고 있다. 서 후보는 새누리당 신계용 후보, 새정치연합 김종천 후보와 시장 자리를 놓고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서 후보가 당선되면 아시아 최초의 녹색시장이 된다.
 
서형원 후보 캠프 "워낙 박빙이다"
 
선거를 하루 앞둔 3일 오후 4시. 과천시 렉스타운에 위치한 서 후보 캠프에는 긴장감이 감 돌았다. 서 후보와 다섯 명 정도의 캠프관계자들이 유세 일정을 검토하거나, 지지 전화를 돌리고 있었다. 이날 내린 비 때문에 4시 30분에 예정된 유세 일정이 취소됐다. 대신 정오부터 지지자들에게 투표 독려 전화를 했다. 서 후보도 지지 전화를 돌리고 있었다. 서 후보는 "대략 200여 명에게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서 후보는 지지자와 통화에서 "워낙 박빙이다. 어제부터 1000표 정도를 더 모으려고 전화 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후 7시 30분 과천 중앙공원. 녹색 부직포로 만든 하트모양의 브로치를 가슴 단 시민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공원 중앙에는 성인 남성 키보다 조금 큰 스크린이 설치됐다. 서 후보 지지 모임인 '울타리강남콩솔바람'이 공연을 하는 것으로 서 후보의 마지막 유세가 시작됐다. 통기타 연주에 맞춰 8명이 '행복의 나라로'를 부르자, 자전거를 타고 유세장을 지나던 초등학생 3명도 잠시 자전거를 멈추었다. 스크린에선 서 후보의 정책을 홍보하는 영상이 흘러나왔다. 곧 3040대 엄마들이 강남스타일을 개사한 '남편스타일'에 맞춰 춤을 추자 유세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서 후보도 지지자들과 함께 몸을 흔들었다.
 
이어 서 후보의 연설이 시작됐다. 서 후보는 먼저 "우리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공천하면 당선될거라고 생각하는 정당정치를 비판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행정관 출신으로 낙하산 논란이 있는 새누리당 신계용 후보를 겨냥한 것이다. 서 후보는 "(그런 후보는) 한 번 정치인(당선)이 되면 시민들을 떠나서 시민들에게 귀 기울여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 후보는 지난 8년간 시의원으로서 업적을 강조했다. 그는 과천시의회 1층을 개방해 북카페와 열린 강좌실로 만들어 시민모임 활성화에 촉매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 후보는 "어떻게 하면 시민들이 힘을 가질까, 정책의 주인이 될까, 예산을 직접 짤까 고민 하겠다"며 "저는 매순간 여러분의 손길로 여러분의 변화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지지자들과 단체사진 찍는 서형원 후보 선거를 하루 앞둔 3일 오후 서형원 녹색당 과천시장 후보가 중앙공원에서 마지막 집중유세를 마치고 지지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 송규호


'변해가네' 열창한 후보와 지지자들

연설이 끝난 뒤 서 후보는 직접 기타를 연주하며 유리상자의 '변해가네'를 열창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50여 명의 지지자들은 한손에는 우산을 들고 다른 한손에는 녹색 화면으로 맞춘 휴대폰을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노래를 마친 뒤 서 후보는 유세장에 모인 지지자들을 찾아가 한명 한명과 악수했다. 한 40대 여성은 서 후보를 꼭 껴안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한 꼬마는 서 후보의 팜플렛을 들고와 사인을 받아가기도 했다.
 
서 후보에 대한 과천 시민의 지지는 특별해 보였다.  중앙공원에서 유세하던 서 후보는 거리를 지나던 주민들과 포옹하거나 어깨동무를 하며 인사했다. 서 후보는 "평소에도 주민들과 인사를 나눈다"며 "방금 인사한 분은 저기 치킨집 사장님이고 바로 전에 인사한 분은 근처 부동산 사장님"이라고 설명했다.
 
서 후보의 유세를 지켜보던 중앙동에 사는 백아무개(여, 40대 후반)씨는 서 후보를 "저에게 감동을 준 사람이다"고 소개하며 "그동안 서 후보는 누구 눈치 안보고 표심에 상관 없이 일했다"고 말했다. 백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서 후보 지지를 부탁하는) 카톡을 많이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18년째 과천에 살고 있다는 주혜정(여, 47)씨도 서 후보를 열렬하게 지지했다. 주씨는 중앙공원 앞 횡단보도에서 자발적으로 선거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는 "볼 일 보러 가는 중에 선거 유세를 하는 서 후보를 보고 반가워서 잠깐 들렀다"고 밝혔다. 주씨는 작은 손가방에서 서 후보의 명함을 꺼내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전역한지 일주일 됐다는 박상은(남, 23)씨도 서 후보 캠프에 힘을 보태고 있었다. 박씨 "원래 정치에 별로 관심은 없지만, 서 후보 팬인 부모님이 서 후보 캠프에서 봉사활동해보라고 권하셨다"고 밝혔다. 박씨는 "앞에 나서는 건 잘 하지 못해, 엠프 등 짐 나르는 일을 도와주고 있다"고 했다.
 
서 후보는 선거 결과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기대하고 있다"면서 "저와 신 후보 중에 될 것 같다. 30% 안쪽에서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고 판세를 분석했다. 그러면서 서 후보는 이번 선거운동을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돋보인 운동"이라고 자평했다. 앞서 서 후보 캠프는 '대형 유세차량'과 '조직 동원', '홍보성 여론조사'를 하지 않는 '3무 운동'을 선언한 바 있다. 대신 서 후보 측은 자전거와 작은 엠프만을 동원하며, 토크와 공연이 있는 '공감유세'로 시민과 접촉했다. 현장 반응은 나쁘지 않아 보였다. 이날 마지막 공감유세에서는 근처를 지나던 50대 부부가 서 후보를 보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서형원 #녹색당 #과천시장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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